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화학식은 그 자체로 영업비밀이 됩니다. 다만 자동으로 보호되는 게 아닙니다. 비밀로 관리되었고,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등록 절차나 공시제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후 분쟁이 났을 때 이 세 요건을 회사가 입증해야 합니다. 오늘은 화학식 영업비밀 보호와 침해 대응을 실제 사례로 풀어드리겠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정밀화학업체 A사. 자외선 차단용 신소재 화합물의 합성 공정과 배합비를 5년에 걸쳐 개발했습니다. 연 매출 180억 원 규모이고, 해당 화합물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합니다. 책임연구원이었던 B씨(42세)가 퇴사 후 6개월 만에 동종업계 신생업체에 임원으로 합류했고, 그 회사가 거의 동일한 스펙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가격은 A사보다 18% 저렴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화학식 자체가 특허로 공개되었다면 영업비밀이 아닙니다. 반대로 특허로 출원하지 않고 노하우로 관리한 화학식, 그리고 특허에 기재되지 않은 세부 배합비·반응조건·정제공정은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깨지는 부분이 비밀관리성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비밀로 관리된 정보”를 요건으로 합니다. 회사가 “우리는 이걸 비밀로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객관적으로 비밀로 관리된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A사의 경우 다행히 화학식과 배합비가 담긴 합성노트를 별도 캐비닛에 보관했고, B씨를 포함한 연구원 4명만 출입카드로 접근 가능했습니다. 입사 시 NDA(비밀유지계약)도 받아두었습니다. 이 정도면 비밀관리성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학식 영업비밀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게 침해 입증입니다. B씨가 “나는 새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깨뜨릴까요. 두 가지 접근이 있습니다.
퇴사 직전 USB 반출 기록, 이메일 첨부파일 발송 내역, 클라우드 업로드 로그, 인쇄물 출력 기록입니다. A사는 B씨가 퇴사 2주 전 합성노트를 17회 스캔하고 개인 이메일로 PDF를 보낸 기록을 확보했습니다. 이게 결정타입니다.
경쟁사 제품을 역분석(reverse engineering)해서 화학구조와 불순물 프로파일을 비교합니다. 정상적인 독자개발이라면 미세한 부산물·이성질체 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핵심 화합물뿐 아니라 부수 불순물 패턴까지 일치하면 독자개발 항변은 무너집니다. A사는 외부 분석기관에 의뢰해 9가지 미량성분의 비율이 99% 이상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세 갈래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하나만 가서는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A사 사건은 비교적 순조롭게 풀린 케이스입니다. 비밀관리 흔적이 있었고, 반출 로그가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자료를 확보 못 해 문전박대당하는 회사를 더 많이 봅니다.
화학식·공정 영업비밀을 다루는 회사라면 다음 다섯 가지는 반드시 갖춰두십시오.
특히 경업금지약정은 무효 판결이 적지 않습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법원은 효력을 부정합니다. 합리적 범위(통상 6개월~1년)와 적정한 보상이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화학·바이오 분야는 영업비밀 가치가 곧 회사 가치입니다. 사후 대응보다 사전 시스템이 백 배 효율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