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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계약 · 하자·제조물책임(PL) 2026.05.11 조회 35

반도체 장비 오작동 피해, 제조물책임 손해배상 사례 분석

김성관 변호사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오늘은 반도체 장비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조물책임법(PL법)과 매매계약상 하자담보책임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가상의 사례를 통해 체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수십억 원 상당의 웨이퍼와 정밀 부품이 한꺼번에 손상될 수 있어, 장비 한 대의 오작동이 곧 거액의 손해로 이어지는 특수성을 가집니다.

가상 사건 개요

의뢰인 A사: 경기 평택 소재 중견 반도체 후공정 업체 (연 매출 약 380억 원)

피청구인 B사: 식각(에칭) 장비를 제작·공급한 국내 장비 제조사

피해 시점: 장비 설치 후 11개월차, 정상 가동 중 챔버 내 가스 유량 제어 모듈이 오작동

피해 규모: 웨이퍼 손실 4억 2천만 원, 챔버 부품 교체 1억 8천만 원, 라인 중단 영업손실 약 3억 원

이 사건에서 의뢰인 A사가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구제수단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정리됩니다. 첫째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청구, 둘째 매매계약상 하자담보책임, 셋째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입니다. 각각의 요건과 입증책임이 다르므로 사안별 전략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쟁점 1. 제조물책임법의 적용 범위와 결함 추정

첫째, 반도체 장비가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에 해당하는지 살펴봅니다. 제조물책임법 제2조에 따르면 제조 또는 가공된 동산은 제조물에 해당하며, 산업용 장비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따라서 본건 식각 장비는 제조물책임법의 적용 대상입니다.

둘째, 결함의 유형을 특정해야 합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상 결함, 설계상 결함, 표시상 결함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례의 가스 유량 제어 모듈 오작동은 동일 모델 다른 장비에서는 발생하지 않은 개별 결함이므로 제조상 결함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7년 개정 제조물책임법의 핵심

피해자가 (1)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고, (2)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에서 비롯되었으며, (3) 결함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결함의 존재와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제3조의2).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쟁점은, B사가 "운영자(오퍼레이터)의 조작 미숙 또는 공정 환경 변수 때문"이라며 추정을 깨려 시도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의뢰인 측은 장비 로그 데이터, 동일 시점 다른 장비 정상 작동 기록, 사고 직후 보존된 모듈 실물 등을 신속히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장비 로그는 제조사 측이 원격으로 삭제·수정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고 직후 즉시 봉인 또는 별도 백업을 받아두는 조치가 결정적입니다.

쟁점 2. 매매계약상 하자담보책임과 PL청구의 병존

두 번째 쟁점은 장비 공급계약상 하자담보책임의 행사 가능성입니다. 상사매매(상법 제69조)에 해당하므로 매수인은 목적물 수령 후 지체 없이 검사하고 하자를 발견하면 즉시 통지해야 권리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즉시 발견할 수 있는 하자에 한정되며, 본 사례처럼 설치 11개월 후 작동 중 드러난 잠재적 하자(latent defect)는 6개월 내 통지 의무가 적용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PL청구와 하자담보청구는 청구원인이 다르므로 병행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요건과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제조물책임청구 —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며, 확대손해(웨이퍼 손실, 영업손실 등 장비 자체를 넘는 손해)까지 배상 가능
2
하자담보책임 — 무과실책임이지만, 원칙적으로 장비 자체의 가치 감소·수리비에 한정되고 확대손해는 별도 입증 필요
3
채무불이행책임 — 제조사의 귀책사유 입증이 필요하나, 입증되면 통상손해 전부와 예견가능한 특별손해까지 배상 가능

본건처럼 확대손해가 큰 사안에서는 제조물책임청구를 주된 청구로 삼고,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을 예비적·선택적 청구로 구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쟁점 3. 손해액 산정과 면책특약의 효력

세 번째 쟁점은 장비 공급계약서에 흔히 포함되는 책임제한 조항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산업용 장비 공급계약에는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장비 매매대금을 한도로 한다" 또는 "간접손해·일실이익은 배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임제한 조항의 유효성 판단 기준

약관규제법 제7조는 사업자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거나, 상당한 이유 없이 책임을 제한하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규정합니다. 또한 제조물책임법 제6조는 PL법상 책임을 배제·제한하는 특약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사례에서 B사가 책임제한 조항을 들어 면책을 주장하더라도, (1) 제조물책임 부분은 PL법 제6조에 의해 책임제한 자체가 무효이며, (2) 하자담보·채무불이행 부분에서도 제조 과정상 중과실이 입증되면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손해액 산정에서는 다음 항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1
직접 물적 손해 — 손상된 웨이퍼 원가, 챔버 부품 교체비, 클리닝 비용
2
파생 손해 — 라인 중단 기간 동안의 일실이익, 납기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3
사후 조치 비용 — 원인 분석 용역비, 외부 감정 비용, 재가동 검증 비용

실무 대응 전략 정리

반도체 장비 오작동 피해 사건에서 의뢰인이 사고 직후 취해야 할 조치를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고 발생 24시간 이내 장비 로그·SCADA 데이터·CCTV 영상을 별도 매체에 봉인 백업합니다. 둘째, 손상된 모듈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제조사 단독 분해를 거부합니다. 셋째, 외부 공인 감정기관에 원인 분석을 의뢰하여 객관적 결함 입증 자료를 확보합니다. 넷째, 6개월의 상사매매 하자통지 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내용증명으로 하자 사실을 즉시 통지합니다.

특히 제조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무상 수리" 합의서에 서명하는 경우 확대손해 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으므로, 합의서 문구는 반드시 법률 검토 후 서명해야 합니다. 일단 권리포기 합의가 성립하면 이후 거액의 영업손실이 추가로 드러나더라도 청구가 차단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김성관
김성관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산업용 장비 분쟁을 다루면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사고 직후 제조사의 "일단 수리부터 해드리겠다"는 제안에 응하면서 장비 로그와 손상 부품이 사라지는 사례입니다. 결함 입증의 8할은 사고 직후 72시간 안에 확보한 증거에서 결정되므로, 거액의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라면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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