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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범죄 · 명예훼손·모욕 2026.05.11 조회 30

논문 부실 의혹 온라인 폭로, 명예훼손죄 성립할까요

김수열 변호사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한 대학원생이 사색이 된 얼굴로 사무실 문을 두드린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학과 선배의 박사 학위 논문에 표절과 데이터 조작 의혹이 있다고 판단해, 본인이 운영하는 학술 커뮤니티에 해당 논문의 문제점을 정리해 공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선배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이 도착했고, 본인은 단지 학문적 비판을 했을 뿐인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학계의 자정 작용이라는 명분과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논문의 부실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을 때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에 관해 실무에서 자주 받는 질문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Q. 학회지에 실린 타인의 논문에 표절·부실 의혹이 명백하다고 판단되어 SNS와 학술 커뮤니티에 그 근거를 정리해 올렸습니다. 사실에 기반한 비판이라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결론: 사실이어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은 충족됩니다.

여기서 핵심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둘째 사실의 적시(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 셋째 명예훼손의 고의입니다. 논문을 SNS·블로그·학술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게시한 행위는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 박사 △△△의 논문은 표절"이라고 적시했다면 특정성과 사실 적시 요건도 충족됩니다.

여기에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사이버 명예훼손)이 적용되어 가중처벌(사실 적시의 경우 3년 이하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될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합니다.

면책되는 길: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

그렇다고 모든 학문적 비판이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면책의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조항의 적용 여부가 사건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법성 조각의 두 가지 요건

1. 진실성: 적시한 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의혹·추정·심증만으로는 부족하며, 표절률 분석 자료, 원문 대조표, 데이터 통계의 모순점 등 검증 가능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2. 공익성: 적시의 주된 목적이 학문 공동체의 자정, 연구윤리 확립, 학술 정보의 신뢰성 보호 등 공공의 이익에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 원한·시기·경쟁 관계에서 비롯된 비방이 주된 동기라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판례는 진실성에 다소 미달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상당성 법리). 따라서 의혹 제기 전에 어떤 자료를 검토했고,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안전하게 의혹을 제기하려면

학계의 부정행위는 분명 사회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그 방식이 형사 처벌의 위험을 자초하지 않도록 절차적 신중함을 갖춰야 합니다. 실무에서 권해드리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공식 절차 우선 활용: 해당 대학의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한국연구재단, 학회 윤리위원회 등에 정식으로 제보합니다. 공식 절차를 거친 사실 자체가 추후 공익성 인정의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2단계 - 표현 수위 조절: "표절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와 같은 의혹 제기 형태가 단정적 표현("표절했다", "조작했다")보다 안전합니다.

3단계 - 인신 공격 배제: 논문 자체의 문제와 저자 개인의 인격을 분리해야 합니다. "무능한", "파렴치한" 등의 모욕적 표현은 별도로 모욕죄(형법 제311조)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4단계 - 근거 자료 보존: 표절률 검사 결과, 원문 비교 자료, 데이터 출처 등을 시점이 확인되는 형태(타임스탬프 메일, 공증 등)로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반대로 의혹 제기의 대상이 된 입장이라면 고소 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형법 제310조의 적용 가능성이 높은 사안임에도 무리하게 고소를 진행할 경우, 오히려 무고나 역고소(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계 내에서의 평판 손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논문 부실 의혹의 공개적 제기는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라는 보호 영역에 속하지만, 그 행사 방식에 따라 형사 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사실이라는 확신만으로는 안전망이 되지 않으며, 공익적 목적과 절차적 정당성이 함께 갖춰져야 비로소 위법성 조각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김수열
김수열 변호사의 코멘트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이 분야를 다루면서 보면,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글을 올렸다가 형사 절차에 휘말리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의혹 제기 전 공식 윤리위원회 절차를 먼저 거치고, 표현 수위와 근거 자료를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고소장이나 내용증명을 받으셨다면 답변 전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거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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