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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 중에는, 자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금을 지원하셨다가 뜻하지 않게 배임죄 수사를 받게 되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분명 회사 살리려고 한 일인데, 어느 날 갑자기 검찰에서 출석 요구서가 날아오면 얼마나 당혹스러우실지 짐작이 갑니다. 오늘은 자회사 지원 배임죄 판단 기준을, 실제로 자주 마주치는 사례를 통해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경기도 안산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을 운영하시는 A씨(58세)는 모회사 대표입니다. 2년 전, 100% 출자한 자회사 B사가 거래처 도산으로 자금난에 빠지자, A씨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모회사 자금 약 27억 원을 무담보·무이자로 자회사에 대여했습니다. 그러나 자회사가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고, 소수주주 C씨가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고 계신 분들은 "내가 사익을 챙긴 것도 아닌데 왜 배임이냐"라고 억울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느끼실 만합니다. 하지만 법원이 보는 시각은 조금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쟁점이 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안심하셔도 되는 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자회사를 지원했다는 사실만으로 곧장 배임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법적으로 별개의 법인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기업집단을 이루기 때문에 정상적인 지원행위까지 처벌하면 그룹 경영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모회사가 자회사를 지원하는 행위가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손해가 발생했는가"만 보지 않고, 지원 당시의 경영판단 합리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요소들을 함께 봅니다.
첫째, 자회사 지원이 모회사의 이익에도 부합하는가(공동의 이익).
둘째, 지원 조건이 시장의 통상적인 거래조건에 비추어 합리적인가.
셋째, 지원 규모가 모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인가.
넷째,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를 거쳤는가.
A씨의 사례를 이 기준에 대입해보면,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자회사가 모회사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망이었다면 "공동의 이익"도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무담보·무이자 27억 원이라는 조건입니다. 이 부분이 다음 쟁점으로 이어집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자회사를 돕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아무런 담보도 받지 않고, 이자도 받지 않는 형태로 거액을 빌려주는 행위는 법원에서 매우 엄격하게 봅니다.
대법원은 "계열회사 지원이라 하더라도, 회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담보 없이 거액을 대여한 경우, 그 자체로 모회사에 손해를 가할 위험을 발생시킨 것"으로 판단해왔습니다.
즉 실제로 돈을 떼이지 않았더라도, 손해를 가할 위험을 발생시킨 시점에 배임죄는 이미 성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는 "재산상 손해의 위험 발생"이라고 합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아직 회수 못 한 것뿐이지, 손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형법은 그렇게 너그럽지 않습니다.
A씨의 경우, 자회사가 이미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담보로 대여했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 됩니다. 만약 당시 자회사의 재무제표를 검토한 자료, 회수 계획서, 담보 가능성 검토 회의록 등이 남아있었다면 방어가 훨씬 수월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희망적인 부분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판례는 경영판단 원칙이라는 방어 법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경영자가 합리적인 정보에 기초하여,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고 믿고 내린 판단이라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나더라도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지원 당시 자회사의 재무 상태와 회생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외부 회계법인이나 법률자문 등 객관적 자료를 참고했는지, 이사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쳤는지, 그리고 결정 과정에서 대표 개인의 사익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등입니다.
A씨의 사례에서 만약 자회사 회생을 위한 사업계획서, 외부 전문가의 의견서, 단계적 회수 계획 등이 갖춰져 있었다면 경영판단 원칙으로 무혐의 또는 무죄를 다툴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실제로 실무에서 보면 같은 자회사 지원 사안이라도 의사결정 과정의 기록이 얼마나 충실한가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거나, 이미 수사를 받고 계신 분들을 위해 실무에서 꼭 챙기셔야 할 부분을 정리해드립니다.
첫째, 지원 전 단계에서는 자회사의 재무상태와 회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문서를 반드시 남기십시오. 가능하다면 외부 회계사나 변호사의 의견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대여 조건은 시장금리 수준의 이자와 가능한 범위의 담보(주식 질권, 매출채권 양도담보 등)를 설정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이사회 결의서에는 "왜 이 지원이 모회사 이익에도 부합하는가"라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자회사 지원의 건 - 가결"이라고만 적혀있으면 방어가 어렵습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된 경우라면, 검찰에서 첫 조사를 받으시기 전에 반드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첫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짓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업무상 배임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가볍지 않고,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량이 크게 올라가니 더욱 신중하게 대응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