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얼마 전 IT 업계에서 일하시는 한 분께서 무거운 표정으로 사무실 문을 두드리신 일이 있었습니다. 5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두기 전, 거래처 한 곳으로부터 "우리 쪽으로 옮겨오면 기존 회사의 고객 DB와 단가표를 가지고 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약 3천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원래 회사가 이 사실을 알아채고 경찰에 고소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영업비밀을 이용한 배임수재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입니다. 오늘은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퇴사하면서 거래처로부터 사례비를 받았는데, 이것도 배임수재가 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돈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57조의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려면 몇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배임수재 성립 4가지 요건
1.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재직 중인 임직원 등)일 것
2.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을 것
3.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을 것
4. 청탁과 재물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될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정한 청탁'입니다.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청탁이어야 합니다. 회사의 영업비밀인 고객 명단, 거래단가, 기술자료 등을 빼돌려 달라는 요구는 전형적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미 공개된 정보이거나, 통상적인 이직 인사 차원의 소액 선물이라면 부정한 청탁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어 사안별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미 회사를 그만둔 뒤에 자료를 건넸는데, 그래도 배임수재가 되나요?"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십니다. 배임수재죄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주체이므로, 퇴사 후에는 더 이상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청탁을 받고 이익을 약속하거나 수수한 시점이 재직 중인지 여부입니다. 재직 중에 "퇴사하면 자료 가져다 달라, 그러면 얼마를 주겠다"는 약속이 이루어졌다면, 실제 자료 전달과 금품 수수가 퇴사 후에 이뤄졌더라도 배임수재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 해석입니다.
또한 영업비밀 자체를 유출한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영업비밀보호법) 위반이 별도로 적용되어, 배임수재죄와 함께 의율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적용 가능한 처벌 규정
실무상 영업비밀 유출 사건은 단일 죄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배임수재죄, 업무상배임죄, 영업비밀보호법 위반이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고, 피해 회사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유출된 정보가 핵심 기술자료이거나, 국외로 유출되었거나, 받은 금품 규모가 크다면 실형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경찰 출석 통보를 받았습니다. 일단 사실대로 말하면 정상참작이 될까요?"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유출된 정보가 실제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회사가 해당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지 않았거나, 동종 업계에서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면 영업비밀성 자체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둘째, 청탁의 부정성을 다툴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받은 돈의 성격이 단순한 이직 축하금이나 컨설팅 대가였는지, 자료 제공의 대가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셋째, 수사 초기 진술이 사건의 향방을 좌우합니다. 어떤 사실을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죄목 자체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출석 전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드는 분야입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