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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협의·재판 이혼
가족·이혼·상속 · 협의·재판 이혼 2026.05.17 조회 52

이혼 소송에서 미성년 자녀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될까요

박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매년 약 9만 건의 이혼이 진행되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입니다. 부모가 갈라서는 과정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존재는 결국 아이들이죠. 그래서 우리 법원은 이혼 소송 미성년 자녀 의견 청취 절차를 통해, 아이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법원에 어떻게 전달되나요?”, “아직 어린데도 의견을 물어보나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는 부모님들이 정말 많습니다. 자녀의 의견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무게로 재판에 반영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왜 자녀의 의견을 듣는가 — 제도의 출발점

가사소송규칙 제100조는 자녀가 13세 이상인 경우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등에 관하여 그 자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녀의 의사를 들을 수 없거나 자녀의 의사를 듣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를 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는 예외로 합니다.

실무에서는 13세 미만이라도 자기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연령(보통 만 7~8세 이상)이라면 법원이 재량으로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나이가 아니라 ‘자녀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가’입니다.

아이의 의견은 ‘어느 한쪽 편을 들게 하는 절차’가 아니라, ‘아이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어디인지 법원이 판단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의견 청취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실제 청취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사건의 상황과 자녀의 연령, 정서 상태에 따라 법원이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지요.

첫째, 가사조사관의 면담조사입니다. 가장 흔히 활용되는 방식으로, 법원 소속 가사조사관이 자녀를 직접 만나 1회 또는 수회에 걸쳐 면담을 진행합니다. 면담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며, 부모와 분리된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아이가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둘째, 판사의 직접 심문입니다.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녀를 법정이 아닌 별실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습니다. 부모와 변호인은 동석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아이의 진술은 비공개로 보호됩니다.

셋째, 전문가 자문입니다. 자녀가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하거나 어린 경우, 또는 학대 등 민감한 쟁점이 있을 때는 아동심리 전문가가 참여해 면담을 보조하거나 별도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말은 얼마나 ‘결정적’인가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녀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지만, 그 자체로 절대적인 결정 요소는 아닙니다.

법원은 자녀의 의사 외에도 양육 환경의 안정성, 부모 각각의 양육 의지와 능력, 경제적 여건, 자녀와의 정서적 유대, 기존 양육의 연속성, 형제자매의 분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자녀가 “엄마와 살고 싶다”고 말했더라도 그 진술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일방 부모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피지요.

특히 가사조사관은 면담 과정에서 ‘부모 소외 증후군(PAS)’의 징후가 있는지도 관찰합니다. 한쪽 부모가 다른 부모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입해 자녀의 진술이 왜곡된 것은 아닌지를 보는 것이지요. 이런 정황이 발견되면 자녀의 표면적 의사보다 객관적 양육 환경이 더 무겁게 평가되기도 합니다.

  • 자녀의 연령이 높을수록(특히 만 13세 이상) 의견의 비중이 커집니다.
  • 일관되고 안정된 진술일수록 신뢰도가 높게 평가됩니다.
  • 일방 부모를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진술은 오히려 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부모가 꼭 알아두어야 할 점

이혼 소송을 준비하는 부모님들께 꼭 당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소송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거나, 특정 부모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녀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리고 법원도 그런 정황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립니다.

가사조사관 면담을 앞두고 “이렇게 말하라”고 일러주는 부모님들도 계신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솔직하고 또 똑똑합니다. 어른의 대본을 외워 말하는 아이의 진술은 면담 전문가의 눈에 금세 드러나며, 오히려 해당 부모의 양육 적합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태도는, 자녀가 어떤 의견을 내놓더라도 그것이 비밀로 보호된다는 점을 안심시켜 주고, “네가 어떻게 말하든 엄마(아빠)는 너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해주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최근 법원은 자녀의 절차적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녀 의견 청취의 의무 연령을 낮추고, 자녀가 직접 자신의 입장을 대리할 수 있도록 절차보조인(가사절차에서 자녀를 도와주는 전문가) 제도를 확대하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요.

이혼은 부부의 결정이지만, 그 결과를 가장 오래 안고 살아갈 사람은 자녀입니다. 자녀 의견 청취 절차가 ‘승소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자리잡을 때, 비로소 제도의 본래 취지가 살아날 것입니다. 부모가 먼저 그 마음을 가질 때, 아이도 이혼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박경수
박경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육권 사건을 다루며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아이가 부모의 갈등에 휘말려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자녀 의견 청취는 ‘아이를 내 편으로 만드는 절차’가 아닌 ‘아이의 복리를 확인하는 절차’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되신다면 가사 전문 변호사와 미리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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