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칼럼 ›형사범죄 ›수사·형사재판 절차(고소·수사·구속/보석)
형사범죄 · 수사·형사재판 절차(고소·수사·구속/보석) 2026.05.18 조회 47

피고인 신문에서 묵비권 행사, 유죄 추정의 근거가 될까

김성관 변호사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핵심부터 말씀드립니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을 거부해도, 그것만으로 유죄의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헌법 제12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가 보장하는 진술거부권(묵비권)은 피고인의 가장 기본적인 방어권입니다. 다만 실무에서 이 권리를 언제,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크게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상의 사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CASE

경기도 안산에서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48세, 남)는 회사 자금 약 2억 7천만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기소되었습니다. A씨는 "회사 운영자금 일부를 개인 명의 계좌로 옮긴 것은 맞지만, 거래처 비공식 리베이트 자금으로 다시 회사를 위해 썼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명확한 자료가 없었습니다. A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 대해 전면적 진술거부를 선택했고,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A씨는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며 항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쟁점 1. 진술거부권 행사가 양형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일관되게 진술거부권 행사 자체를 유죄 인정의 증거나 양형 가중 사유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한 것에 대해 국가가 보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무는 이보다 미묘합니다. 법원은 묵비 자체를 불리하게 평가하지 않지만, '반성의 정도'와 '자백을 통한 감경'은 별개로 판단합니다. 즉, 진술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양형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지만, 자백·반성·피해회복 같은 감경 사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가 양형에 반영될 수는 있습니다.

묵비권 행사는 처벌받지 않지만, 자백·반성으로 얻을 수 있었던 감경 기회 역시 동시에 사라진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A씨의 경우, 횡령 혐의 자체는 객관적 자금 흐름으로 상당 부분 입증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적 묵비를 선택한 것은 "다투지 않겠다"는 인상은 주지 않으면서도, "반성하고 있다"는 인상도 주지 못하는 어정쩡한 결과를 낳기 쉽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패턴입니다.

쟁점 2. 일부 진술거부와 전면 진술거부, 무엇이 더 유리한가

이 부분이 변호 전략의 핵심입니다. 진술거부권은 개별 질문 단위로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즉, 인적사항이나 객관적 사실관계는 답변하면서, 핵심 쟁점에 대해서만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무상 진술거부권 행사 유형

전면적 거부 — 피고인 신문 전체에 답하지 않음. 자백 사건에서 추가 진술이 오히려 불리해질 우려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사용.

선택적 거부 —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되, 고의·인식·동기 등 주관적 구성요건에 대해서만 거부.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방식.

모순 회피형 거부 — 이미 한 진술과 충돌할 수 있는 후속 질문에만 거부권 행사.

A씨처럼 "돈을 옮긴 것은 맞지만 회사를 위해 썼다"는 주장을 하려면, 객관적 자금 흐름은 인정하고 사용처에 관한 부분에서 자신의 입장을 적극 진술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면 거부를 택하는 바람에 법원에는 "피고인이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는 인상만 남았습니다. 묵비권 자체는 불이익 사유가 아니지만, 방어 논리를 입증할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린 결과는 그대로 판결에 반영됩니다.

쟁점 3. 항소심에서 진술 태도를 바꿀 수 있는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실무상 매우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1심에서 묵비를 행사했더라도 항소심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실관계와 양형 사유를 진술할 수 있고, 이는 새로운 양형 자료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진술의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1심에서 침묵하다가 항소심에서 갑자기 상세한 해명을 내놓으면 "사후 조작된 변명"이라는 의심을 받기 쉽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증거(거래처 진술서, 자금 사용처를 뒷받침할 영수증·계좌내역 등)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둘째, 피해회복과 합의가 동반되어야 양형에서 실질적 효과가 납니다. A씨의 경우 횡령 금액에 대한 변제 또는 회사와의 민사적 정산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면, 항소심에서 형량이 의미 있게 줄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실무적 조언 — 묵비권은 '전략'이지 '도피'가 아니다

피고인 신문에서 진술을 어떻게 할지는 사건 전체 구도를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증거가 부족해 검찰의 입증 책임을 끝까지 다투는 무죄 전략이라면 전면 묵비가 유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객관적 사실관계는 다툼이 어렵고 동기·경위 등으로 양형 감경을 노려야 하는 사건이라면, 선택적 진술이 훨씬 유리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일단 아무 말도 안 하면 안전하겠지"라는 막연한 판단입니다. 묵비권은 권리이지만, 권리를 행사한다고 해서 불리한 정황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결국 핵심은 어떤 질문에 답하고, 어떤 질문에 침묵할지를 사건 구조에 맞춰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 판단은 공소사실, 증거기록, 검사의 신문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가능합니다.

김성관
김성관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제 경험상 피고인 신문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일단 침묵"입니다. 묵비권은 강력한 방패지만, 잘못 휘두르면 방어 기회 자체를 잃습니다. 어떤 부분에 답하고 어떤 부분에 침묵할지는 공소사실과 증거 구조를 분석한 후 결정해야 하며, 가능한 한 첫 공판 전에 전문가와 전략을 정해두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변호사
김성관 프로필 사진
법률사무소 화쟁
김성관 변호사 빠른응답

정확한 진단과 분석, 결과로 증명합니다.

형사범죄 민사·계약 가족·이혼·상속 부동산
#피고인 신문 묵비권 #진술거부권 행사 #형사재판 진술거부 #피고인 신문 전략 #횡령 형사변호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 알법(alb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