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담 바로 가능 - 빠른 판단이 결과를 바꿉니다.
얼마 전 한 중견 제조업체 인사팀장 A씨(46세, 경기 안산)로부터 다급한 상담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사내에서 진행 중이던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내용이 외부로 새어 나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신고인의 실명과 진술 내용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부서원들 사이에 퍼졌고, 신고인은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정보를 유출한 직원은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 조항이 얼마나 무겁게 작용하는지를 인지하지 못한 채 가벼이 다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비밀유지 위반의 법적 쟁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신고인 B씨(여, 32세, 사무직)는 직속 상사인 팀장 C씨로부터 수개월간 모욕적 언사와 업무 배제를 당해왔다며 인사팀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습니다. 조사는 인사팀 차장 D씨가 담당했고, B씨는 구체적인 일시와 발언 내용, 함께 자리에 있던 동료들의 이름까지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시작 일주일 만에, B씨의 진술 요약본이 같은 본부 부서장 단톡방에 공유되었습니다. 출처를 추적해보니 D씨가 "향후 인사 조치 검토를 위해"라는 명목으로 본부장에게 보고한 문서가 단톡방으로 넘어간 것이었습니다. 이후 B씨는 "예민하다", "고자질했다"는 뒷말에 시달리며 결국 휴직을 선택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은 조사자,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자,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여기서 "누설"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신고인의 실명을 직접 거명하지 않더라도, 부서·직급·업무 내용만으로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했다면 누설에 해당합니다. 사례 속 D씨는 "업무상 보고"라는 명목을 댔지만, 본부장에게 보고하는 행위 자체보다는 그 정보가 단톡방으로 확산되도록 통제하지 못한 점, 그리고 보고 범위를 사전에 신고인과 협의하지 않은 점이 문제됩니다.
조사 단계에서 "보고를 위한 정보 공유"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로 한정되어야 합니다. 보고선·열람 권한·문서 보관 방식을 사전에 정해두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은 누설로도 과태료 처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비밀유지 의무 위반은 개인의 법적 책임과 회사의 사용자 책임이라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D씨 개인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진정을 통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회사는 취업규칙상 비위행위로 징계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질문은 "고의가 아니었는데도 징계가 가능한가"라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의가 없더라도 중과실에 의한 누설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징계 양정 시 고의성, 누설 범위, 피해 정도가 종합 고려됩니다.
특히 회사 입장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 사용자의 보호조치 의무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4항은 조사 기간 동안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비밀 누설은 곧 보호조치 실패로 평가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신고인이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면 회사가 사용자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사례 속 인사팀장 A씨에게 권한 대응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신고인 B씨에 대한 즉각적인 사과와 추가 보호조치, 둘째, 누설자 D씨에 대한 객관적 조사와 적정 징계, 셋째,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정비입니다.
이미 발생한 누설은 되돌릴 수 없지만, 2차 피해를 막는 것은 가능합니다. 근무 장소 분리, 유급 휴가, 외부 상담 비용 지원, 단톡방 내 부적절 발언자에 대한 별도 조치가 즉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사 보고서의 열람 권한자를 명문화하고, 보고 문서는 인사 시스템 내 접근 권한이 통제된 폴더에서만 관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외부 노무법인이나 변호사를 조사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식도 비밀유지 강화에 효과적입니다.
조사 착수 시 모든 조사 참여자로부터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고, 위반 시 징계 사유가 됨을 명시합니다. 또한 신고인에게는 "누구에게, 어디까지 정보가 공유되는지"를 사전에 안내하고 동의를 받아두는 절차가 분쟁 예방에 결정적입니다.
회사가 신고인이자 가해자, 그리고 누설자까지 모두 한 조직 안에서 다뤄야 하는 상황은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노동 분쟁 경험이 있는 외부 전문가의 절차 자문을 받는 것이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안전한 방향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조사 절차의 신뢰성은 결과의 정당성을 좌우합니다. 특히 비밀유지는 신고인이 신고를 결심하는 가장 큰 전제이며, 이것이 깨지는 순간 회사 전체의 신고 시스템이 무력화됩니다. 사례 속 회사가 단순히 누설자 한 명을 처벌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 자체를 재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