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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형사범죄 ·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2026.05.18 조회 22

배임죄, 손해가 없어도 처벌될 수 있을까요

손명숙 변호사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결국 누군가의 이익과 손해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임직원분들 중에는 "내가 한 결정 때문에 회사에 손해가 났을까봐" 걱정하시며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시는 부분은,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단순 배임으로 입건되거나 수사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배임죄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 바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처벌이 가능한가에 대해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쟁점이라, 막연한 불안 대신 정확한 기준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배임죄에서 말하는 '손해'의 의미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를 배임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문만 보면 "손해를 가한 때"라고 되어 있어, 손해가 실제로 발생해야 처벌이 가능한 것처럼 읽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판례가 오랫동안 일관되게 인정해 온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입니다. 회계장부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회사의 재산상태에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른바 "위험범"으로 해석되어 온 부분입니다.

실제 손해가 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위험을 발생시킨 그 순간, 이미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다수의 실무 입장입니다.

손해 미발생 사례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

상담 현장에서 보면, 손해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상황입니다.

01담보 없이 자금을 대여한 경우

회사 자금을 거래처나 특수관계인에게 빌려주면서 충분한 담보를 받지 않은 사례입니다. 이후 차주가 정상적으로 변제하여 결과적으로 손해가 없더라도, 대여 시점에서 회수 가능성에 위험이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02현저히 불리한 조건의 계약 체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회사 자산을 매각하거나, 반대로 비싸게 매입한 경우입니다. 이후 시세가 변동하여 결과적으로 손해가 상쇄되었더라도, 의사결정 시점의 가격 차이 자체가 위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03이사회 결의 등 절차를 누락한 경우

내부 규정상 필요한 승인이나 보고 절차를 생략하고 거래를 진행한 사례입니다. 실제 결과가 회사에 손해가 아니었더라도, 절차 위반 자체가 임무위배로 평가되어 위험범으로 다투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모든 경우가 처벌로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죄로 판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핵심은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점차 명확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에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따르며, 경영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한 결정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손해 발생의 위험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수준에 그쳤다면, 구체적 위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손해가 날 수 있었다" 정도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방향입니다.

결국 손해 미발생 사안에서 다투어야 할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임무위배 여부, 그리고 구체적 위험의 발생 여부. 이 두 축을 어떻게 입증하고 반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실무적 시사점

최근 배임죄 처벌 범위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 활발합니다. 학계와 실무 모두에서 "위험범 해석이 지나치게 넓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일부 사건에서는 손해 산정의 명확성을 더 엄격히 요구하는 판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안에서 변론의 여지가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손해가 없으니 괜찮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위험이 큽니다. 수사기관에서는 여전히 위험범 법리를 폭넓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고, 일단 입건되면 그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직원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분명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판단의 근거 자료를 충분히 남겨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시장 조사, 내부 검토 보고서, 회의록, 외부 자문 의견 등은 훗날 "합리적 경영판단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안일수록, 그 결정이 왜 합리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 결국 운명을 좌우합니다.

손명숙
손명숙 변호사의 코멘트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제 경험상 배임 사건은 손해 발생 여부 못지않게 '의사결정 당시의 판단 근거'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회의록과 검토자료가 남아 있느냐에 따라 무혐의로 종결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되었다면 진술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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