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를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 소통이 잘 되는 변호사
지난 가을, 한 의뢰인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30대 후반의 회사원이었던 그는 손에 법원에서 받은 결정문 한 장을 쥐고 있었습니다. 전 배우자가 신청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명령이 인용되어, 자녀가 사는 집에 10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저는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습니다. 이걸 어떻게 다퉈야 합니까?" 그가 물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피해자 보호명령(법원이 가해자에게 접근·연락·퇴거 등을 명하는 결정)은 신속성을 우선시합니다. 피해자의 안전이 시급한 만큼, 가해자로 지목된 측의 충분한 소명 기회 없이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풍경입니다.
2023년 사법연감 기준 가정보호사건 처리 건수는 매년 1만 건을 넘기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명령 신청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사실관계가 다투어지는 상황에서 일방의 주장만으로 결정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은 짚어볼 부분입니다.
핵심 정리
가정폭력 보호명령에 불복하려면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항고장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결정이 확정되어 다투기가 어려워집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49조는 보호명령 결정에 대한 항고권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항고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습니다.
항고 사유는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첫째, 사실오인입니다. 폭력 행위 자체가 없었거나, 일방적 주장에 의존한 결정이라는 점을 다투는 것이죠. 둘째, 법리오해입니다. 가정폭력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를 가정폭력으로 본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셋째, 처분의 부당성입니다. 폭력이 인정되더라도 100미터 접근금지, 6개월 등 범위와 기간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억울하다"는 감정만으로 항고장을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항고심은 1심 결정의 당부를 다시 판단하는 절차이므로, 새로운 증거와 구체적 반박이 없으면 결과가 뒤집히기 쉽지 않습니다.
항고 준비 단계
① 결정문 송달일 확인(이때부터 7일 기산)
② 1심 기록 열람·복사 신청
③ 반박 증거 수집(메시지, 통화 녹취, 진료기록, 목격자 진술)
④ 항고장 및 항고이유서 작성
⑤ 원심 법원(보호명령을 내린 가정법원)에 제출
항고장은 원심 법원에 제출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항고심을 담당할 상급심에 직접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명령을 내린 가정법원에 내면 법원이 기록을 송부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헷갈려 잘못된 법원에 제출하면 기간 도과의 위험이 생깁니다.
또한 항고는 원칙적으로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습니다. 즉 항고장을 냈다고 해서 보호명령의 효력이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접근금지나 퇴거 명령은 항고심 결정이 나올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므로,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됩니다. 항고 중이라는 이유로 자녀나 배우자에게 연락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제가 다뤄온 사건들을 돌아보면, 항고심에서 보호명령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사건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1심에서 제대로 다투지 못했던 객관적 자료가 추가로 제출된 경우입니다. 예컨대 폭력 행위가 있었다는 시점에 발신자가 다른 지역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위치 기록, 또는 신청서에 기재된 내용과 모순되는 당사자 간 메시지 등이 그렇습니다.
둘째,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폭력"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까지 폭력으로 포섭되어 결정된 경우입니다. 단순한 의견 충돌이나 자녀 양육 관련 협의 요청까지 폭력으로 해석된 사안에서는, 법리 다툼을 통해 결정이 변경될 여지가 있습니다.
셋째, 처분의 범위가 과도한 경우입니다. 자녀 면접교섭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자녀의 학교 100미터 이내 접근이 전면 금지되는 등 비례원칙에 어긋나는 처분은 일부 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 보호명령 제도는 피해자의 신속한 안전 확보라는 본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동시에 사실관계가 다투어지는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측의 방어권 또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항고 절차는 바로 이 두 가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입니다.
최근 법원은 가정보호사건에서 당사자 심문을 강화하고, 단순 신청서만으로 결정하는 관행을 줄여가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일선 실무에서는 여전히 일방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되는 사례가 존재하며, 이런 경우 7일이라는 짧은 항고기간이 사실상 유일한 구제 수단이 됩니다.
결정문을 받은 그 순간부터 시계는 돌아갑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든, 자녀와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든, 보호명령에 동의할 수 없다면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결정문의 송달일자를 먼저 확인하고, 항고이유로 삼을 객관적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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