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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상속 분쟁 상담에서 가장 격렬한 다툼의 대상이 된 것은 수십억대 부동산도, 예금도 아닌 열한 살 된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였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삼남매가 마주 앉았는데, 재산 분할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던 그 자리에서 막내딸이 "엄마가 마지막까지 안고 주무신 아이는 내가 데려갈게"라고 말한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습니다. 장남은 "그 개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부터 키우던 우리 집 가족"이라며 맞섰고, 둘째는 사료비와 병원비를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결국 이 분쟁은 법원 문턱까지 갔습니다.
이런 상황은 더 이상 드문 사례가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상속재산분할 절차에서 반려동물의 소유권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사건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상속 현장에서 마주하는 이 새로운 풍경을 법적 시각으로 짚어보려 합니다.
1,500만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농림축산식품부)
28%전체 가구 중 반려동물 양육 비율
11.6년중대형견 평균 수명 — 상속 대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기간
상담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가장 놀라시는 지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정의하고 있고,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여전히 '동산'에 해당하는 물건입니다. 즉, 법적으로는 피상속인이 남긴 시계나 자동차와 동일한 지위에서 분할 대상이 됩니다.
2021년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민법 제98조의2 신설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지만, 본 칼럼 작성 시점까지 해당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여전히 동산에 준해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자동차는 시세대로 한 사람이 가져가고 나머지 상속인에게 정산해주면 끝이지만, 살아 있는 생명은 절반으로 나눌 수도 없고 시세를 매기기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누가 데려가느냐에 따라 그 동물의 남은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한 재산 분할 논리만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언으로 반려동물의 귀속을 지정해 두었다면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해집니다. 자필증서·공정증서 등 민법이 정한 방식을 갖춘 유언이라면, 유증(遺贈)의 형태로 특정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반려동물의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반려동물 자체의 경제적 가치는 미미하므로 유류분 산정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더 자주 보이는 형태는 이른바 '부담부 유증'입니다. 예컨대 "내 강아지 보리를 막내딸에게 주되, 그 양육비로 예금 5,000만 원을 함께 증여한다"는 식의 유언입니다. 이 경우 막내딸은 보리를 데려가는 동시에 그 양육 의무를 부담하게 되며, 만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다른 상속인이 이행청구나 유증 취소를 구할 여지가 생깁니다.
현실의 상속 분쟁 대부분은 유언 없이 시작됩니다. 이때 반려동물의 귀속이 다툼이 되면 가정법원의 상속재산분할심판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법원은 형식적으로는 재산분할의 한 항목으로 다루면서도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첫째, 실제 양육자가 누구였는가입니다. 피상속인이 거동이 불편해진 이후 누가 산책을 시키고 병원에 데려갔는지, 사료와 용품 결제 내역이 누구 명의였는지가 핵심 자료가 됩니다. 둘째, 반려동물의 복리(福利)입니다. 주거 환경, 양육 가능한 시간, 다른 동물과의 관계 등 동물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셋째, 상속인 간의 합의 가능성입니다. 법원도 가능하면 조정 절차에서 합의로 마무리되기를 권유하며, 양육비 분담이나 면접 방식까지 합의문에 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다룬 사건들에서도 결국 법원이 "실제로 매일 데리고 자고 병원 기록에 보호자로 기재된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흐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등기부나 통장처럼 명확한 명의가 없는 만큼, 일상의 흔적이 곧 증거가 됩니다.
이런 분쟁을 가장 적게 만드는 방법은, 결국 피상속인이 살아 계실 때 의사를 명확히 해두는 것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가족이 단지 "엄마가 평소에 말씀하셨다"라고만 주장하는 경우 입증이 거의 불가능하고, 다른 형제들이 "그건 너만 들은 얘기 아니냐"고 반박하면서 갈등이 깊어집니다.
둘째, 양육비의 출처를 분리해두는 방식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상속인에게 별도로 양육 자금을 배정해, 사료비·미용비·수술비를 둘러싼 추가 분쟁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특히 노령 반려동물의 경우 말기 의료비가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단위까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중요한 대비책입니다.
셋째, '반려동물 신탁'도 점차 활용되고 있습니다. 신탁회사나 신뢰할 수 있는 수탁자에게 일정 자금을 맡기고, 지정된 양육자에게 정기적으로 양육비가 지급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보편화 단계는 아니지만 1인 가구 고령자분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은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고,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혼·상속 시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자녀 양육권에 준해 판단하는 입법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위에서 언급한 민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며, 통과될 경우 상속 실무에서도 반려동물의 '복리'가 분할 기준으로 명문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현행 법체계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길을 설계하는 일이 변호사의 몫입니다. 한 마리의 강아지, 한 마리의 고양이가 가족 사이를 갈라놓지 않고 누군가의 따뜻한 무릎 위에서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도록, 유언과 합의의 형식을 가다듬는 작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상속은 결국 떠난 사람이 남긴 모든 것을 어떻게 정돈하느냐의 문제이고, 그 '모든 것'에는 숨 쉬는 생명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