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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주간계약 비밀유지 기간 설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타트업·중소기업에서 투자 유치나 공동창업을 진행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조항이지만, 막상 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기간이 지나치게 짧으면 핵심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갈 수 있고, 둘째 기간이 무제한이면 추후 분쟁 시 조항 자체의 유효성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아래 가상의 사례를 통해 실무 기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례
경기도 성남에서 헬스케어 SaaS를 운영하는 A씨(38세, 대표이사)는 시리즈A 단계에서 벤처캐피털 B사로부터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주주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비밀유지 조항에는 "본 계약의 모든 정보를 영구히 비밀로 유지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2년 후 A씨가 또 다른 투자자 C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B사가 "기존 주주간계약의 일부 조건은 영구 비밀유지 대상이므로 C사에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A씨는 정상적인 후속 투자 유치조차 막힐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사례는 실무 상담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비밀유지 조항의 기간과 범위를 처음에 어떻게 설계했느냐에 따라 회사의 자금 조달 자체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무에서는 일률적으로 "3년" 또는 "5년"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보의 성격에 따라 기간을 달리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기술정보, 영업비밀, 고객 데이터는 정보의 가치가 유지되는 기간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 소스코드는 5~7년이 통상적이지만, 마케팅 전략 자료는 2~3년이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주주 지위 종료(주식 전부 양도) 이후에도 일정 기간 비밀유지 의무가 존속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무에서는 지위 종료 후 3년에서 5년이 가장 많이 채택됩니다.
바이오·헬스케어처럼 기술 보호 기간이 긴 업종은 7년 이상, IT 서비스처럼 변화가 빠른 업종은 3년 내외로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핵심 정리
"영구 비밀유지"는 법적으로 무효 판단을 받을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후속 자금 조달과 M&A를 가로막는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합리적 기간을 정해두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합니다.
위 사례에서 "영구히 비밀로 유지한다"는 조항은 일견 강력해 보이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첫째, 우리 법원은 비밀유지 의무의 존속기간이 지나치게 장기간이거나 무기한인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보아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영업비밀로서의 가치가 사라진 정보까지 비밀유지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셋째, 실무적으로 무제한 조항은 분쟁 시 손해배상 청구의 인과관계 입증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A씨와 B사의 경우, 영구 조항이 그대로 관철되기보다는 통상적인 비밀유지 기간(예: 5년) 범위 내에서만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는 사후 분쟁을 거쳐야 확인되는 사항이므로, 처음부터 명확한 기간을 두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비밀유지 조항을 설계할 때는 기간뿐 아니라 공개가 허용되는 예외 사유를 함께 명시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빠짐없이 포함시키는 예외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법령·법원 명령에 따른 공개 — 세무조사, 수사기관 요구 등
2잠재적 투자자·인수자에 대한 공개 — 동등한 비밀유지 의무 부담 조건
3법률·회계 자문가에 대한 공개 — 직업상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자
4이미 공지된 정보 — 공개의무자의 귀책 없이 공지된 경우
A씨 사례에서 만약 "잠재적 후속 투자자에게 동등한 비밀유지 의무를 부담시킨 후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들어 있었다면, C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분쟁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비밀유지 기간은 정보의 수명과 업종 특성을 반영해 3년에서 7년 범위에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무제한 조항은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둘째, 주주 지위 종료 후 잔존 의무 기간을 별도로 명시하여 분쟁의 여지를 줄여야 합니다. 셋째, 후속 투자 유치, 법령 준수, 전문가 자문 등 합리적 공개 예외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넷째, 위반 시 손해배상 산정 기준(추정 손해액 또는 위약벌)을 함께 규정해 두면 분쟁 시 입증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주주간계약은 한 번 체결되면 회사의 성장 단계 내내 영향을 미치는 문서입니다. 처음 설계 단계에서 비밀유지 조항의 기간과 예외를 정교하게 다듬어 두는 것이 향후 자금 조달과 사업 확장의 자유도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