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빠르게 늘면서, 수수료 문제로 마음 졸이시는 조합원분들이 정말 많아지고 있습니다. 처음 동의서에 서명할 때만 해도 "신탁사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마음이셨을 텐데, 막상 사업이 진행되면서 수수료 항목을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큰 금액이 빠져나간다는 걸 알게 되어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실제 상담 사례를 토대로, 신탁방식 재건축·재개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의 구조와 분쟁이 생겼을 때 조합원이 취할 수 있는 대응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 노후 아파트(가칭 A단지). 1,200세대 규모의 이 단지는 2023년 말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를 거쳐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60대 후반의 토지등소유자 김OO 씨도 "조합 방식보다 빠르고 깔끔하다"는 신탁사의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시행계획 인가 단계에 이르러 신탁보수 정산 내역을 받아본 김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총 분양수입의 약 3.2%에 해당하는 금액이 신탁수수료로 책정되어 있었고, 1,200세대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분양 성과에 따른 "성과보수" 조항이 별도로 존재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김 씨를 비롯한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은 "동의할 당시 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법률상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에서 신탁사가 받는 보수는 보통 기본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뉩니다. 기본보수는 사업비 또는 분양수입의 일정 비율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성과보수는 분양 완판이나 사업기간 단축 등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추가로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수수료 구조
· 기본보수: 분양수입의 1.5~3% 또는 총 사업비의 2~4% 수준
· 성과보수: 일정 기준 초과 이익의 일부(통상 5~15%)
· 운영보수: 사업 진행 단계별로 분할 지급되는 운영비
문제는 이 수수료율이 사업장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입니다. 같은 신탁사라도 단지의 규모, 사업성, 경쟁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며, 토지등소유자 입장에서는 이 수수료율이 적정한지 비교할 기준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 인근 유사 사업장의 수수료율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김 씨 사례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동의 당시 신탁사가 수수료 구조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될 때 토지등소유자에게 신탁계약의 주요 내용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수료는 사업비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결국 조합원 분담금으로 연결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단순히 동의서에 작은 글씨로 기재해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실무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설명회에서 어떤 자료가 배포되었는지, 질의응답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등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다툴 때 확인할 자료
· 사업설명회 참석자 명부 및 배포 자료
· 동의서 양식에 첨부된 신탁계약서 초안
· 신탁사 직원과의 상담 녹취·문자·이메일
· 단지 내 홍보 책자, 안내문
실무에서 보면, 수수료 항목이 동의서 부속 서류 깊숙한 곳에 묻혀 있고, 설명회에서는 사업 일정과 분양가 위주의 설명만 이루어진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설명의무 위반을 근거로 수수료 조정이나 계약 일부 무효를 다투어 볼 여지가 생깁니다.
"이미 사업시행자 지정까지 끝났는데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라고 한숨 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신탁수수료 문제는 사업시행자 지정 이후에도 다툴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신탁보수 산정 방식이나 비율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가 모이면 신탁사도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협상 끝에 성과보수 한도를 낮추거나 기본보수율을 조정한 사례들이 종종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이 중대하다면 사업시행자 지정 처분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행정소송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소기간(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제한이 있으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수료 조항만을 대상으로 한 무효확인 청구도 가능합니다. 특히 약관 형태로 일률적으로 적용된 조항 중 지나치게 신탁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 약관규제법상 무효를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정비사업 분쟁을 다루어 오면서 느낀 점은, 신탁수수료 문제는 동의 전 단계에서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일단 사업시행자 지정까지 마무리되면 되돌리기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동의 전 반드시 확인할 것
· 신탁보수율(기본·성과·운영 모두)을 숫자로 명시했는지
· 인근 유사 사업장과 비교했을 때 수수료가 적정한지
· 사업 지연 시 보수 정산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 분담금 추정치에 신탁수수료가 반영되어 있는지
이미 동의가 끝난 상황이시라면, 당장 행동에 나서기보다 우선 그동안 받은 설명회 자료, 동의서 사본, 신탁계약서 초안 등을 한곳에 모아두시는 것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 자료들이 추후 협상이나 분쟁의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또한 같은 단지 내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토지등소유자들이 있다면, 일찍부터 의견을 모아두는 것이 협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혼자 다투는 것보다 단지 차원의 목소리가 모일 때 신탁사의 태도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