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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대여금·채권·보증·채권추심
민사·계약 · 대여금·채권·보증·채권추심 2026.06.13 조회 221

친인척에게 빌려준 돈, 증여로 볼까 대여금으로 볼까

손명숙 변호사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친인척에게 빌려준 돈, 증여인가요 대여금인가요?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형이 사업자금이 부족하다며 동생에게 5,000만 원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동생은 별다른 차용증 없이 형 계좌로 돈을 이체했습니다. 2년이 지나도 형은 갚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동생이 돌려달라고 하자 형은 "그때 네가 준 거 아니었냐"고 답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입니다. 가족 사이니까, 친척이니까 차용증을 쓰지 않고 돈을 건넸는데, 나중에 한쪽은 '빌린 것'이라 하고 다른 쪽은 '받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법적으로 이 구별은 세금 문제에서도, 민사 소송에서도 핵심 쟁점이 됩니다.

핵심 결론 - 증여와 대여금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금전 이전의 법적 성격은 당사자 간의 '의사'에 의해 결정됩니다. 빌려주겠다는 의사(소비대차)인지, 그냥 주겠다는 의사(증여)인지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친인척 사이에서는 그 의사를 명확히 남겨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차용증도 없고, 이자 약정도 없고, 변제기(갚는 날짜)도 정하지 않습니다. 이때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합니다.

법원이 보는 주요 판단 기준

  • 차용증, 이자 약정 등 대여 형식을 갖추었는지
  • 변제(상환) 독촉 내역이 있는지
  • 금액의 규모와 당사자의 경제력 비교
  • 이전 전후의 대화 내용(문자, 카카오톡 등)
  • 세무 신고 내역(증여세 신고 여부)
  • 일부라도 변제한 사실이 있는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빌린 것'이라는 사정이 확인되면 대여금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면 증여로 추정될 위험이 커집니다.

법적 근거 - 민법과 세법의 이중 구조

민법상 소비대차(제598조)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 등을 상대방에게 이전하고, 상대방이 같은 금액을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합니다. 반면 증여(제554조)는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것입니다.

두 계약 모두 별도의 서면이 없어도 성립하지만, 분쟁이 발생하면 돈을 준 쪽이 "빌려준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 실무에서 이 입증 책임은 금전을 이전한 측, 즉 돈을 보낸 사람에게 있습니다.


세법 측면에서는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에 따라, 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취득하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됩니다. 국세청은 친인척 간 계좌이체 금액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대여라는 소명이 부족하면 증여로 추정하여 과세합니다.

증여 추정이 적용되는 친인척 범위와 공제 한도

  • 배우자: 6억 원 (10년간 합산)
  • 직계존비속(부모-자녀): 5,000만 원 (미성년자 2,000만 원)
  • 기타 친족(형제, 사촌 등): 1,000만 원

이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차용 관계를 소명하지 못하면, 증여세(10~50%)가 부과됩니다.

예외 - 대여를 주장하더라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차용증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대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세청과 법원은 형식만 갖춘 '위장 대여'를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1
이자 지급 실적이 전혀 없는 경우

차용증에 이자를 기재해 놓고 실제로 한 번도 이자를 지급한 적이 없다면, 형식적 차용증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세청은 통상 연 4.6%(2024년 기준 법정 적정이자율) 수준의 이자를 기준으로 봅니다.

2
변제기가 지나도 상환 독촉이 없는 경우

약정된 만기일이 지났는데도 돌려달라는 요구가 한 번도 없었다면, 처음부터 상환을 예정하지 않은 증여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3
차주의 상환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

돈을 빌렸다는 사람의 소득이 거의 없고 재산도 없는 상태라면, 애초에 갚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실질적으로 증여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실무 팁 - 대여금으로 인정받기 위한 핵심 조치

상담 현장에서 보면, 돈을 이체한 후 수년이 지나서야 "이것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미 증거가 희미해진 상태에서 시작하면 입증이 매우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다음 사항을 갖춰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여 시점에 반드시 준비할 것

  • 차용증 작성: 대여금액, 변제기, 이자율, 작성일, 양 당사자 서명 기재. 공증까지 받으면 강제집행도 가능해집니다.
  • 이체 시 메모 기재: 계좌이체 적요(메모)란에 '대여금', '빌려주는 돈' 등을 기재합니다.
  • 이자 실제 수수: 소액이라도 매월 또는 매 분기 이자를 이체받으면 대여 사실의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 대화 기록 보존: "빌려줄게", "꼭 갚겠다" 등의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캡처해 보관합니다.

이미 차용증 없이 돈을 보낸 경우에도 방법은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언제쯤 갚을 수 있느냐"는 메시지를 보내고, 상대방이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등 상환 의사를 인정하는 답변을 하면, 이것 자체가 대여 관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도 유효합니다. 내용증명 자체에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일정 시점에 변제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남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증여세 측면에서의 주의사항

설령 당사자 간에는 분명히 빌려준 돈이라 하더라도, 국세청이 증여로 추정하면 납세자 측에서 대여임을 소명해야 합니다. 이때 앞서 말씀드린 차용증, 이자 수수 내역, 변제 독촉 내역이 없으면 소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수천만 원 이상을 이체하는 경우, 국세청은 금융 데이터를 통해 이를 포착하고 사후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증여세 부과 처분을 받은 후 불복하려면 조세심판이나 행정소송까지 가야 하므로, 처음부터 증빙을 확보해 두는 것이 시간과 비용 모두를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금액대별 실무 권장 사항

  • 1,000만 원 이하: 최소한 카카오톡 등 대화 기록에서 대여 사실 확인
  • 1,000만 원 ~ 5,000만 원: 차용증 작성 + 이자 약정 + 분기별 이자 이체
  • 5,000만 원 초과: 차용증 공증 + 이자 실제 수수 + 분할상환 이행 기록 확보

친인척 간 금전 거래는 감정과 법률이 충돌하는 영역입니다. 관계를 생각해서 서류를 남기지 않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지만, 역설적으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관계를 더 크게 훼손하는 원인이 됩니다. 금액이 크든 작든, 빌려주는 것이라면 그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서로를 위한 일입니다.

손명숙
손명숙 변호사의 코멘트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제 경험상 친인척 간 금전 분쟁은 차용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상태에서 소송에 이르면 입증의 벽이 매우 높습니다. 돈을 이체하기 전에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미 이체한 경우라도 상대방의 상환 의사를 확인하는 메시지를 확보해 두시길 권합니다. 상황이 복잡해지기 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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