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 시민이 자신의 SNS에 지역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선거 공약 이행률이 낮다는 취지의 글이었고, 통계 자료까지 첨부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의원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비판이 형사사건으로 번진 것입니다.
공인에 대한 비판은 민주사회에서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핵심 영역입니다. 그러나 모든 비판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와 제311조(모욕)는 공인을 대상으로 한 발언에도 적용될 수 있고, 실제로 기소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두고 있습니다. 공인의 경우 일반인보다 비판 수인 의무(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넓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공인에 대한 비판이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에 부합하고 오로지 공익 목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아래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고위 공무원 등 정치적 공인은 비판 수인 의무가 가장 넓습니다. 반면 연예인이나 기업인은 그 직무 범위 내에서만 공인성이 인정됩니다. 비판의 내용이 대상자의 공적 영역과 관련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공인이라 하더라도 순수한 사적 영역(가족관계, 건강, 연애 등)에 대한 사실 적시는 형법 제310조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의정활동, 업무 수행, 공적 발언에 대한 비판과 사생활 폭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형법 제310조가 적용되려면 적시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진실이란 세부적인 점에서 완전히 일치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비판 글을 올리기 전에 출처와 근거자료를 반드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반면 "그 정책은 무능하다"와 같은 가치 판단은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 표명으로,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죄 해당 여부가 문제됩니다. 다만 의견 표명의 형식을 빌렸더라도 그 안에 구체적 사실이 포함되어 있으면 사실 적시로 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판의 내용이 정당하더라도,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모욕적이면 형법 제311조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넘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을 모욕으로 봅니다. 비속어, 혐오 표현, 외모 비하 등은 비판과 무관하게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는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를 요구합니다. 실무에서 "오로지"는 주된 동기가 공익이면 족하다고 해석됩니다. 그러나 개인적 원한이나 경쟁 관계에서 비롯된 비판이라면 공익 목적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비판의 동기가 공적 관심사에 대한 문제 제기인지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고소를 당했을 때 위법성 조각사유를 주장하려면, 자신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점을 소명할 증거가 필요합니다. 공공 데이터, 언론 보도, 공식 문서 등의 출처를 비판 글 게시 시점에 캡처하여 보관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웹페이지가 삭제되거나 수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많은 분들이 "공인이니까 뭐라고 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인에 대한 비판의 자유가 넓게 인정된다는 것과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특히 온라인에서의 표현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의해 가중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 허위사실을 게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이는 일반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2항,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보다 무거운 형벌입니다.
또한 비판 글을 삭제했더라도 이미 고소가 접수된 상태라면 수사가 진행됩니다. 삭제 자체가 증거인멸로 해석될 여지도 있으므로, 고소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섣불리 게시물을 삭제하기보다 법적 조언을 먼저 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인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권리를 행사할 때에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비판하는 시민 자신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위 7가지 체크리스트를 모두 충족하는 비판이라면, 설령 공인 측에서 고소하더라도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한 가지라도 흠결이 있다면 형사처벌의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