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얼마 전 한 40대 남성분이 상담을 요청해 오셨습니다. 오랜 기간 난치성 뇌전증(간질)으로 고통받아 온 그분은, 해외에서 의료용 대마 성분의 약을 복용하고 증상이 크게 호전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같은 약을 계속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약을 구하는 과정에서 불법의 경계를 넘을 뻔한 상황까지 갔다고 합니다.
이처럼 의료용 대마의 합법 사용 범위는 생각보다 좁고,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2018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 개정으로 의료용 대마 사용이 일부 허용되었지만, 정확한 요건을 모른 채 사용하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아래 7가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사용 가능한 대마 성분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허가한 품목에 한정됩니다. 대표적으로 에피디올렉스(Epidiolex, CBD 성분)와 사티벡스(Sativex, THC+CBD 혼합) 등이 있으며, CBD 오일이라 하더라도 식약처 미허가 제품은 불법입니다. 해외 직구나 개인 수입으로 구한 CBD 제품 역시 허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은 모든 질환에 처방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국내에서 인정되는 주요 대상 질환은 난치성 뇌전증, 항암치료로 인한 구역 및 구토, 후천면역결핍증(AIDS) 관련 식욕부진 등에 한정됩니다. 단순 불면증이나 만성 통증 등을 이유로 의료용 대마를 사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합법적 사용을 위해서는 해당 질환을 진료하는 전문의의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처방전에는 기존 치료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소견, 대마 성분 의약품의 필요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일반의(GP)의 소견서만으로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전문의 처방이 있더라도 곧바로 약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약류관리법 제4조 및 관련 시행규칙에 따라, 환자(또는 의료기관)가 식약처에 개인 수입 허가 신청을 해야 합니다. 필요 서류는 처방전, 전문의 소견서, 환자 동의서 등이며, 심사 기간은 약 2~4주가 소요됩니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반입이나 사용은 밀수입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식약처 승인이 나더라도 무제한 사용이 허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승인서에는 투여 용량, 사용 기간, 수입 수량이 구체적으로 명시됩니다. 승인된 양을 초과하여 보유하거나 사용 기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복용하면 마약류 불법 소지(마약류관리법 제3조 위반)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승인 기간 만료 전에 재신청 절차를 미리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의 사용 허가는 철저히 개인에게 귀속됩니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처방받은 약을 나누어 쓰거나 양도하는 행위는 마약류 수수죄에 해당합니다. 마약류관리법상 마약 수수죄의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선의로 나누어 준 경우에도 예외 없이 처벌 대상이 되므로, 절대로 타인에게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대마 성분 의약품을 국내로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에도 별도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입국 전 식약처의 사전 반입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입국 시 세관에 마약류 반입 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승인 없이 반입하면 마약류 밀수입죄(마약류관리법 제58조)가 적용되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해외 처방전만으로는 국내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의료용이라 하더라도 위 절차를 벗어나 대마를 사용하면 일반 마약 범죄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됩니다. 주요 처벌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마 흡연 및 불법 소지 :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대마 수수(양도 및 양수) : 1년 이상 징역
대마 밀수입 : 5년 이상 징역 (영리 목적 시 무기 또는 10년 이상)
상습범 가중 : 해당 형의 1/2까지 가중
특히 초범이라 하더라도 대마 관련 범죄는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모발 검사, 소변 검사 등을 통해 사용 사실을 확인하며, 해외에서의 사용 역시 속인주의(屬人主義) 원칙에 따라 국내법으로 처벌됩니다.
앞서 소개한 40대 남성분의 경우, 다행히 전문의 상담을 통해 식약처 승인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아 합법적으로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분처럼 올바른 절차를 아는 경우는 드뭅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위험한 오해들이 있습니다. 'CBD 오일은 대마가 아니다', '해외에서 합법이면 한국에서도 괜찮다', '의사가 권하면 식약처 승인 없이도 된다' 등의 인식은 모두 사실과 다릅니다. CBD 제품이라 하더라도 THC 함량 기준(0.001% 이상)을 초과하거나 식약처 미허가 제품이면 마약류에 해당합니다.
핵심 정리
의료용 대마의 합법 사용은 (1) 식약처 허가 의약품일 것, (2) 대상 질환에 해당할 것, (3) 전문의 처방이 있을 것, (4) 식약처 개인 수입 승인을 받을 것, 이 네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한 가지라도 빠지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대마 관련 법률은 예외를 극히 좁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준수하는 것만이 합법적 사용의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