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50대 중반의 자영업자 한 분이 치과에서 임플란트 식립 수술을 받은 뒤 수개월이 지나도 통증과 염증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재수술을 받고 나서야 원인을 알게 되었는데, 식립된 임플란트 고정체(픽스처)의 표면 처리에 결함이 있어 뼈와 제대로 유합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 자체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였습니다. 이처럼 의료용 임플란트 부작용이 의료진의 과실이 아니라 제품 결함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고령화와 함께 임플란트 시술은 급격히 늘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 확대 이후 시술 건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면서, 그에 비례해 부작용을 호소하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임플란트 부작용에서 제조물책임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임플란트 부작용 피해자분들은 대부분 치과(의료진)만을 상대로 다투려 합니다. 그러나 결함의 원인이 제품 자체에 있다면 제조사·수입사까지 책임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플란트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피해의 원인입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의료과실입니다. 시술 과정에서 신경을 손상시키거나, 식립 각도·위치를 잘못 잡거나, 소독·위생 관리가 미흡해 감염이 생긴 경우입니다. 이때는 담당 의료진과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의료 민사) 영역이 됩니다.
둘째는 제품 결함입니다. 임플란트 고정체, 지대주(어버트먼트), 보철물 자체에 설계·제조·표면처리상의 하자가 있거나, 사용·주의사항 표시가 부실해 발생한 피해입니다. 이 경우 제조물책임법(PL법)이 적용됩니다. 의료용 임플란트는 명백히 '제조물'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제조물책임법상 '결함'의 3가지 유형
· 제조상 결함: 설계와 다르게 제조되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불순물 혼입, 표면처리 불량 등)
· 설계상 결함: 합리적 대체설계를 채용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위험
· 표시상 결함: 사용·주의사항 등 적절한 설명·경고를 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책임법의 가장 큰 특징은 과실 책임이 아니라 결함 책임이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조물책임은 제조사가 '과실이 있었는지'를 따지지 않고, 제품에 '결함이 있었는지'와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했는지'만 증명하면 됩니다.
여기에 더해, 2017년 개정 이후 입증책임이 상당히 완화되었습니다. 피해자가 ①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②사회통념상 제조업자의 지배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손해가 생겼고 ③그 손해가 제품 결함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품에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손해가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복잡한 의료기기의 내부 결함을 피해자가 과학적으로 전부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규정입니다.
또한 제조물책임은 제조사뿐 아니라 수입업자, 그리고 제조사를 알 수 없을 때는 공급업자까지 책임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상당수 임플란트 제품이 해외에서 수입되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 수입사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큰 실익입니다.
결함 추정 규정이 있다고 해서 아무 준비 없이 소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피해 회복의 성패는 결국 자료 확보에서 갈립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기간(제척기간)입니다. 제조물책임은 손해 및 배상의무자를 안 날부터 3년 내에 청구해야 하고, 제품이 공급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신체에 축적되어 서서히 나타나는 손해는 실제로 피해가 드러난 때부터 기간을 따지므로, 자신의 사례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임플란트를 비롯한 의료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제품 결함을 둘러싼 분쟁은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됩니다. 과거에는 '수술이 잘못됐나'라는 의료과실 중심으로만 접근했지만, 이제는 제품 자체의 안전성을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분쟁의 축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의료진과 제조사·수입사를 모두 시야에 두고, 어느 쪽에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부작용을 겪은 직후의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제품 정보와 제거된 검체, 의무기록이 흩어지기 전에 체계적으로 확보해 두는 것이 피해 회복의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