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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 임금체불·수당·퇴직금 2026.06.21 조회 63

파견근로자 임금체불, 원청 회사도 책임져야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최서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도숲 · 서울특별시 강남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3년 넘게 일해 온 김모 씨(42세)는 월급날이 지나도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파견업체 담당자에게 연락했더니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고, 결국 파견업체는 폐업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김 씨가 매일 출퇴근하며 지시를 받았던 곳은 원청 공장이었지만, 원청 측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견근로자의 임금체불에 대해 원청이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지, 많은 근로자들이 의문을 품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원청은 분명히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파견근로와 도급의 구분이 왜 중요한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을 받아 근로하게 하는 것"을 근로자파견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반면, 도급은 수급인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지점이 바로 이 구분입니다. 형식적으로 도급 계약서를 작성했더라도, 실질적으로 원청이 근로자의 작업 배치, 근무시간, 업무 방법 등을 직접 지시하고 통제했다면 불법파견(위장도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위장도급 판단의 핵심 기준

- 원청이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했는가

- 근로자의 근태 관리를 원청이 했는가

- 원청 직원과 동일한 작업 공간,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는가

- 수급인(파견업체)에게 독립적 사업 운영 능력이 있는가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아닌 근로 제공의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제조업 현장에서 이 기준에 따라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사례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습니다.

원청의 임금 지급 책임이 발생하는 3가지 경로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원청에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주로 활용되는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 (제6조의2)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또는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곳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원청(사용사업주)은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직접고용 의무가 인정되면 원청은 고용 시점 이후의 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2
불법파견(위장도급) 인정 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도급 계약의 형식을 갖추었으나 실질이 파견에 해당하는 경우, 판례는 원청과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경우 원청은 사용자로서 임금 지급 의무를 직접 부담하게 됩니다.
3
근로기준법상 임금 연대책임 (제44조, 제44조의2)
직상 수급인(원청)이 도급에 따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도급한 경우,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때에는 원청도 연대하여 책임을 집니다. 또한 건설업의 경우 제44조의2에 따라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 입증 없이도 연대책임이 인정됩니다.

실무에서 원청 책임 인정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원청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 범위는 경로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직접고용 의무 위반의 경우 -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 시점부터 근로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보아, 해당 기간의 임금 전액(기본급, 상여금, 각종 수당 포함)과 지연이자(연 20%)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 역시 원청 기준으로 재산정됩니다.

다만 실무 현장에서 보면, 원청 측은 "파견업체가 임금을 지급했으므로 이중지급에 해당한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법원은 파견업체가 지급한 임금이 원청 기준 임금에 미달하는 차액 부분에 대해 원청의 지급 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44조의 연대책임은 임금에 한정됩니다. 퇴직금이나 해고예고수당은 임금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의 법적 구성이 필요한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최근 추세와 향후 전망

최근 몇 년간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이 보다 실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도급 계약서의 형식이 상당히 존중되었으나, 현재는 원청의 실질적 지휘 감독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근로자파견 관련 진정 건수는 전년 대비 약 18% 증가했으며, 특히 제조업과 물류업에서의 위장도급 관련 분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경제 확산과 함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실질적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둘러싼 분쟁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파견근로자가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

- 근로계약서상 사용자와 실제 지시를 내리는 자가 다른지

- 동일 원청에서 2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지

- 원청 직원과 같은 업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는지

- 임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미지급된 내역이 있는지

파견업체가 폐업하거나 재정적 능력이 없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법적 경로를 통해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불법파견이나 묵시적 근로관계의 입증에는 근무 당시의 구체적인 증거 확보가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업무 지시 내역, 출퇴근 기록, 작업 배치표, 원청 직원과의 카카오톡 대화 등을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최서영
최서영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도숲 · 서울특별시 강남구
파견근로 관련 사건을 다루다 보면, 근로자 본인이 파견인지 도급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핵심은 계약서의 형식이 아니라 누가 실질적으로 지시하고 관리했느냐이며,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근무 중에 확보해두는 것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임금이 밀리기 시작했다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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