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소규모 학원을 운영하던 40대 원장 C씨는 어느 날 학부모 커뮤니티에 자신에 관한 글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C 원장이 학원 수강료를 빼돌려 개인 투자에 사용했다"는 내용이었고, 해당 글은 이틀 만에 수백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완전한 허위사실이었다는 점입니다.
C씨는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결심했지만, 막상 준비를 시작하자 "대체 무엇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했다고 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형사 유죄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민사 손해배상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청구 전에 아래 7가지 항목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서 가장 핵심적인 입증 사항입니다. 민사 소송에서는 피해자(원고) 측이 해당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강료를 빼돌렸다"는 주장에 대해, 학원 회계장부, 세무 신고 자료, 통장 거래내역 등을 통해 허위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실이 아니다"라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며,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손해배상 청구의 법적 근거인 민법 제750조(불법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을 요건으로 합니다. 가해자가 해당 내용이 거짓임을 알면서 유포했다면 고의에 해당하고, 진위 확인 없이 함부로 퍼뜨렸다면 과실에 해당합니다. 가해자와의 대화 기록, 게시글 작성 전후 정황, 정보 출처 확인 여부 등이 고의 또는 과실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는 '공연히(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사실을 적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온라인 게시글, SNS 포스팅,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등은 공연성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반면, 1:1 대화에서 한 발언은 '전파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공연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민사 손해배상에서도 이 공연성 요건은 위법성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게시글에서 피해자의 실명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더라도, 주변 정황을 통해 "누구를 가리키는지" 일반인이 알 수 있다면 피해자 특정성이 인정됩니다. "00동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원장"처럼 기술된 경우,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C씨임을 인식할 수 있으므로 특정성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불명확하면 청구 자체가 기각될 위험이 있으므로, 제3자 진술서 등으로 보강하는 것이 좋습니다.
허위사실 유포 이후 학원 수강생 이탈, 매출 감소, 계약 해지 등 실질적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여 입증해야 합니다. 유포 전후 매출 비교 자료, 수강생 수 변화 기록, 해지 통보 문서 등이 핵심 증거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재산적 손해의 인과관계 입증이 가장 어려운 부분에 해당합니다. 명예훼손 행위와 매출 감소 사이에 다른 원인(계절적 요인, 경쟁 학원 개원 등)이 개입되면 인과관계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산적 손해 입증이 어렵더라도, 위자료(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는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위자료 산정 시 허위사실의 내용과 심각성, 유포 범위와 기간,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와 직업, 가해자의 동기와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실무상 온라인 명예훼손 위자료는 3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나, 피해 정도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게시글 조회수, 댓글, 공유 횟수 등 유포 범위를 보여주는 자료를 미리 캡처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라인 게시글은 언제든 삭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 확보입니다. 게시글 전체 화면 캡처(URL, 작성 일시, 작성자 ID 포함), 댓글과 공유 현황 캡처, 해당 페이지의 웹 아카이브 저장이 기본입니다. 가능하다면 공증사무실에서 사실확인 공증을 받아두면 증거력이 한층 강화됩니다. 게시글이 삭제된 후에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로그 보존을 요청하거나, 법원을 통한 증거보전 신청(민사소송법 제375조)을 검토해야 합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서 입증 책임은 형사와 민사에서 다르게 작동합니다. 형사 재판에서는 검찰이 "적시된 사실이 허위"임을 증명해야 하지만, 민사 소송에서는 원고(피해자)가 허위성, 위법성, 손해,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가해자가 적시한 내용이 진실임을 항변(위법성 조각 사유)할 경우, 그 진실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가해자에게 전환됩니다.
이 구조를 모르고 소송에 임하면, 형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니 민사에서도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형사 유죄 판결은 민사 재판에서 유력한 참고자료가 되지만, 손해액의 구체적 입증까지 대체해 주지는 않습니다.
첫째, 소멸시효입니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766조). 형사 고소에 집중하다가 민사 시효를 놓치는 사례가 실무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둘째, 원상회복 청구입니다. 금전 배상 외에도 민법 제764조에 따라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사과문 게재, 정정보도 요청 등)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업적 신용이 훼손된 경우, 금전 배상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병행 청구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가해자가 게시글 삭제와 사과를 제안하며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합의 시 향후 추가 청구 포기 조항이 포함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서 작성 단계에서 법적 검토 없이 서명하면, 나중에 추가 피해가 확인되더라도 청구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