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한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3년 전 체결한 프랜차이즈 계약서에 "이의가 없으면 자동으로 갱신된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그 조항은 효력이 없다"며 계약 종료를 통보해 왔다는 것입니다. 분명 계약서에 적혀 있는 문구인데도 효력을 부정당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동갱신 조항은 그 자체로 무효인 것이 아니지만, 작성 방식과 운용 과정에 따라 효력이 제한되거나 부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분쟁이 반복되는 지점은 대부분 "몰랐다", "동의한 적 없다", "조건이 불공정하다"는 세 가지로 귀결됩니다.
아래 항목들은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검토할 때, 또는 이미 체결된 계약의 자동갱신 여부를 판단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자동갱신 조항의 효력이 인정되려면, 양 당사자가 해당 조항의 존재와 내용을 인식하고 합의했어야 합니다. 계약서 말미에 작은 글씨로 삽입되어 있거나, 약관 속에 묻혀 있어 상대방이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제3조에 따라 약관 편입 자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별도 서명란" 또는 "고지 확인란"을 두어 인식 여부를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별도 해지 통보가 없는 한 자동 갱신한다"는 문구만 있고, 갱신 기간(예: 1년 단위)이나 갱신 횟수 제한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사실상 "영구 계약"에 해당할 수 있어 법원에서 해석상 제한을 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갱신 1회당 기간, 최대 갱신 횟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동갱신을 원치 않을 때 해지 의사를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통보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만료 6개월 전까지 내용증명으로 통보"라는 조건이 있는데, 계약 기간이 1년이라면 해지 기회가 사실상 6개월밖에 주어지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통상 30일~90일 전 서면 통보가 합리적 기한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갱신 시 "동일 조건으로 갱신"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면, 임대료 인상이나 수수료율 변경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갱신 시 갑이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일방적 변경권은 약관규제법 제10조(계약 내용의 변경 제한)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갱신 조건 협의 절차, 협의 불성립 시 처리 방법까지 기재해 두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약관에 포함된 자동갱신 조항은, 약관규제법 제6조(불공정 약관 무효) 심사 대상이 됩니다. 특히 소비자 또는 영세 사업자가 상대방인 경우, 자동갱신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판단되면 무효 처리됩니다. 프랜차이즈, 학원 수강, 정기구독 서비스 등에서 이 쟁점이 자주 등장합니다.
계약 유형에 따라 자동갱신에 관한 특별 규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전자상거래법은 정기구독 서비스의 자동갱신 시 사전 고지 의무를 부과합니다. 또한 가맹사업법에서도 가맹계약 갱신 관련 별도 절차를 요구합니다. 해당 계약이 특별법 적용 대상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최근 소비자 보호 강화 추세에 따라, 자동갱신이 임박했음을 상대방에게 미리 알려야 하는 의무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에서는 갱신 14일 전까지 이메일이나 문자로 고지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갱신 후에도 계약을 해지하고 환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B2B 계약이라 하더라도 사전 고지 절차를 약정해 두면, 추후 "몰랐다"는 항변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무상 자동갱신 관련 분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어떤 유형이든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계약 체결 당시의 기록입니다. 계약서 원본은 물론이고, 계약 전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메시지, 약관 고지 확인서 등을 보관해 두어야 유리한 입증이 가능합니다.
자동갱신 조항을 유효하게 유지하면서 분쟁을 예방하려면, 다음 사항을 계약서에 반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자동갱신 조항을 별도 조항으로 분리하고, 해당 조항 옆에 각 당사자의 서명 또는 날인란을 마련합니다. 이를 통해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갱신 기간, 갱신 횟수 제한, 해지 통보 기한(만료일 기준 최소 30일~90일 전), 통보 방법(서면, 이메일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합니다.
셋째, 갱신 시 조건 변경이 필요한 경우의 협의 절차와 협의 불성립 시 계약 종료 여부를 규정합니다.
넷째, 갱신 임박 시 사전 고지 의무(예: 만료 30일 전 서면 통지)를 양 당사자에게 부과하는 조항을 넣어 두면, 분쟁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계약 자동갱신 조항은 편리한 장치이지만, 그만큼 세밀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위 7가지 체크포인트를 기준으로 기존 계약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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