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형사범죄 폭행·상해·협박
형사범죄 · 폭행·상해·협박 2026.07.10 조회 77

협박죄 해악 고지, 어디까지 말해야 처벌받을까? 사례로 보는 성립 기준

조희경 변호사
법무법인 솔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오랜 거래처와의 분쟁 끝에 화가 난 나머지 "가만 안 두겠다"는 말을 내뱉었는데, 상대방이 이를 녹음하여 협박죄로 고소한 것입니다. 본인은 "그냥 화가 나서 한 말"이었을 뿐인데, 과연 이 정도의 발언도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요?

협박죄는 형법 제283조에 규정된 범죄로, 사람을 협박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쟁점은 바로 "해악의 고지"가 어느 정도여야 협박죄가 성립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그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위 - 일상적 분쟁에서 형사 고소까지

사건 개요

서울에서 의류 도매업을 운영하는 A씨(52세)는 3년 넘게 거래해 온 소매업자 B씨(47세)와 약 2,800만 원의 미수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수차례 전화 독촉에도 B씨가 이를 미루자, A씨는 B씨의 매장을 직접 찾아가 아래와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A씨의 발언 1: "돈 안 갚으면 거래처마다 다 연락해서 당신이 얼마나 사기꾼인지 소문낼 거야."

A씨의 발언 2: "내가 사람을 보내서라도 반드시 받아내겠다. 가만 안 둔다."

A씨의 발언 3: "매장 영업 못 하게 해줄 테니 두고 봐."

B씨는 이 발언들을 매장 내 CCTV 음성 기록과 동행했던 직원의 증언으로 확보한 뒤, A씨를 협박죄로 형사 고소하였습니다. A씨는 "채권자로서 정당한 독촉이었을 뿐"이라고 항변하였습니다.

쟁점 1 - 해악 고지의 구체성과 현실성

협박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란, 일반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의 해악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여기서 실무상 핵심이 되는 것은 해악의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지 여부입니다.

협박 성립 가능성 높음

"사람을 보내서 받아내겠다" - 물리력 행사를 암시하는 구체적 해악

"영업 못 하게 해주겠다" - 재산상 손해를 가할 것이라는 현실적 위협

협박 성립 가능성 낮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 정당한 권리 행사의 고지

"다시는 거래 안 하겠다" - 거래 자유에 해당하는 의사 표현

판례의 입장은 "해악의 고지가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언어나 거동(몸짓)으로써 상대방에게 어떤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면 족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해악의 내용은 행위자가 직접 좌우할 수 있거나, 좌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항이어야 합니다.

A씨의 발언 중 "사람을 보내겠다"는 표현은 물리적 위해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비록 A씨가 실제로 사람을 보낼 의사가 없었더라도, 협박죄는 해악을 실현할 의사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고지 자체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쟁점 2 - 감정적 발언과 협박의 경계

"가만 안 둔다"와 같은 표현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감정적 언사(언어적 표현)입니다. 이런 막연한 표현도 협박죄의 해악 고지에 해당할까요?

판례의 판단 기준: 해악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발언의 문언(글자 그대로의 뜻)만이 아니라, 발언 당시의 구체적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발언의 전후 맥락, 상대방이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즉 "가만 안 둔다"는 말 자체만으로는 막연할 수 있지만, A씨가 이 말을 하면서 동시에 "사람을 보내겠다", "영업 못 하게 하겠다"는 구체적 해악을 함께 고지한 정황이 있으므로, 해당 표현도 전체 발언의 맥락 속에서 협박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단순히 "가만 안 둔다"는 말만 했고, 전후 맥락에서도 구체적 해악이 드러나지 않으며, 우발적인 감정 표출에 불과한 경우에는 협박죄 성립이 부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이 구체적인 위험을 느낄 수 있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쟁점 3 - 채권 추심 과정의 발언, 정당한 권리 행사인가

A씨 측에서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방어 논리는 "채권자로서 미수금을 받기 위한 정당한 독촉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당한 권리 행사의 일환으로 하는 말은 설령 상대방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더라도 위법성이 조각(제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 수단의 상당성: 채권 추심의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여야 합니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수단이지만, "사람을 보내겠다"는 것은 정당한 수단이 아닙니다.
  • 목적의 정당성: 채권 회수라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명, 신체, 재산, 자유, 명예 등에 대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만으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 법익의 균형: 보호하려는 이익(채권 회수)과 침해하는 이익(상대방의 의사결정 자유) 사이에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A씨의 경우, 거래처에 소문을 내겠다는 발언은 B씨의 명예와 신용에 대한 해악 고지에 해당하고, 영업을 못 하게 하겠다는 발언은 재산상 손해에 대한 해악 고지에 해당합니다. 이는 채권 추심의 정당한 수단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무적 핵심 정리

채권자라 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고지를 넘어, 상대방의 신체나 재산, 명예에 직접적 해악을 가할 것처럼 말하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권리 행사와 협박의 경계는 "수단의 적정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해악 고지의 정도 - 실무에서의 판단 기준 정리

실무에서 협박죄의 해악 고지 정도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객관적 기준의 적용

해악의 고지가 협박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일반인(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극도로 예민한 사람이 겁을 먹었다고 해서 무조건 협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 해악의 내용별 유형

  • 생명, 신체에 대한 해악: "죽여버리겠다", "다리를 분지르겠다" - 비교적 쉽게 협박죄 인정
  • 재산에 대한 해악: "가게를 부수겠다", "영업 못 하게 하겠다" - 구체적이면 인정
  • 명예에 대한 해악: "인터넷에 다 퍼뜨리겠다", "회사에 알리겠다" - 맥락에 따라 인정
  • 자유에 대한 해악: "가두겠다", "못 나가게 하겠다" - 인정 가능성 높음

3. 상대방과의 관계 고려

같은 말이라도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사람이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조직폭력 배경이 있는 사람이 한 경우와 일반인이 한 경우, 그 해악의 현실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해악 고지는 단발성 발언보다 협박죄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실무적 교훈

A씨 사례를 통해 정리할 수 있는 실무적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아무리 정당한 채권이 있더라도, 추심 과정에서의 발언은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수준을 넘어서지 않아야 합니다. 감정이 격해지더라도 신체적 위해나 영업 방해를 암시하는 표현은 협박죄 성립의 빌미가 됩니다.

둘째, 협박죄는 해악을 실제로 실행할 의사가 없어도 성립합니다. "그냥 겁주려고 한 말"이라는 항변은 법적으로 유효한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셋째, 상대방과의 대화가 녹음되거나 기록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매장 내 CCTV, 통화 녹음, 카카오톡 메시지 등은 모두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분쟁 상황에서 감정이 앞서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한순간의 감정적 발언이 형사 고소로 이어지면, 채권자였던 A씨가 오히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는 역전 상황이 벌어집니다. 채무자에 대한 추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감정적 대면보다는 내용증명 발송이나 민사소송, 지급명령 등 법적 절차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조희경
조희경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솔 · 서울특별시 서초구
협박죄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발언이 해악 고지로 인정되어 처벌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채권 추심 과정에서의 발언은 녹음 등으로 증거화되기 쉬우므로, 감정적 대면 대신 법적 절차를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이미 고소를 당한 상황이라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므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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