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형제 세 명이 서울 소재 아파트 한 채를 공동으로 상속받았는데, 큰형이 "내가 부모님을 모셨으니 당연히 내가 살겠다"며 7년째 혼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두 동생은 월세 한 푼 받지 못한 채 세월만 흘려보낸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부동산을 단독으로 사용하면서 다른 상속인에게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는 실무에서 매우 빈번합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산해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가족 관계까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된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법적 절차를 통해 정산을 받을 수 있는지, 단계별로 풀어보겠습니다.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재산은 법정상속분(민법 제1009조)에 따라 공동상속인 전원의 공유가 됩니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형제 세 명이 각각 3분의 1 지분을 가지게 됩니다.
이때 한 사람이 전체 부동산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면, 다른 공유자의 지분에 해당하는 사용 이익(임료 상당액)을 법률상 원인 없이 얻고 있는 셈입니다.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부동산의 상태와 단독 사용 기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단독 사용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전입세대 열람 내역, 관리비 납부 기록, 택배 수령 기록 등이 모두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소송에 앞서 단독 사용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사용이익 정산을 요구합니다. 이 단계는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두 가지 실익이 있습니다.
소요 기간: 발송 후 회신 대기 약 2~4주
비용: 내용증명 우편 요금 약 5,000~7,000원, 변호사 대리 작성 시 20만~50만 원
협의가 결렬되면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청구 내용은 크게 두 부분입니다.
관할 법원: 부동산 소재지 관할 법원
소요 기간: 1심 기준 통상 8개월~1년 6개월
비용: 인지대(청구금액에 따라 산정) + 송달료 + 변호사 선임비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은 통상 감정인을 선임하여 해당 부동산의 적정 차임(임료)을 산정합니다. 이 감정 결과가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이 단계에서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법원이 조정을 권고하면 양측이 합의금을 조율하게 되는데, 감정 결과가 나온 뒤의 조정이 현실적인 숫자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공률이 비교적 높습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단독 사용자는 산정된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임의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재산 압류, 부동산 경매 등)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만 단독으로 진행하기보다, 상속재산분할 심판(가사비송사건)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을 누가 취득할 것인지를 분할 심판으로 정하고, 단독 사용 기간의 이익은 부당이득 소송으로 정산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두 절차는 관할이 다를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분할은 가정법원, 부당이득반환은 민사법원 소관이므로 각각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절차에 들어가기 전, 몇 가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첫째, 사용 대가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만약 "형이 관리비만 내고 살아라"라는 구두 합의가 있었다면, 부당이득 청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합의의 존재와 범위는 주장하는 측이 입증해야 합니다.
둘째, 단독 사용자가 부동산 유지에 지출한 비용을 파악합니다. 단독 사용자가 부동산의 수선비, 재산세, 관리비 등을 부담해왔다면 이 금액은 부당이득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반론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미리 계산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다른 상속재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합니다. 예금, 주식, 다른 부동산 등 전체 상속재산을 파악해야 분할과 정산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국세청 상속세 과세자료, 금융거래 조회(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족 사이의 재산 문제는 감정적으로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러나 법적 권리를 포기하면 불공평한 상태가 고착되고, 오히려 가족 관계가 더 깊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법리를 이해하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절차를 밟는 것이, 결국 모든 당사자에게 가장 공정한 해결로 이어집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