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고, 실제로 설립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적지 않습니다. 노조법상 '근로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설립 이후 단체교섭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사용사업주의 교섭 의무는 어떻게 되는지 등 법 개정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쟁점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현재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약 23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배달 라이더,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대리운전 기사, 골프장 캐디 등 직종이 다양하고, 이들의 노동 현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이들은 '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3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2021년 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 개정이 가장 중요한 변화입니다. 개정 전에는 노조법상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규정했고, 대법원은 이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넓게 해석해왔습니다.
개정 노조법 제2조 제1호 핵심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이때 타인과의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노무제공자로서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자를 포함한다.
이 개정으로 인해 계약 형식이 위임, 도급, 프리랜서 등으로 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하는 사람이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가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법적 근거입니다.
다만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여전히 논쟁이 있습니다. "노무제공자로서 보호할 필요성"의 구체적 판단기준이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법 개정 이전부터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축적해왔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학습지 교사 사건 - 회사가 배정한 회원을 교육하고, 사실상 업무 지시를 받으며, 수입의 대부분을 그 회사에 의존하는 학습지 교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
골프장 캐디 사건 - 골프장 운영 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캐디피를 지급받는 캐디에 대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
배달 플랫폼 라이더 사건 - 플랫폼이 배달 건별 보수를 산정하고, 배차 알고리즘에 의해 사실상 업무가 배정되는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방향으로 판단
판례가 중시하는 핵심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이 세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따져서 판단하되, 그 중에서도 경제적 종속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조합 설립 절차 자체는 일반 노동조합과 동일합니다. 설립 총회를 개최하고, 규약을 제정한 뒤, 관할 행정관청(고용노동부 지방관서)에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신고 후 보완 요구가 없으면 3일 이내에 신고증이 교부됩니다.
그러나 설립 이후 실무에서 부딪히는 쟁점이 더 큽니다.
쟁점 1: 교섭 상대방 확정의 어려움
특수고용직은 다수의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누구를 교섭 상대방으로 삼아야 하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빈번합니다. 특히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플랫폼 운영사, 배달 대행업체, 가맹점주 등 다단계 구조가 얽혀 있어 교섭 당사자 확정이 쉽지 않습니다.
쟁점 2: 단체교섭 사항의 범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 전통적 교섭 사항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수수료율, 배정 알고리즘, 계약 해지 기준 등 해당 직종 특유의 사항이 교섭 대상이 되는데, 이에 대한 법적 기준이 아직 충분히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쟁점 3: 쟁의행위(파업)의 정당성
특수고용직 노조의 쟁의행위가 정당한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접속 거부, 일괄 계약 해지 등의 행위가 노조법상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는 향후 판례 축적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2022년부터 시행된 노무제공자 보호에 관한 법률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법은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등 14개 직종을 노무제공자로 지정하고, 산재보험 적용, 고용보험 적용, 부당한 계약 해지 금지 등의 보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른 보호와 노조법상 단결권은 별개입니다. 다시 말해, 노무제공자 보호법에 의해 개별적 보호를 받는 것과 별도로 노동조합을 통한 집단적 교섭권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두 법의 보호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수고용직의 노조 설립 가능성은 이미 법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첫째, 교섭 구조의 정비가 시급합니다. 플랫폼 경제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1:1 교섭 모델로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업종별 교섭, 지역별 교섭 등 새로운 교섭 모델에 대한 입법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실효성 문제가 있습니다. 사업자가 노조 가입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배정을 줄이는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아직 부족합니다.
셋째, 사회보험과의 연계입니다. 노조를 통해 교섭권을 확보하더라도, 4대 보험 적용, 퇴직금, 연차휴가 등 근로기준법상 보호와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 부분은 노조 교섭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입법적 보완이 뒤따라야 합니다.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은 더 이상 "가능한지 여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실질적 교섭력을 확보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이동했습니다. 법 개정으로 문은 열렸지만, 그 문 안에서의 구체적 권리 행사 방법은 이제 당사자, 사업자, 그리고 법원과 행정기관의 실무 축적에 달려 있습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