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드릴 준비, 되어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도준 도일석 변호사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제들끼리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협의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마음이 무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상속인 중 한 명에게 빚이 있는 경우, 채권자가 나중에 상속재산 협의분할을 문제 삼아 취소를 요구하는 일이 실무에서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오늘은 빚이 있는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거나 적게 받기로 협의했을 때, 이것이 사해행위 취소(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려 채권자를 해치는 행위를 되돌리는 것)의 대상이 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례로 살펴보기
대전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52) 씨는 사업 자금으로 지인 박모 씨에게 8,000만 원을 빌린 상태였습니다.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시가 4억 원 상당의 아파트가 상속 대상이 되었는데, 상속인은 김 씨와 여동생 둘이었습니다. 두 남매는 협의를 통해 아파트 전부를 여동생 명의로 하기로 하고, 김 씨는 상속분을 전혀 받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채권자 박 씨는 "김 씨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상속분을 포기한 것"이라며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여동생 입장에서는 "정당하게 협의한 것인데 왜 문제가 되나" 싶어 억울하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뻔히 빚이 있으면서 재산을 넘긴 것"이라고 느끼실 수 있죠. 법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쟁점별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속재산 협의분할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 협의분할은 공동상속인 사이에서 이미 공유가 된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하는 행위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즉 김 씨처럼 채무가 재산보다 많은 상태(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몫을 받지 않기로 협의했다면, 그만큼 자신의 책임재산(빚을 갚을 수 있는 재산)이 줄어드는 결과가 됩니다. 민법 제406조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핵심 판단 요소
1) 협의분할 당시 상속인이 채무초과 상태였는가
2) 법정상속분보다 적게 받아 책임재산이 감소했는가
3) 채권자를 해한다는 인식(사해의사)이 있었는가
사례의 경우 김 씨의 법정상속분은 아파트의 2분의 1, 즉 2억 원 상당입니다. 그런데 이를 전부 포기했으므로 책임재산이 크게 줄었고, 이미 8,000만 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으므로 사해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혼동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상속포기'와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분 포기'는 법적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가정법원에 정식으로 신고하는 상속포기(민법 제1041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는 신분행위에 가까운 성격을 가집니다. 상속을 받을지 말지는 개인의 인격적 자유에 속하는 선택이므로, 채권자가 이를 사해행위라며 취소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사례 속 김 씨처럼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지 않고, 상속인 지위는 유지한 채 협의분할 과정에서 자기 몫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재산 처분행위로 평가됩니다. 이름만 '포기'일 뿐, 법적으로는 앞서 본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가정법원 신고를 거친 정식 상속포기 → 원칙적으로 취소 불가
협의분할에서 몫을 받지 않기로 한 사실상 포기 → 취소 가능
여동생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실 텐데요. 사해행위 취소가 인정되더라도, 여동생이 받은 아파트 전체를 통째로 반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취소의 효력은 채권자를 해한 범위, 즉 김 씨의 채무액을 한도로 미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무에서는 부동산의 경우 원물반환(부동산 자체를 돌려주는 것)이 어려운 사정이 많아, 그 가액을 배상하는 방식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사례에서 채권자 박 씨가 회수할 수 있는 범위는 김 씨의 채무 8,000만 원 및 그 이자 상당액에 한정되며, 여동생은 그 범위에서 가액배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속재산 협의분할은 가족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상속인 중 누군가에게 채무가 있다면 예상치 못한 채권자와의 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협의분할서를 작성하기 전에 각 상속인의 채무 상황을 살피고, 이미 소송이 제기되었다면 채무액과 사해의사 인정 여부, 반환 범위를 꼼꼼히 따져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도움드릴 준비, 되어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도준 도일석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