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결혼 32년 차, 올해 예순셋이 된 김정숙(가명) 씨는 세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뒤 어느 날 문득 남편과 마주 앉은 저녁 식탁이 낯설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남편 박성호(가명) 씨는 중견기업 임원으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고, 부부 명의로 된 아파트와 상가, 퇴직금과 연금이 상당했습니다. 김 씨는 결혼 이후 단 한 번도 직장을 다닌 적 없이 가사와 육아, 시부모 병간호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이혼을 결심한 김 씨가 가장 먼저 물었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제가 돈을 벌지 않았는데,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나요?"
이처럼 황혼 이혼 재산분할은 젊은 부부의 이혼과는 전혀 다른 특수성을 가집니다. 오늘은 김 씨의 사례를 따라가며, 오랜 결혼 생활 끝에 마주하는 재산분할의 쟁점과 실무 전략을 짚어보겠습니다.
김 씨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소득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재산분할에서 소득의 유무는 결정적 요소가 아닙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기간 중 함께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르면, 재산분할의 대상과 비율은 재산 형성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사노동과 육아 역시 명백한 기여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밖에서 소득을 올리는 동안 다른 배우자가 가정을 지탱했다면, 그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법원이 인정합니다.
특히 혼인 기간이 길수록 전업주부의 기여도는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20년 이상 장기 혼인의 경우,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40~50% 수준의 기여도가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김 씨처럼 32년간 가사와 시부모 봉양까지 담당한 경우라면, 절반에 가까운 기여도를 주장할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김 씨의 사례에서 핵심이 된 또 하나의 쟁점은 남편의 퇴직금과 연금이었습니다. 정년을 앞둔 박 씨에게는 상당한 퇴직금과 국민연금 수급권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퇴직금과 연금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아직 수령하지 않은 장래의 퇴직급여라 하더라도, 이혼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한 예상 퇴직금을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퇴직금이혼 시점 기준 예상 퇴직급여를 분할 대상에 포함
국민연금혼인 기간 5년 이상이면 분할연금 청구 가능
사학·공무원연금별도 법령에 따라 분할연금 신청
특히 국민연금은 '분할연금' 제도를 통해,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었던 배우자가 상대방 노령연금의 일부를 나눠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혼 후 청구 기한이 정해져 있으므로, 이혼과 동시에 관련 절차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황혼 이혼에서 연금은 노후 생계와 직결되는 중요한 자산이므로, 놓치지 않고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박 씨 측은 상가 건물 중 일부가 자신이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라며, 이는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결혼 전부터 보유했거나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부부 공동이 아닌 한쪽의 고유 재산)으로 보아,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특유재산이라도 다른 배우자가 그 재산의 유지나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면, 그 기여분만큼은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김 씨의 경우, 상속받은 상가의 관리와 임대차 업무를 오랜 기간 실질적으로 도맡아 왔다는 정황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특유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도 기여를 인정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김 씨의 사례에서 정리할 수 있는 실무적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산 목록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세요. 부동산, 예금, 보험, 퇴직금, 연금까지 부부의 전 재산을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상대방이 재산을 은닉·처분하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기여를 뒷받침할 자료를 모으세요. 가계부, 부동산 관리 기록, 병간호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 등은 기여도를 높이는 근거가 됩니다.
셋째, 연금 분할을 별도로 챙기세요. 재산분할과 연금 분할은 절차가 다를 수 있으므로, 노후 생계를 위해 반드시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황혼 이혼은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가까이 쌓아온 부부 재산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그만큼 분할 대상 재산의 범위가 넓고, 기여도 산정을 둘러싼 다툼도 치열합니다. 특히 오랜 세월 가정을 지켜온 배우자일수록, 자신의 기여를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 남은 삶의 안정과 직결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