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작은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40대 사장님이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3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거래처에 자재값 명목으로 4,200만 원을 빌려줬는데, 차용증만 받아둔 채 차일피일 갚겠다는 말만 믿고 시간이 흘렀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거 시효 지나면 못 받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겁이 나 찾아오신 것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채권 소멸시효 중단 절차를 어려워하십니다. "시효가 뭔지", "언제부터 세는 건지", "어떻게 중단시키는 건지" 막상 알아보려 하면 용어부터 낯설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빌려준 돈을 지키기 위한 소멸시효 중단 방법을 순서대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사라지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오래 방치한 채권은 법이 더 이상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일반 대여금 채권 — 원칙적으로 10년 (민법 제162조)
상행위로 인한 채권 — 5년 (상법 제64조)
물품대금·공사대금 등 — 3년 (민법 제163조)
위 사장님의 경우, 개인 간 대여로 볼 것인지 사업상 거래로 볼 것인지에 따라 시효 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 검토가 필요했습니다. 소멸시효는 돈을 갚기로 한 날(변제기) 다음 날부터 계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시효 완성이 임박했거나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면, 시효를 "중단"시켜 진행된 기간을 처음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아래 순서로 진행합니다.
시효가 중단되면 그때까지 진행된 기간은 모두 없던 일이 되고, 중단 사유가 끝난 시점부터 시효가 새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대여금 채권의 시효가 9년째 진행 중이었더라도, 소송을 통해 판결이 확정되면 그 시점부터 다시 10년의 시효가 시작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내용증명(최고)만 반복해서 보내는 것으로는 최종적인 중단 효력을 얻지 못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내용증명만 믿고 있다가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결국 시효가 완성되어 버린 안타까운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소멸시효 중단은 타이밍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효가 완성된 뒤에는 어떤 조치를 취해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채권의 종류에 따라 시효 기간이 3년, 5년, 10년으로 크게 달라지므로, 내 채권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앞서의 사장님은 남은 시효 기간을 계산해 본 결과 여유가 있었고, 우선 내용증명을 발송한 뒤 채무자로부터 "갚겠다"는 문자를 확보해 채무 승인을 받아둘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증거를 확보하고 절차를 순서대로 밟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채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