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서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비상장기업 '가온메드'(가명)의 지분 60%를 인수하려던 투자회사 대표 A씨(48세)가 상담을 요청해 오셨습니다. 인수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러 주식양수도계약(SPA) 서명 직전이었는데, 갑자기 매도인 측이 대상회사의 핵심 거래처와 맺고 있던 독점 공급계약을 조기 종료하고 다른 회사와 재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A씨가 인수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독점 공급계약이었는데, 정작 M&A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대상회사가 이를 마음대로 바꿔버린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대상회사 주요계약 변경에 대한 동의 조항이 왜 중요한지, 위반 시 매도인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살펴보겠습니다.
M&A는 실사(대상회사의 재무·법률 상태를 조사하는 것)부터 최종 거래종결(클로징)까지 짧게는 수개월이 걸립니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에도 대상회사가 계속 영업을 한다는 점입니다. 매수인은 실사 당시의 회사 가치를 보고 인수를 결정하는데, 그 사이 회사가 자산을 처분하거나 중요 계약을 변경하면 인수하려던 회사의 실질이 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SPA에는 통상 거래종결 전 확약(Covenant) 조항이 들어갑니다. 계약 서명일부터 거래종결일까지 대상회사는 통상적인 영업범위 내에서만 사업을 운영해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계약 체결·변경·해지, 자산 처분, 배당, 신주 발행 등은 반드시 매수인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도록 정합니다.
가온메드 사례에서 문제가 된 독점 공급계약 조기 종료는 전형적으로 이 동의 대상에 해당하는 행위입니다. 회사의 핵심 수익원과 직결되는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안에서 매도인 측은 SPA 서명 전이라는 이유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서명 전이라도 이미 양해각서(MOU)나 텀시트(Term Sheet)에 대상회사의 현상 유지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사례도 그러했습니다.
양해각서에는 '매도인은 본건 거래종결 시까지 대상회사의 주요 계약을 매수인 동의 없이 변경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경우 매도인은 다음과 같은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첫째, 확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입니다. 독점 공급계약 상실로 대상회사 가치가 하락했다면, 매수인은 그 감소분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 거래종결의 선행조건(CP) 불충족입니다. 대부분의 SPA는 '주요 계약에 중대한 변경이 없을 것'을 거래종결의 조건으로 두므로, 매수인은 거래종결을 거부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인수가격 조정입니다. 계약 변경으로 회사 가치가 떨어졌다면 매수대금을 감액하는 방향으로 재협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확약 위반뿐 아니라 진술 및 보장(Representations & Warranties) 위반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매도인은 통상 '실사 자료로 제공한 계약 내용이 정확하며, 서명일 현재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고 진술·보장합니다.
가온메드 매도인이 독점 공급계약이 유효하다고 보장해 놓고 뒤에서 조기 종료를 진행했다면, 이는 진술보장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술보장 위반은 확약 위반과 별개의 손해배상 청구 근거가 되므로, 매수인 입장에서는 두 조항을 근거로 각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배상 한도(캡)나 최소청구금액(바스켓) 조항이 함께 규정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배상 가능한 범위는 계약서 문언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런 분쟁이 발생하면 단순히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고, 배상 범위와 한도, 계약 해제 가능 여부까지 정밀하게 따져야 합니다.
A씨의 경우, 양해각서상 현상유지 의무 위반과 실사 자료의 부정확성을 근거로 매도인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독점 공급계약 상실을 반영해 인수가격을 상당 폭 감액하는 것, 다른 하나는 거래 자체를 백지화하되 그동안 투입한 실사 비용을 매도인이 부담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매도인은 자신의 계약 변경 행위가 명백한 확약 위반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인수가격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듯, 대상회사 계약 동의 조항은 단순한 형식 규정이 아니라 매수인의 인수 가치를 지키는 핵심 안전장치입니다.
M&A 계약서를 검토할 때는 동의가 필요한 행위의 범위, 동의 절차, 위반 시 구제수단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서명일과 거래종결일 사이의 간격이 긴 거래일수록 이 조항의 실효성이 인수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