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부모님의 판단 능력이 저하되어 성년후견인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작 자녀들 사이에 누가 후견인이 될 것인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재산 관리 권한이 걸려 있다 보니 형제 간 불신이 깊어지고, 후견 개시 심판 절차가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후견인 선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 간 갈등이 법적으로 어떻게 정리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부산에 거주하는 76세 김모 씨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지 기능이 크게 저하되었습니다. 김 씨에게는 세 자녀가 있습니다. 장남 A씨(48세, 자영업)는 아버지를 오래 부양해 왔고, 차녀 B씨(45세, 회사원)는 아버지 명의의 상가 임대료 관리를 맡아왔습니다. 막내 C씨(41세)는 해외에 거주 중입니다. A씨는 자신을 후견인으로 선임해 달라며 법원에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했으나, B씨는 A씨가 아버지 예금을 임의로 사용한 정황이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성년후견은 자녀 중 누군가가 신청한다고 해서 그 신청인이 자동으로 후견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후견을 개시할지 여부, 그리고 누구를 후견인으로 선임할지는 모두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합니다.
민법 제936조에 따르면, 성년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며, 후견인을 정할 때는 피후견인(후견을 받는 본인)의 의사와 건강, 생활관계, 재산상황, 후견인이 될 사람의 직업과 경험, 이해관계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부양 기간이 길다거나 먼저 신청했다는 사정만으로 후견인 자격이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사례의 경우, A씨가 청구인이라는 점은 유리한 사정이 될 수 있으나, B씨가 제기한 예금 임의 사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법원은 A씨의 후견인 적격성을 부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재산 관리에 대한 신뢰가 핵심 판단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자녀들 사이에 심각한 이해 대립이 있는 경우 법원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갈등을 조정합니다.
실무에서는 형제 간 불신이 깊고 재산 규모가 큰 사안일수록 전문가 후견인이나 후견감독인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정 자녀에게 전권을 주었을 때 다른 자녀들과의 분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B씨가 제기한 A씨의 예금 임의 사용 문제는 후견인 선임 판단에 영향을 주는 사정입니다. 다만 후견 개시 심판 절차 자체에서 그 진위가 완전히 규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후견 개시 전 이루어진 재산 처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면, 별도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적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만약 피후견인 본인의 판단 능력이 이미 저하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인출이라면, 그 법률행위의 효력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례에서 B씨가 A씨의 후견인 선임을 저지하려면, 단순한 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계좌 거래 내역, 인출 시점의 아버지 상태에 관한 의료 자료 등 구체적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자료를 통해 A씨가 재산 관리를 맡기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후견인 선임을 둘러싼 가족 갈등은 결국 재산 관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다음 사항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후견인 청구 전에 피후견인의 재산 현황을 자녀들 사이에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특정인이 후견인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전문가 후견인이나 복수 후견인 방식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셋째, 과거 재산 사용에 대한 다툼이 있다면 후견 절차와 별개로 증거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후견은 피후견인의 안정된 생활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갈등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