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자회사를 여러 개 두게 되신 대표님들이 요즘 부쩍 많아졌습니다. 사업이 확장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정작 자회사 통제 규정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자회사에서 문제가 터지면 모회사까지 함께 흔들리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자회사 관리 체계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가상 사례]
대전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을 운영하는 모회사 (주)한빛정공(대표 김성호, 54세)은 지난 3년간 물류 자회사, 판매 자회사, 소재 개발 자회사 세 곳을 잇달아 설립했습니다. 그런데 소재 개발 자회사의 재무담당 임원이 회사 자금 약 8억 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손실을 본 자회사 소액주주들이 "모회사가 자회사를 방치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모회사 이사들의 책임까지 문제 삼기 시작한 것입니다.
김 대표님처럼 "자회사는 별도 법인이니 알아서 굴러가겠지"라고 생각하셨다가 곤란을 겪는 분들이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이 사례를 세 가지 쟁점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자회사는 독립된 법인이니 그곳에서 벌어진 일까지 모회사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시는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회사 이사는 자회사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자회사 경영 상태를 살펴야 할 주의 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실질적으로 경영을 지배하는 관계라면, 자회사에서 명백한 위법 행위가 반복되는데도 이를 방치한 경우 모회사 이사의 임무 해태(맡은 일을 게을리함)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한빛정공 사례에서 자회사 자금 유용이 상당 기간 반복되었다면, 모회사가 최소한의 관리 체계조차 두지 않은 점이 이사 책임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존재했는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됩니다.
"규정 하나 만든다고 사고가 안 나는 것도 아닌데 왜 필요하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충분히 그렇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회사 통제 규정은 사고를 100% 막는 장치가 아니라, 모회사가 관리 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하는 근거가 됩니다.
자회사 통제 규정이 담아야 할 핵심 사항
이런 규정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었다면, 모회사 이사들은 "우리는 관리 체계를 갖추고 정상적으로 운영했으며, 이번 사고는 담당 임원의 은밀한 배임 행위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갖게 됩니다. 규정의 존재 자체가 이사의 방어 수단이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대표님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통제 규정을 서류상으로만 갖춰두고 실제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규정이 있었는데도 지키지 않았다는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한빛정공의 경우, 만약 규정상 자회사가 일정 금액 이상 자금을 집행할 때 모회사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었는데 실무에서는 이 절차가 형식적으로 방치되었다면, 규정의 존재가 오히려 관리 소홀을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규정을 제정하실 때는 회사 규모와 인력에 맞게 실제로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절차를 넣어두면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려워지고, 결국 지켜지지 않는 규정이 되어버립니다.
정리하면, 자회사를 여러 개 두고 계신 기업이라면 다음 순서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먼저 현재 자회사 관리가 문서화된 규정에 근거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회사 실정에 맞는 통제 규정을 마련합니다. 그다음 규정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정기 보고와 승인 절차를 운영하며, 이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회사 통제 규정은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니라, 모회사와 그 이사들을 보호하는 안전장치입니다. 사업이 커진 만큼 관리 체계도 함께 정비하시는 것이 결국 대표님 자신과 회사를 지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