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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계약해지·위약금·계약불이행
민사·계약 · 계약해지·위약금·계약불이행 2026.09.19 조회 0

계약 당사자가 사망하면 계약은 어떻게 되나요? 승계 여부 분석

김준혁 변호사
법률사무소 도준 · 경기도 수원시

계약을 맺은 뒤 당사자 중 한 명이 사망하는 경우, 남은 당사자와 상속인 모두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아니면 소멸하는지를 궁금해합니다. 실무에서 계약 당사자 일방 사망 시 계약 승계 여부는 계약의 성질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아래 가상의 사례를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45세 자영업자 A씨는 인테리어 업자 B씨(52세)와 2,800만 원 규모의 매장 리모델링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사 착수 후 계약금 800만 원만 지급된 상태에서 A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A씨의 배우자 C씨는 "내가 맺은 계약이 아니니 나머지 공사대금을 낼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고, B씨는 "상속인이 계약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쟁점 1. 계약상 지위는 원칙적으로 상속된다

우리 민법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의 재산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권리·의무에는 단순한 재산뿐 아니라 계약상의 지위도 포함됩니다. 즉 원칙적으로 사망한 당사자가 맺은 계약은 소멸하지 않고, 상속인이 그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A씨가 부담하던 공사대금 지급 의무는 원칙적으로 배우자 C씨를 비롯한 상속인들에게 승계됩니다. "내가 맺은 계약이 아니다"라는 주장만으로는 의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리하면, 계약은 당사자 사망으로 자동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상속을 통해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쟁점 2. 일신전속적 계약은 승계되지 않는다

다만 모든 계약이 승계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의 성질상 특정 개인의 인격·능력·신뢰 관계가 본질적인 계약, 즉 일신전속적(一身專屬的, 그 사람에게만 귀속되는) 계약은 당사자 사망으로 종료됩니다.

  • 위임 계약: 특정인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므로 당사자 사망 시 종료됩니다.
  • 고용 계약: 근로자의 노무 제공은 대체 불가능하므로 근로자 사망으로 종료됩니다.
  • 화가·연주자 등 특정인의 재능이 본질인 도급: 그 사람의 사망으로 이행이 불가능해집니다.

사례의 리모델링 공사는 B씨(수급인)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대금을 지급할 A씨(도급인)가 사망한 경우입니다. 도급인의 지위는 특정인의 재능과 무관한 금전 지급 의무가 중심이므로 일신전속적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계약은 종료되지 않고 상속인에게 승계된다고 판단됩니다.

쟁점 3. 상속인의 책임 범위와 대응 방법

계약이 승계된다고 해서 상속인이 무한정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인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다음과 같이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단순승인 — 계약상 의무를 포함해 모든 권리·의무를 그대로 승계합니다.

한정승인 —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채무(계약 의무 포함)를 부담합니다.

상속포기 — 권리·의무를 전부 승계하지 않습니다. 계약상 의무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는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계약 의무를 전부 떠안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사례의 C씨가 A씨의 재산보다 채무가 많은 상황이라면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검토할 실익이 있습니다. 반대로 카페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라면 리모델링 계약을 승계해 완성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계약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더라도 계약은 원칙적으로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다만 위임·고용처럼 특정인의 신뢰·능력이 본질인 일신전속적 계약은 예외적으로 종료됩니다. 상속인은 단순승인·한정승인·상속포기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계약 의무의 범위가 달라지므로, 상속재산과 채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한 뒤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준혁
김준혁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도준 · 경기도 수원시
실제로 상속인이 사망자의 계약을 그대로 떠안는 줄 모르고 3개월을 넘겨 큰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계약서상 의무 규모와 상속재산을 먼저 정리한 뒤 한정승인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채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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