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얼마 전,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대표 한 분이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 회생을 준비하는데, 직원 열두 명의 월급이 석 달째 밀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생을 신청하면 밀린 월급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셨고, 직원들 역시 "사장님이 회생하면 우리 돈은 못 받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실무에서 회생 신청 전 임금체불 문제는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가장 예민한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은 회생절차에서 강하게 보호받는 채권입니다. 오히려 다른 일반 채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사의 빚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회생채권과, 절차 진행에 필요한 공익채권입니다. 공익채권은 회생계획과 무관하게 수시로, 그리고 다른 회생채권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는 지위를 가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근로자의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은 채무자회생법상 공익채권으로 분류된다는 점입니다. 즉 회생 신청 전에 밀린 임금이라 하더라도 회생채권으로 묶여 대폭 감액되는 것이 아니라, 공익채권으로서 전액 변제 대상이 됩니다. 근로자의 생계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회생절차 내 임금채권의 지위
· 임금, 퇴직금, 재해보상금 → 공익채권으로 취급
· 회생계획 인가와 무관하게 수시 변제 가능
· 일반 회생채권보다 우선하여 변제
· 원칙적으로 감액 대상이 아님(전액 보호)
공익채권으로 보호된다 하더라도, 정작 회사에 변제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위해 마련된 것이 국가가 대신 지급해주는 대지급금(과거 '체당금'으로 불리던 제도) 제도입니다.
대지급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회사가 도산했을 때 지급되는 도산대지급금과, 재직 중이거나 퇴직 후에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받을 수 있는 간이대지급금입니다. 회생·파산 사건에서는 주로 도산대지급금이 문제되며, 법원의 회생개시결정 등이 있으면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도산대지급금 신청 흐름
대지급금에는 상한액이 있어 밀린 임금 전액이 아니라 일정 범위 내에서 지급됩니다.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이 대상이 되며, 연령별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회사에 대한 공익채권으로 남아 회생절차 안에서 별도로 회수하게 됩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임금체불을 방치한 채 회생을 신청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임금체불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는 대표이사 개인의 책임으로 이어집니다. 회생절차와 형사 문제는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아닙니다. 회생절차는 회사의 채무를 조정하는 제도일 뿐, 대표자의 형사책임을 없애주지 않습니다. 다만 근로자와 성실히 합의하거나 대지급금 절차 안내에 협조하는 등의 노력은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생을 준비하는 사업주라면, 근로자 명단과 체불 내역을 정확히 정리하고, 회생 신청 시점에 임금채권이 공익채권으로 반영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로자와의 소통을 통해 대지급금 신청에 필요한 서류(근로계약서, 급여대장, 퇴직 관련 자료)를 준비해 두면 분쟁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회생과 임금체불 문제는 한쪽만 보고 대응하면 다른 쪽에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회생절차 설계와 노동 문제 대응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