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인기 상품에 다른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이른바 끼워팔기는, 상황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묶음 판매가 위법한 것은 아니며, 시장 지배력과 강제성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끼워팔기 규제의 성립 요건과 대응 방향을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상 사례]
경기도 성남에서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A사(연매출 약 300억 원)는 자사 설계 프로그램 시장에서 약 65%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A사는 최근 이 주력 프로그램의 정식 라이선스를 판매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한 별도 제품인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월 12만 원 상당)'를 반드시 함께 계약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이를 거부한 중소 설계업체 B사(대표 김모 씨, 45세)는 프로그램 자체를 구매할 수 없게 되자, A사의 행위가 끼워팔기에 해당하는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45조 및 시행령상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서 끼워팔기(거래강제의 한 유형)는 거래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상품 또는 용역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함께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로 규정됩니다.
이 사례의 경우, 다음 요소를 순서대로 검토해야 합니다.
A사의 경우 설계 프로그램과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는 기능상 별개이고, 후자를 거부하면 전자의 계약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으므로 강제성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끼워팔기의 위법성 판단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사업자가 주된 상품 시장에서 얼마나 강한 지위를 갖고 있는가입니다. A사는 주력 프로그램 시장에서 약 65%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거래상대방이 이를 대체할 다른 공급처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된 상품을 강제하면, 경쟁이 활발한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 시장의 다른 사업자들이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즉 주된 시장의 지배력이 종된 시장으로 전이(leverage)되어 경쟁을 제한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핵심 판단 기준
동일한 묶음 판매라도, 주된 상품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가 없고 소비자가 다른 공급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위법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체 선택지가 봉쇄된 상태에서 강제된다면 부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한편, A사가 만약 시장지배적 사업자(일정 규모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사업자)에 해당한다면, 불공정거래행위 규정과 별도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도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규제 근거와 제재 수준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B사와 같이 끼워팔기 피해를 입은 사업자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A사와 같은 공급 사업자 입장에서는, 묶음 판매를 설계할 때 다음을 점검해야 합니다. 첫째, 종된 상품을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지. 둘째, 묶음 판매가 명백한 기술적·기능적 필요에 근거하는지. 셋째, 거래 거절이 종된 상품 미구매를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는지. 이 세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정당한 마케팅이 아니라 규제 대상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끼워팔기의 위법 여부는 상품의 별개성, 강제성, 그리고 주된 상품 시장에서의 지배력과 경쟁제한 효과를 종합해 판단됩니다. 동일하게 보이는 묶음 판매라도 시장 상황과 거래 구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사전에 거래 조건을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