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하나의 계약서에 매매와 용역, 임대가 뒤섞여 있습니다. 분쟁이 생기면 어떤 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오늘은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혼합계약(하나의 계약 안에 두 가지 이상의 전형계약 요소가 섞인 계약)의 성격 분류와 적용 법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계약서 검토 상담 현장에서 보면, 계약 명칭만 보고 법률 관계를 단정했다가 뒤늦게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혼합계약은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와 급부의 실질을 기준으로 성격을 분류하며, 그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집니다.
민법은 매매, 임대차, 도급, 위임 등 15가지 전형계약(민법에 명시된 대표적 계약 유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거래에서는 이 틀에 딱 들어맞지 않는 계약이 훨씬 많습니다.
혼합계약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혼합계약에 적용할 법률을 정할 때는 다음 세 가지 방법이 활용됩니다.
첫째, 흡수설입니다. 계약의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급부(주된 급부)를 찾아, 그 급부에 해당하는 전형계약의 규정을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가구 제작·납품 계약에서 '제작'이 핵심이라면 도급 규정을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둘째, 결합설입니다. 각 요소를 분리해, 요소별로 해당 전형계약 규정을 각각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매매 부분은 매매 규정, 용역 부분은 위임 규정을 적용하는 식입니다.
셋째, 유추적용설입니다. 어느 전형계약에도 명확히 속하지 않을 때, 성질이 가장 유사한 전형계약 규정을 유추하여 적용합니다.
실무 포인트
법원은 어느 하나의 학설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당사자 의사를 종합해 사안별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 자체에서 급부의 비중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혼합계약이라 하더라도 다음의 경우에는 성격 분류와 무관하게 별도 규율이 우선합니다.
먼저, 당사자가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적용 규정을 약정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본 계약의 하자담보책임은 도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이처럼 당사자 간 명시적 약정은 임의규정(당사자 합의로 배제할 수 있는 규정)에 우선합니다.
다음으로, 소비자계약·가맹사업 등 특별법이 적용되는 영역입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약관규제법 등이 적용되면, 민법상 성격 분류보다 해당 특별법의 강행규정이 먼저 적용됩니다.
혼합계약에서 분쟁을 예방하려면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다음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혼합계약은 명칭이 아닌 실질로 판단되므로 계약서 단계에서 급부의 비중과 적용 기준을 스스로 명확히 설계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분쟁 예방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