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오늘은 제조물책임(PL, Product Liability) 가운데 가장 입증이 까다로운 설계상 결함과 그 핵심 요건인 합리적 대체설계의 입증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상 결함, 설계상 결함, 표시상 결함을 구분하는데, 그중 설계상 결함은 제품 자체의 설계 단계에서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먼저 가상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소규모 목공방을 운영하는 42세 김모씨는 국내 중견 공구업체가 제조한 전동 테이블쏘(절단 톱)를 사용하던 중, 톱날 덮개가 작동 중 벌어지면서 왼손 손가락에 심각한 열상을 입었습니다. 치료비와 휴업손해를 합쳐 약 3,8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김씨는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합니다.
김씨는 "내가 부주의하게 사용한 것이 아니라, 톱날 덮개 설계 자체가 진동에 쉽게 풀리도록 되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제조물책임법 제2조에 따르면, 설계상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채용하지 않아 제품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피해 발생 시점에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다른 설계(대체설계)가 존재했어야 합니다. 둘째, 그 대체설계가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즉 단순히 더 안전한 설계가 이론상 가능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비용·효용·실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채용했어야 마땅한 설계였음을 보여야 합니다.
김씨 사례에서는 "진동에 풀리지 않는 고정식 덮개" 또는 "톱날이 일정 압력 이상에서 자동 정지하는 센서"가 대체설계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설계상 결함 소송의 승패는 이 대체설계 입증에서 갈립니다. 입증은 다음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결함 등의 추정) 규정입니다. 피해자가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중 손해가 발생했고, 그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상당히 완화됩니다. 다만 설계상 결함의 핵심인 대체설계 부분까지 이 추정이 전면적으로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대체설계에 대한 적극적 입증 준비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제조사는 통상 두 가지 방어를 시도합니다. 하나는 개발위험의 항변으로, 제품 공급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사고 이전부터 동종 제품에 안전설계가 보편화되어 있었다면 이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의 사용상 과실입니다. 김씨가 안전덮개를 임의로 제거했거나 사용설명서상 금지된 방법으로 작업했다면 과실상계(손해배상액을 피해자 과실 비율만큼 줄이는 것)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정상적 사용 사실을 입증할 작업 기록, 사진, 목격자 진술을 함께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설계상 결함 소송에서는 합리적 대체설계의 존재와 그 우월성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 동종 제품의 안전설계 현황, 공학적 감정, 비용·효용 분석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동시에 제조사의 개발위험 항변과 과실상계 주장에 대비해 정상 사용 사실과 사고 경위에 관한 증거도 사고 직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