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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범죄 ·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2026.10.12 조회 1

보이스피싱 수거책도 사기 공범? 공모공동정범 성립 기준

김경숙 변호사
더감 법률사무소 · 경기도 수원시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던 24세 청년 A씨는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서 "단순 심부름, 일당 20만 원"이라는 공고를 보고 연락했습니다. 업무는 간단했습니다. 특정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 현금이 든 봉투를 받아 지정된 계좌에 입금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었습니다. A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설마 범죄일까 싶어 사흘 동안 세 차례 현금을 수거했습니다. 그런데 나흘째 되던 날, A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되었습니다. 그가 받은 현금은 모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이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저는 그냥 심부름만 했을 뿐이고, 피해자를 속인 적도 없습니다." 과연 A씨는 단순 심부름꾼으로 가벼운 처벌에 그칠까요, 아니면 사기 범죄의 공모공동정범(여러 사람이 공모하여 함께 저지른 범죄의 공동 주범)으로 무거운 책임을 질까요. 오늘은 조직적 사기에 가담한 하위 가담자의 책임 범위를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직접 속이지 않았는데 사기죄 공범이 되는 이유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내가 직접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인 게 아니니 사기죄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형법상 공동정범은 반드시 범행의 모든 단계를 직접 실행해야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공동가공의 의사(함께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의사 연결)와 기능적 행위지배(전체 범행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의 중요성)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피해금을 인출하거나 전달하는 수거책·인출책은, 비록 피해자에게 전화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범죄 수익의 실현이라는 핵심 단계를 담당합니다. 이 역할이 없으면 범행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 범죄에서 본질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즉 A씨가 전화 사기 자체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피해금을 수거·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 이상 사기 범행 전체의 공동정범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수거책이 "단순 심부름"으로 가볍게 처리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고의가 인정되는지가 결정적 갈림길

그렇다면 모든 수거책이 무조건 사기 공범이 되는 걸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고의입니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거나,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하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수거책의 고의를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 업무 지시 방식이 비정상적인가 (대포폰·텔레그램으로만 연락, 신원을 숨기는 구조)
  • 보수가 정상적인 아르바이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가
  • 현금을 직접 수거해 다시 입금하는 등 자금세탁 정황이 있는가
  • 본인이 중간에 범죄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가
  • 의심한 뒤에도 계속 범행에 가담했는가

A씨의 경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도 사흘간 세 차례나 현금을 수거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한 번 실수로 가담한 경우와, 의심이 들었음에도 반복 수행한 경우는 미필적 고의(범죄일 수도 있음을 알면서 그래도 괜찮다고 받아들인 심리) 인정 여부에서 크게 달라집니다.

반대로 정말 아무런 의심 없이 한 차례 심부름을 했고, 보수도 정상적이며, 알게 되자마자 즉시 중단하고 신고한 경우라면 고의가 부정되어 무죄 또는 불기소로 이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가담 정도에 따라 양형이 달라집니다

공모공동정범이 인정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조직의 상부에서 범행을 기획·지휘한 사람과, 하위에서 단순 수거만 담당한 사람은 가담 정도와 범행 기여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 상담 현장에서 보면, 하위 가담자의 경우 다음 사정들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행 가담 기간이 짧은 점, 수수한 보수가 소액인 점, 조직 구조에 대한 인식이 제한적이었던 점, 수사 초기부터 적극 협조한 점,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입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 규모가 크면 사기죄에 더해 범죄단체 가입·활동죄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어,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담 사실 자체는 인정하더라도, 고의의 범위와 가담 정도를 정확히 다투고 양형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정리하면, 조직적 사기에서 직접 피해자를 속이지 않았더라도 수거·인출·전달 역할을 맡았다면 공모공동정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고의 인정 여부와 가담 정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므로, 초기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과 대응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경숙
김경숙 변호사의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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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를 다루면서 느낀 점은, 수거책 사건의 결과는 첫 경찰 조사 진술에서 거의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언제부터 범죄를 의심했는지에 대한 진술이 고의 인정의 핵심 자료가 되므로, 조사 전 반드시 전문가와 대응 방향을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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