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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계약 · 일반 손해배상(사고·불법행위·위자료) 2026.10.14 조회 1

놀이터 시설 사고, 지자체에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을까

윤
윤성일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공공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일곱 살 아들을 둔 주부 김모 씨(38)는 주말 오후 아이와 함께 놀이터를 찾았습니다.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던 중 손잡이 부분의 녹슨 쇠 이음새가 떨어져 나가면서 손바닥이 깊게 베였고, 결국 병원에서 다섯 바늘을 꿰매는 봉합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 씨가 놀라 시설을 살펴보니, 미끄럼틀 곳곳에 녹이 슬어 있었고 고정 나사 일부는 아예 빠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놀이터 시설 사고로 지자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김 씨의 사례를 통해 공공 놀이시설 사고에서 누구에게, 어떤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아이가 다친 것도 속상한데, 관리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막막했습니다. 그냥 운이 나빴다고 넘겨야 하는 건지 궁금했어요."

공공 놀이터 사고, 지자체의 '영조물 책임'이란

김 씨 사례의 핵심은 사고가 난 놀이터가 지방자치단체(시·군·구)가 설치하고 관리하는 공공 시설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적용되는 것이 바로 국가배상법 제5조에 규정된 '영조물의 설치·관리상 하자로 인한 책임'입니다.

여기서 '영조물(營造物)'이란 국가나 지자체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설치·관리하는 시설물을 말합니다. 공원, 도로, 하천, 그리고 공공 놀이터의 놀이기구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설치·관리상의 하자'란 쉽게 말해 시설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책임이 무과실 책임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즉, 담당 공무원이 고의나 과실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일일이 따지지 않고, 시설 자체에 안전성의 하자가 있었고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만 증명되면 지자체가 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김 씨 사례에서 녹슨 이음새와 빠진 나사는 미끄럼틀이 갖추어야 할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한 명백한 하자로 볼 수 있습니다.

하자 입증의 열쇠, 사고 직후 증거 확보

영조물 책임을 인정받으려면 피해자가 '시설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사고는 분명했는데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행히 김 씨는 사고 직후 다친 손과 녹슨 미끄럼틀 상태를 휴대폰으로 상세히 촬영해 두었습니다. 떨어져 나온 쇠 조각도 보관했고, 병원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도 모두 챙겼습니다. 이 증거들이 하자의 존재와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되었습니다.

사고 직후 확보해야 할 증거

  • 파손·노후된 시설의 사진과 동영상 (전체와 세부를 모두)
  • 떨어져 나온 부품 등 물적 증거의 현장 보관
  • 목격자의 연락처와 진술
  • 병원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진료 기록
  • 해당 시설의 안전점검 실시 여부 (정보공개 청구로 확인 가능)

특히 지자체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라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최근 점검 기록이 없거나 점검에서 문제가 지적되었는데도 방치되었다면, 관리상 하자가 더욱 분명하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상 범위와 과실상계, 그리고 보호자의 주의의무

영조물 책임이 인정되면 지자체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배상 범위에는 치료비(적극적 손해), 향후 흉터 등으로 인한 손해, 그리고 위자료가 포함됩니다. 김 씨 아들의 경우 봉합 수술 치료비와 손바닥에 남을 흉터, 아이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청구 대상이 됩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과실상계입니다. 어린이가 명백히 위험한 방식으로 기구를 사용했거나, 보호자가 통상적인 주의를 다하지 않은 사정이 있다면 지자체의 책임이 일부 감경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출입금지 표시가 명확한 시설에 아이를 들여보냈다면 보호자의 과실이 참작됩니다.

그러나 김 씨 사례처럼 통상적인 방법으로 미끄럼틀을 이용하던 중 노후된 시설이 파손되어 다친 경우라면, 보호자의 과실을 크게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상적으로 이용할 것을 전제로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할 시설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손해배상 청구는 먼저 해당 지자체에 배상을 요구하거나 국가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고 발생일로부터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라는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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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일 변호사의 코멘트
제가 놀이시설 사고를 다루면서 느낀 점은, 사고 직후의 현장 사진 한 장이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파손된 시설과 부품은 반드시 사진으로 남기고 가능하면 실물을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지자체 상대 배상은 생각보다 입증 요건이 까다로우니 가능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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