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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 주택 임대차·전세·월세·보증금(전세사기 포함) 2026.10.27 조회 0

임차주택 하자 수리비, 보증금에서 공제 가능할까

박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전세·월세 계약이 끝날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분쟁 중 하나가 임차주택 하자 수리비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문제입니다. 임대인은 "네가 살면서 망가뜨렸으니 수리비를 빼겠다"고 하고, 임차인은 "원래 노후된 것이거나 자연적으로 생긴 하자다"라고 맞섭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모든 수리비를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제가 가능한 항목과 불가능한 항목이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한국부동산원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신청 통계를 보면, 보증금 반환 관련 분쟁 가운데 상당 비중이 바로 이 수리비·원상회복 공제 다툼입니다. 그만큼 흔하고, 그만큼 서로 오해가 많은 영역입니다.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자연적 노후 vs 임차인 과실, 기준이 갈린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것입니다.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자연적 마모나 노후는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민법 제623조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대 목적물을 임차인이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즉 세월이 흘러 벽지가 바래거나, 장판이 눌리거나, 수도꼭지가 노후로 고장 난 것은 임차인 책임이 아닙니다.

반면 임차인의 고의·과실로 생긴 손상은 공제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긁어 벽지가 심하게 훼손됐거나, 담뱃불로 장판을 태웠거나, 벽에 대못을 박아 큰 구멍이 났거나, 관리 소홀로 결로·곰팡이를 방치해 피해가 커진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통상적 사용으로 생긴 흔적은 임대인 부담, 임차인의 부주의로 생긴 손상은 임차인 부담. 이 경계선이 모든 다툼의 핵심입니다.

원상회복 의무, 어디까지인가

임차인은 계약 종료 시 민법 제654조·제615조에 따라 원상회복 의무(빌릴 당시 상태로 되돌려 놓을 의무)를 집니다. 그러나 이 원상회복은 "입주 당시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지, "신축 상태"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임대인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자연 노후·통상 마모 → 임대인 부담, 공제 불가
  • 2.임차인 과실 손상 → 임차인 부담, 공제 가능
  • 3.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에어컨 타공 등) → 원칙상 철거·복구 의무, 단 특약 확인 필요

또 한 가지. 수리비를 공제하더라도 감가상각을 반영해야 합니다. 예컨대 벽지 교체 비용 전액을 임차인에게 물릴 수는 없습니다. 이미 수년을 사용해 수명이 상당 부분 소진된 자재라면, 남은 가치만큼만 산정하는 것이 공정합니다. 임대인이 새 자재 전액을 청구하는 것은 과도한 경우가 많습니다.

입증 책임은 공제하는 쪽에 있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손상이 임차인의 과실 때문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습니다. 임대인이 "네가 망가뜨렸다"고 주장하려면, 입주 당시에는 멀쩡했고 퇴거 시점에 손상됐다는 점, 그리고 그 손상이 통상적 사용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따라서 임차인이라면 입주 당일 집 내부 전체를 사진·영상으로 촬영해 날짜와 함께 보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책입니다. 퇴거 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자료만 있어도 부당한 공제 대부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의 대응

임대인이 수리비 명목으로 보증금 일부를 반환하지 않으면 다음 순서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첫째, 공제 항목과 금액의 근거(견적서·사진)를 서면으로 요구합니다. 둘째, 다툼이 좁혀지지 않으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합니다. 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비교적 빠릅니다. 셋째, 조정이 안 되면 보증금반환청구 소송 또는 지급명령을 신청합니다.

반대로 임대인 입장이라면 감정적으로 공제액을 부풀리기보다, 전문 업체 견적과 손상 사진을 객관적으로 확보해 두는 것이 분쟁에서 유리합니다. 근거 없이 과도하게 공제하면 오히려 반환 소송에서 지연이자까지 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다툼의 승패는 법 조문보다 증거에서 갈립니다. 입주·퇴거 시점의 상태를 명확히 남겨둔 쪽이 이깁니다. 하자의 성격이 노후인지 과실인지 애매하다면, 공제액을 두고 감정으로 맞서기보다 객관적 자료를 정리해 조정 절차부터 밟는 것이 시간과 비용 모두를 아끼는 길입니다.

박경수
박경수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세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제 경험상 이 분쟁은 결국 입주 당시 상태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서 갈립니다. 임차인이라면 입주일과 퇴거일 사진을 반드시 남겨두시고, 임대인이라면 감가상각과 견적 근거를 객관적으로 확보하셔야 합니다. 공제액 다툼이 커지기 전에 전문가와 한 번 점검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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