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족이나 지인 사이에서 오간 돈을 두고 벌어지는 분쟁 중 가장 흔한 쟁점, 바로 대여금과 증여의 구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돈을 건넬 당시에는 서로 좋은 관계였기에 차용증조차 쓰지 않았다가, 나중에 관계가 틀어지면서 "빌려준 돈이다" 대 "그냥 준 돈이다"로 첨예하게 맞서는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실제로 법원에 접수되는 대여금 청구 소송 중 상당수가 금전 수수(돈을 주고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그것이 갚아야 할 돈인지 아닌지를 놓고 다투는 사건입니다. 오늘은 그 판단 기준을 체계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대여(빌려줌)와 증여(거저 줌)는 돈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이동한다는 외형이 완전히 동일합니다. 계좌이체 내역만 보면 둘을 구별할 방법이 없습니다. 차이는 오직 '반환 약정(갚기로 하는 합의)이 있었는가'라는 당사자의 의사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의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부모 자식 간, 부부 사이,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는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후에 그 의사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법원은 금전 수수의 성격을 판단할 때 어느 한 가지 사정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실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핵심은 '돈을 건넨 사실'이 아니라 '갚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는지'입니다. 돈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되더라도, 반환 약정의 존재를 주장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대여금을 돌려받으려는 사람, 즉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빌려준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단계적으로 나눠 판단합니다.
우선 돈이 오간 사실(계좌이체 내역 등)이 인정되면, 그 다음은 돈을 받은 쪽이 "이것은 증여받은 것" 또는 "다른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그 사정을 증명할 책임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대여로 추정되는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성년 자녀에게 보낸 돈처럼 증여로 보기 쉬운 관계에서는, 오히려 돈을 준 쪽이 '빌려준 것'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됩니다. 결국 관계의 성격에 따라 입증의 무게추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돈을 건네는 시점에 성격을 명확히 해두는 것입니다. 금액이 크다면 반드시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자·변제기(갚을 날짜)·변제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용증이 없더라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계좌이체 시 메모란에 '대여' 또는 '차용'이라고 남기거나, "빌려주는 거니까 꼭 갚아야 한다"는 취지의 문자나 메시지를 남겨두면 사후에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증여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 그 의사를 기록으로 남겨 불필요한 반환 청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여와 증여의 구별은 '돈을 주었다'는 외형이 아니라 '갚기로 했는가'라는 의사의 문제이며, 그 의사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분쟁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돈이 오가는 순간의 작은 기록 하나가 수년 뒤의 소송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