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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성범죄
형사범죄 · 성범죄 2026.03.28 조회 80

성범죄 수사 중 휴대전화 압수,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손명숙 변호사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오늘은 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압수는 피의자에게 매우 큰 불안을 안겨주는 절차입니다. 그 안에 담긴 개인정보의 범위가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가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실무적 쟁점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사례] 인천에 거주하는 37세 회사원 A씨는 지인인 C씨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경찰 조사에 출석한 A씨는 진술 과정에서 수사관으로부터 "사건 당일 전후의 대화 내역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임의제출을 요청받았습니다. A씨는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조건 없이 휴대전화를 제출했고, 약 3주 뒤 돌려받은 휴대전화의 포렌식 결과에는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관련 데이터까지 추출되어 있었습니다.

쟁점 1: 임의제출과 압수수색영장의 차이

첫째,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임의제출압수수색영장에 의한 강제 압수입니다. 이 둘의 법적 성격은 완전히 다릅니다.

  • 임의제출(형사소송법 제218조) :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물건을 제출하는 것입니다. 영장 없이도 가능하지만, 본인의 동의가 전제됩니다.
  • 압수수색영장(형사소송법 제215조) :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 강제로 물건을 압수하는 절차입니다. 영장에 기재된 범위 내에서만 수색이 가능합니다.

A씨의 경우 임의제출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넘겼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인데, 많은 분들이 "거부하면 혐의가 더 무거워지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하여 선뜻 제출합니다. 그러나 임의제출은 말 그대로 '임의'이므로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거부했다고 해서 혐의가 가중되거나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임의제출을 거부하더라도 수사기관은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 강제로 압수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영장에 의한 압수일 경우 압수 범위가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 관련 정보로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임의제출은 제출 범위를 본인이 특정하지 않으면 포괄적 탐색이 이루어질 위험이 큽니다.

쟁점 2: 디지털 포렌식의 범위와 권리 보호

둘째, 휴대전화가 압수되면 수사기관은 디지털 포렌식(전자정보 분석)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어디까지 볼 수 있는가'입니다.

대법원은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해 "혐의 사실과 관련된 정보만을 선별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를 '관련성 원칙'이라 합니다. 즉, 성추행 혐의 수사를 위해 압수된 휴대전화에서 전혀 무관한 금융 거래 내역이나 다른 지인과의 사적 대화를 무제한으로 열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피의자의 참여권: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해, 압수수색 시 피의자 또는 변호인은 현장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도 참여하여 혐의와 무관한 데이터의 추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A씨 사례로 돌아가면, 임의제출 당시 별도 조건을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광범위하게 데이터를 추출한 것입니다. 만약 A씨가 "사건 당일인 특정 날짜 전후 메신저 대화만 확인해달라"는 조건을 명시하고 조서에 기재했다면, 그 범위를 넘어선 포렌식 결과는 위법수집증거로 다툴 여지가 있었습니다.

쟁점 3: 압수물 반환 청구와 증거능력 다툼

셋째, 휴대전화를 이미 제출한 뒤에도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있습니다.

  • 압수물 반환 청구(형사소송법 제218조의2) : 임의제출한 물건에 대해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가 있으면 수사기관은 계속 압수가 필요한 경우 법원에 압수를 계속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 준항고(형사소송법 제417조) : 수사기관의 압수처분에 불복하여 법원에 그 적법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 위법수집증거 배제 주장 : 재판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도록 주장할 수 있습니다.

A씨의 경우 이미 포렌식이 완료된 상태이므로, 향후 재판 단계에서 혐의 사실과 무관한 데이터가 증거로 사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됩니다. 포렌식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거나, 관련성 없는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추출되었다면 이를 근거로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실무적 대응 방법 정리

마지막으로, 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압수 상황에 놓였을 때 기억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겠습니다.

1
임의제출 요청 시 즉시 수락하지 않기 - 수사관의 요청이 있더라도 변호인 조력을 받은 뒤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거부 자체가 불이익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2
제출 범위를 반드시 특정하기 - 임의제출에 동의하더라도 "특정 기간의 특정 앱 대화 내역에 한정" 등 범위를 명시하고, 이를 조서에 기재해달라고 요청하세요.
3
디지털 포렌식 참여권 행사하기 - 변호인을 선임하여 포렌식 과정에 참여하고, 혐의와 무관한 데이터 추출에 이의를 제기하세요.
4
사후 반환 청구 및 준항고 활용 - 이미 제출한 경우에도 압수물 반환을 청구하거나, 위법한 압수에 대해 준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5
휴대전화 데이터를 임의 삭제하지 않기 - 수사 중 증거를 삭제하면 증거인멸 혐의(형법 제155조)가 추가될 수 있어, 절대 스스로 삭제해서는 안 됩니다.

성범죄 수사에서 휴대전화 압수는 단순히 기기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축적된 모든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초기 대응 단계에서의 판단이 이후 재판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의제출의 경우, 동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방어 전략의 폭이 크게 달라집니다.

손명숙
손명숙 변호사의 코멘트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실제로 수사 현장에서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청을 받고 아무 조건 없이 넘기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제출 범위를 특정하고 포렌식 참여권을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방어의 폭이 크게 달라지므로, 가능한 빨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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