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비자 과실과 제조물 결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제조업자의 배상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 과실 비율만큼 배상액이 줄어드는 과실상계가 적용된다. 이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피해자는 정당한 배상을 놓치고, 제조업자는 불필요한 과다배상을 떠안게 된다.
[사건 개요]
서울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씨(47세)는 온라인에서 35만 원짜리 전동 킥보드를 구매했다. 구매 후 3개월째 되던 날 주행 중 앞바퀴 조향 장치가 갑자기 풀리면서 A씨는 도로에 넘어져 좌측 쇄골 골절, 치료비 약 82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제조사 B사는 "A씨가 사용설명서에 명시된 월 1회 볼트 점검을 하지 않았고, 체중 제한(100kg)을 10kg 초과한 상태로 탑승한 과실이 있다"며 배상을 거부했다.
핵심만 짚겠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 책임을 진다. 여기서 '결함'은 세 가지로 나뉜다.
A씨 사건에서는 조향 장치 볼트의 나사산이 규격보다 0.3mm 얕게 가공된 사실이 감정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는 명백한 제조상 결함에 해당한다. 체중을 초과한 상태에서 사용했다 해도, 볼트 나사산이 정상이었다면 조향 장치가 이탈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중요한 점은,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에 의해 피해자가 결함의 존재, 손해 발생, 인과관계를 증명하면 되고, 구체적인 결함 발생 원인까지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입증책임 전환 규정은 실제 소송에서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비자 과실이 있다고 해서 제조업자가 완전히 면책되지는 않는다. 제조물책임법 제4조는 면책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소비자의 단순 과실은 면책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면책이 인정되려면 다음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B사가 주장하는 "A씨의 체중 초과 탑승"이나 "볼트 점검 미실시"는 위 면책사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B사의 완전 면책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제조업자가 완전히 면책되지 않는다고 해서 소비자 과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은 제조물책임 소송에서도 적용된다.
과실상계 판단 기준
A씨 사건을 분석하면 이렇다. 월 1회 볼트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설명서 어디에도 "점검하지 않으면 조향 장치가 이탈할 수 있다"는 구체적 위험 경고가 없었다. 체중 10kg 초과는 인정되나, 감정 결과 나사산 불량이 없었다면 130kg까지도 조향 장치가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런 요소를 종합하면, 실무상 소비자 과실 비율은 약 15~25% 수준으로 산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치료비 820만 원 기준으로 제조사 B사는 약 615만~697만 원을 배상해야 하고, A씨는 나머지 부분을 스스로 부담하게 된다.
첫째, 제품과 현장 증거를 즉시 보전하라. 사고 제품을 수리하거나 폐기하면 결함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사고 직후 제품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가능하면 제3자 기관에 감정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
둘째, 사용설명서와 경고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라. 제조업자 측은 소비자 과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설명서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진다. 반대로 소비자 측에서는 경고 표시가 불충분했는지, 표시상 결함이 있었는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셋째, 과실 비율 다툼에 대비하라. 과실상계는 법원의 재량 영역이다. 유사 사건의 과실 비율 경향, 감정 결과, 사용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두어야 자신에게 유리한 과실 비율을 이끌어낼 수 있다.
넷째, 소멸시효를 놓치지 마라.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를 안 날부터 3년, 제조물 공급일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기간이 지나면 아무리 명백한 결함이라도 배상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