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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태권도장에서 겨루기 연습 중 상대 아이의 발차기에 코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병원비만 수백만 원, 부모는 관장에게 책임을 물으려 했지만 "운동 중 사고는 원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과연 운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학원이나 체육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 측이든 운영자 측이든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들을 정리했습니다.
학원이나 체육관 운영자는 수강생에 대해 안전배려의무(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 손해배상)와 함께, 수강 계약에 기한 채무불이행 책임(민법 제390조)의 근거가 됩니다. 특히 미성년자가 다수 이용하는 시설에서는 그 의무의 수준이 한층 높게 요구됩니다. 운동 자체에 본질적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운영자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지도자의 부재는 운영자 과실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수업 시간 중 지도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했다면, 감독의무 위반이 거의 확정적으로 인정됩니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이나 다른 수강생의 진술을 반드시 확보하세요.
초보자에게 고난도 동작을 지시하거나, 체격 차이가 큰 수강생끼리 대련을 시킨 경우는 운영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합니다. 아이의 수강 기간, 해당 수업의 커리큘럼, 대련 상대의 체격 차이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헤드기어, 호구, 매트 등 필수 보호장비 없이 수업을 진행했는지 확인하세요. 시설의 바닥 상태, 기구 노후 정도도 중요합니다. 보호장비를 제공하지 않았거나 낡은 장비를 방치한 것 자체가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직접적 증거가 됩니다.
사고 발생 후 운영자가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했는지도 책임 범위에 영향을 미칩니다. 119에 즉시 신고했는지, 보호자에게 연락했는지, 아이를 방치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야 합니다. 초기 대응이 부실해 부상이 악화되었다면, 그 확대 손해에 대해서도 별도의 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원은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입니다. 체육시설법상 체육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험 미가입 자체가 법률 위반이며,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사를 통한 배상 절차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운영자에게 보험증권 사본을 요구하세요.
입회 시 "운동 중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라는 서약서에 서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전 면책 서약서는 운영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사고까지 면책하지 못합니다. 또한 미성년자의 부모가 서명했더라도, 운영자의 기본적인 안전의무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서약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지 마세요.
치료비 영수증, 진단서, 향후 치료계획서는 기본이고, 통원으로 인한 교통비, 부모의 간병으로 인한 휴업손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청구가 가능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초기에 증거를 꼼꼼히 모아둔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의 배상액 차이가 2~3배에 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사고 현장 사진, CCTV 보존 요청서, 목격자 연락처를 사고 당일에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만 모든 사고에서 운영자가 100%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강생 본인이 지도자의 지시를 무시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거나, 부모가 아이의 기저질환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과실상계가 적용됩니다. 실무상 학원 안전사고에서 운영자 책임이 60~80%, 수강생 측 과실이 20~40% 정도로 배분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피해자의 연령이 어릴수록 운영자 책임 비율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태권도장 사고의 경우, 부모는 CCTV 영상을 통해 지도자가 대련 중 잠시 자리를 비운 사실, 보호장비 일부가 미착용 상태였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학원이나 체육관 안전사고는 증거 확보의 시기와 방법이 배상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감정에 앞서 위 7가지 항목부터 차분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