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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수사·형사재판 절차(고소·수사·구속/보석)
형사범죄 · 수사·형사재판 절차(고소·수사·구속/보석) 2026.03.29 조회 6

피의자 진술거부권 행사 방법, 언제 어떻게 써야 유리할까

김성관 변호사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오늘은 형사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진술거부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23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피의자 조사 건수 약 187만 건 가운데, 진술거부권을 실제로 행사한 비율은 채 5%에 미치지 못합니다. 많은 분들이 권리의 존재는 알지만, 정작 행사 방법과 타이밍을 몰라 불리한 진술을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진술거부권의 법적 근거부터 실전 행사 전략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진술거부권의 법적 근거와 범위

진술거부권(묵비권)은 헌법 제12조 제2항에서 보장하는 헌법적 기본권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반드시 다음 네 가지를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필수 고지 사항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1.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

중요한 점은 진술거부권의 범위입니다. 이 권리는 자신의 형사책임에 관한 모든 진술에 적용됩니다. 즉 사건의 전부에 대해 침묵할 수도 있고, 특정 질문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의 진술은 진술거부권의 대상이 아닙니다. 인적사항은 피의자 특정을 위한 절차적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구체적 방법

실무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각각의 특징과 활용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전면적 진술거부 (완전 묵비) 인적사항 외 모든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방식입니다. 사안이 복잡하거나 변호인과 충분한 상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주로 활용됩니다. 수사기관은 묵비권 행사를 이유로 체포나 구속에 불이익을 줄 수 없습니다.
2
부분적 진술거부 (선택적 묵비) 일부 질문에는 답변하되, 특정 쟁점에 대해서만 진술을 거부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사건 경위는 설명하되 공범 관계나 자금 흐름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입니다. 실무상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유형이지만, 답변한 부분과 거부한 부분 사이의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3
조건부 진술거부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진술하겠습니다" 또는 "변호인과 상의 후 진술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라고 밝히는 방식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피의자는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셋째, 진술거부권 행사의 타이밍과 전략적 판단

진술거부권은 단순히 "말하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방어권 행사의 핵심 전략입니다. 타이밍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경찰 조사 단계 (1차 피의자 신문)

수사 초기에는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 단계에서 성급하게 진술하면 이후 번복이 극히 어려워집니다. 실무적으로 경찰 단계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변호인 선임 후 검찰 단계에서 방어 전략에 맞춰 진술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검찰 조사 단계

검찰 조사에서의 진술조서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해야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그러나 진술의 내용 자체가 수사 방향을 결정짓는 만큼, 이 단계에서도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구속영장이 청구된 경우, 판사 앞에서 진행되는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통상적으로 진술거부권보다 적극적 소명이 유리합니다.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음을 판사에게 설득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때의 진술도 본안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변호인과 사전에 진술 범위를 명확히 정해두어야 합니다.

넷째, 실무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와 주의사항

첫째, 진술거부가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진술거부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수사관이 "묵비권 행사하면 불리해진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법률 설명이 아닙니다.

둘째, 진술거부권은 수사 단계뿐 아니라 법정에서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는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신문 시에도 특정 질문에 대해 답변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이후 진술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반대로 한번 진술한 내용을 나중에 번복하는 것은 신빙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줍니다. 따라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진술보다 침묵이 안전한 선택입니다.

진술거부권 행사 시 실무 체크포인트

- 조사 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습니다"라고 명확히 의사 표시할 것

- 진술거부 의사가 피의자신문조서에 정확히 기재되었는지 확인할 것

- 수사관의 반복 질문이나 설득에 흔들리지 말 것

- 비공식 대화(조서 작성 외 잡담)에서도 사건 관련 발언을 삼갈 것

- 가능한 한 변호인 참여 후 진술 여부를 결정할 것

다섯째, 진술거부권의 한계와 향후 전망

진술거부권이 만능은 아닙니다. 물적 증거(CCTV, 디지털 포렌식, 금융거래 기록 등)가 충분한 사건에서는 진술거부만으로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서 지나치게 장기간 묵비하면, 합의 등 양형에 유리한 절차를 진행할 시기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최근 형사소송 실무에서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이 법률로 명문화되었고, 조사 과정의 영상녹화(형사소송법 제244조의2)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 속에서 진술거부권은 단순한 침묵의 권리가 아니라, 변호인 조력권, 영상녹화 요구권 등과 결합하여 피의자 방어 체계의 핵심축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진술거부권의 핵심은 "언제, 어떤 범위에서 행사할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질문에 즉각 답변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형사절차에서 한번 남긴 진술은 되돌리기 극히 어렵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김성관
김성관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화쟁 · 경기도 수원시
실무에서 보면 수사 초기에 당황한 나머지 불리한 진술을 남기고, 이후 재판에서 번복하려다 오히려 신빙성을 잃는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진술거부권은 타이밍과 범위가 핵심이므로, 조사 전 변호인과 반드시 구체적인 진술 전략을 수립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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