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19년 제도 시행 이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접수된 신고 건수는 약 1만 7천여 건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20%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피해자가 가장 먼저 호소하는 문제는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괴롭힘이 인정되기까지의 조사 기간, 그리고 이후의 근무 환경 모두에서 피해자의 분리 배치, 즉 전보 또는 보직 변경은 핵심적 보호 조치에 해당한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피해자 보호 조치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의 구조를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사용자는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제2항). 조사 기간 중에는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제3항). 핵심은 "피해 근로자의 의사"가 전제라는 점이다. 사용자가 임의로 피해자를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하는 것은 오히려 불이익 처분이 될 수 있다.
조사 결과 괴롭힘이 확인된 경우에는 피해 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 장소 변경, 배치 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제4항). 여기서 주목할 것은, 법문이 "피해 근로자가 요청하면"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피해자에게 사실상의 전보 및 보직 변경 요구권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법조문만 보면 피해자의 요구에 사용자가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몇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첫째, 조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선택권 문제이다. 피해자가 "A부서로 보내달라"고 특정 부서를 지정하여 요청할 경우, 사용자가 이를 그대로 수용해야 할 의무까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나뉜다. 현행법의 취지상 사용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해자의 요청을 최대한 존중하되 경영상 사정을 고려한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행하면 족하다는 것이 다수의 실무 해석이다.
둘째, 가해자 전보와 피해자 전보의 우선순위 문제이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많은 피해자들이 "내가 왜 자리를 옮겨야 하느냐"고 호소한다. 법 취지상 원칙적으로 가해자를 분리 배치하는 것이 맞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도 피해자가 원래 근무지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가해자를 대상으로 근무 장소 변경, 배치 전환 등의 조치를 우선 검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셋째,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적 한계이다. 상시 근로자 10인 미만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물리적으로 부서 분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근무 시간대 조정, 재택근무 전환, 유급휴가 부여 등 대안적 보호 조치가 활용된다.
사용자가 피해자의 적법한 보호 조치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법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괴롭힘 사실이 최종 확인되기 전, 즉 조사 기간 중의 보호 조치(제76조의3 제3항)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내 조사에 통상 2주에서 한 달, 길게는 그 이상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피해자가 가해자와 동일 공간에서 근무해야 한다면 2차 피해의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조사 기간 중 보호 조치의 경우에도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등이 가능하며, 이때 역시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는 금지된다. 실무적으로는 피해자가 신고 접수와 동시에 서면으로 보호 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구두 요청만으로는 사후에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사용자의 반론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의 가장 큰 한계는 피해자의 요구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 이행을 실시간으로 감독할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과태료 제재만으로는 억지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향후 입법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보완이 논의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전보 및 보직 변경 요구권은 단순한 선언적 권리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의해 사용자에게 이행 의무가 부과된 실체적 권리이다. 다만 그 실효성은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인지하고, 적시에 서면으로 요청하며, 사용자의 이행 여부를 기록으로 남기는 실무적 노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