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하고 공감하며 해결합니다.
이혼 후 공동양육을 합의했더라도, 자녀의 주된 생활 거점을 어느 쪽에 둘 것인지 즉 주양육자(주된 양육권자) 결정 문제는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쟁점에 해당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 가운데, 부모 양쪽 모두 양육 의지가 강해 주양육자 지정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다투는 사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A씨(38세, 여성, 서울 마포구 거주,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B씨(41세, 남성, 서울 은평구 거주, IT회사 과장)는 결혼 9년 차에 협의이혼을 진행 중입니다. 슬하에 초등학교 2학년 아들(8세)과 유치원생 딸(5세)이 있습니다.
양측 모두 자녀에 대한 애정이 깊고, 공동양육에 합의하였으나 주양육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서 의견이 갈렸습니다. A씨는 그간 주된 돌봄을 담당해 왔다고 주장하고, B씨는 재택근무 전환이 가능하며 경제적 안정성이 높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결국 가정법원에 양육자 지정 심판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이 주양육자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기준 중 하나가 '양육의 계속성 원칙'입니다. 이는 자녀가 현재까지 주로 누구와 함께 생활하며 안정적인 유대를 형성해 왔는지를 의미합니다.
양육의 계속성 원칙이란, 기존에 자녀를 주로 양육해 온 환경을 급격히 바꾸는 것이 아이에게 정서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판단하는 원칙을 말합니다.
본 사례에서 A씨는 결혼 생활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며 자녀의 등하교, 병원 방문, 학부모 상담 등을 주로 담당해 왔습니다. 반면 B씨는 평일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여 주말과 저녁 시간대에 양육에 참여하는 형태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A씨가 사실상 주된 돌봄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에 상당한 비중을 두게 됩니다.
다만, 양육의 계속성이 절대적 기준은 아닙니다. 과거의 양육 분담이 부부 사이의 역할 합의에 따른 것이었고, 이혼 후에는 사정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이 요소만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B씨는 연 소득 약 6,500만 원의 안정적 급여를 받고 있으며, 은평구 소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주거 안정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A씨의 프리랜서 수입은 연 3,000만 원 내외로 다소 불규칙적인 편입니다.
경제력은 양육자 결정 시 고려 요소 중 하나이나, 실무상 법원은 이 요소의 비중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따라서 B씨의 경제적 우위가 주양육자 지정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A씨의 수입이 극도로 불안정하여 기본적인 양육 환경 유지가 곤란한 수준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837조 및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양육자 지정 시 자녀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연령과 성숙도에 이른 경우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만 7세 이상 자녀의 경우 가사조사관 면담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본 사례에서 8세 아들의 경우 법원이 의사를 청취할 가능성이 높고, 5세 딸의 경우에는 직접 의견 청취보다 가사조사관의 행동 관찰 보고서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자녀의 의사를 청취하더라도, 아이의 진술 자체가 결정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 일방의 영향 아래에서 형성된 의사인지, 자녀의 진정한 복리에 부합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또한, 최근 가정법원 실무에서 점점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면접교섭 협조 의지입니다. 주양육자가 된 후 상대방 부모와 자녀의 만남을 원활하게 보장할 의사가 있는지가 양육자 적격성 판단의 주요 지표로 활용됩니다. 만약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면접교섭을 방해하거나 자녀에게 상대 부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심어주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양육자 지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공동양육 시 주양육자 결정에서 법원이 고려하는 요소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모든 요소를 관통하는 최상위 기준은 '자녀의 복리'(민법 제837조, 제912조)입니다. 부모 어느 쪽의 권리가 아닌, 아이에게 가장 이로운 환경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본 사례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경우, 다음 사항을 실무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양육의 계속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연락처에 등록된 주 연락 보호자 정보, 병원 진료 기록에 남은 보호자 이름, 학부모 상담 참석 기록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 가사조사 과정에서의 태도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사조사관은 부모 면담, 가정 방문, 자녀 관찰을 통해 종합 보고서를 작성하며, 법원은 이 보고서에 상당히 높은 비중을 둡니다.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자녀를 위한 구체적 양육 계획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셋째, 공동양육 합의를 하더라도 양육비, 면접교섭의 구체적 방법과 일정, 교육과 의료에 관한 주요 결정 권한 등을 사전에 명확히 정해두는 것이 향후 분쟁을 예방하는 핵심입니다. 양육비의 경우,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참고하되 쌍방의 소득과 자녀의 필요를 반영하여 구체적 금액을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