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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국제이혼·국제양육권
가족·이혼·상속 · 국제이혼·국제양육권 2026.04.01 조회 8

한국-미국 국제이혼, 어느 나라 법원에서 해야 할까? 관할법원 결정 사례분석

고준용 변호사
법무법인 도모 · 경기도 수원시

배우자가 미국에, 나는 한국에 살고 있는데 이혼을 하고 싶다면 어디에서 소송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셨을 겁니다. 한국-미국 국제이혼은 단순히 어느 법원에 서류를 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재산분할과 양육권의 결과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관할법원 결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은 실제 상담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과 비슷한 가상 사례를 통해, 이 복잡한 문제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사건 시나리오

서울 출신 A씨(42세, 여성, IT 회사 재직)는 미국 시민권자인 남편 B씨(45세, 남성,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거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2014년 서울 종로구청에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캘리포니아에서도 혼인을 등록했습니다.

두 사람은 LA에서 약 7년간 함께 생활하며 슬하에 딸 C(10세, 미국 시민권 및 한국 국적 보유)를 두었습니다. 2023년 초 A씨는 딸을 데리고 서울 친정으로 돌아와 현재까지 약 2년째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B씨는 여전히 LA에 거주하며, 양측 모두 이혼에는 합의하지만 딸의 양육권과 한국 소재 아파트(시가 약 8억 원) 및 LA 소재 콘도(약 60만 달러)의 재산분할에 대해 심각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A씨는 한국 법원에, B씨는 캘리포니아 법원에 각각 이혼소송을 제기하려 합니다.

쟁점 1.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는가

국제이혼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한국 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이지요.

우리 국제사법 제2조는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질적 관련성은 당사자의 국적, 상거소(생활의 근거지), 혼인신고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A씨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법원의 관할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 A씨는 대한민국 국민이며, 2023년 초부터 약 2년간 서울에 계속 거주하고 있어 상거소가 한국에 있습니다.
  • 혼인신고가 서울 종로구청에서 이루어져 한국에도 법률상 혼인이 유효하게 성립되어 있습니다.
  • 한국 소재 부동산(시가 약 8억 원)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됩니다.
  • 자녀 C도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B씨 측에서 "이미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를 제기했으므로 한국 소송은 부적절하다"고 다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법상 외국에서의 소송계속(동시진행) 자체가 한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법원은 독자적으로 관할 유무를 판단하게 됩니다.

쟁점 2. 어느 나라의 법률이 이혼 자체에 적용되는가 (준거법 문제)

관할법원이 정해졌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한국 법원이 사건을 맡더라도, 반드시 한국 민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혼란을 느끼시는데요,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국제사법 제37조는 이혼의 준거법을 다음 순서로 결정합니다.

(1) 부부의 동일한 본국법이 있으면 그 법

(2)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법

(3)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의 법

A씨는 한국 국적, B씨는 미국 국적이므로 동일 본국법이 없습니다. 현재 상거소도 A씨는 한국, B씨는 미국으로 다릅니다. 따라서 세 번째 기준인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의 법"으로 결정됩니다.

이때 법원은 혼인생활을 가장 오래 한 곳, 혼인 파탄의 원인이 발생한 곳, 자녀의 생활 근거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A씨 사례에서는 혼인생활 7년을 LA에서 했으므로 캘리포니아법이 적용될 여지도 있고, 현재 실질적 생활 근거가 한국이므로 한국법이 적용될 여지도 있어 법원의 구체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 점이 왜 중요하냐면, 적용 법률에 따라 재산분할 비율과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는 대표적인 부부공동재산제(Community Property) 주(州)로,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을 원칙적으로 50:50으로 나눕니다. 반면 한국 민법은 기여도에 따라 분할하므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쟁점 3. 자녀 양육권은 어느 법원이 결정하는가

양육권 문제는 이혼 자체보다 더 민감하고, 별도의 관할 기준이 적용됩니다. 걱정되시는 부분이 바로 이곳일 텐데요, 핵심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국제사법 제45조는 부모와 자녀 간의 법률관계에 대해 자녀의 상거소지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아동의 양육권 관할은 "자녀의 상거소(habitual residence)"를 중심으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 원칙입니다.

딸 C는 2023년 초부터 약 2년간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고, 현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한국에서의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C의 상거소가 한국이라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양육권에 관해서는 한국 법원이 관할권을 갖고 한국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하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B씨가 A씨의 귀국 자체가 부당한 자녀 탈취에 해당한다며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따른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2013년에 이 협약에 가입했고, 미국도 체약국입니다. 만약 A씨가 B씨의 동의 없이 또는 양육권(custody right)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자녀를 한국에 데려왔다면, B씨는 자녀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라는 반환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협약은 다음과 같은 경우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두고 있습니다.

  • 탈취로부터 1년이 경과하고 자녀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경우
  • 반환 시 자녀에게 심각한 해악(grave risk)이 있는 경우
  • 자녀 본인이 반환을 거부하고 의사를 고려할 만한 나이와 성숙도에 이른 경우

A씨의 경우 이미 귀국한 지 약 2년이 경과했고 딸이 한국에 적응해 있으므로, 반환이 거부될 수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개별 사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실무적 조언: 한국-미국 국제이혼을 준비하신다면

이처럼 국제이혼 관할법원 결정은 단순히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적용되는 법률과 재산분할 결과, 양육권 판단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관할법원을 먼저 확보한 쪽이 전체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중요합니다

관할 다툼에서는 먼저 소를 제기한 쪽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미국에서 먼저 소송을 개시하면 한국 소송이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이혼을 결심하셨다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상거소 입증 자료를 확보하세요

주민등록등본, 자녀의 학교 재학증명서, 건강보험 가입 내역, 임대차계약서 등 한국에서의 생활 근거를 보여주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시면 관할 주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양국 법률을 모두 파악하셔야 합니다

한국법과 미국(해당 주) 법률의 차이를 이해하고, 어느 쪽이 본인에게 유리한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같은 미국이라도 이혼법이 상당히 다르므로, 상대방이 거주하는 주의 법률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헤이그 협약 리스크를 점검하세요

자녀를 데리고 한국에 오신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출국 경위를 꼼꼼히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협약상 반환 청구가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나라의 법 체계 사이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초기 단계에서의 정확한 법률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재산과 자녀가 양국에 걸쳐 있는 경우, 관할법원의 선택이 사실상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짓게 됩니다.

고준용
고준용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도모 · 경기도 수원시
실무에서 한국-미국 국제이혼 사건을 다루다 보면, 관할법원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재산분할 비율이 수천만 원 이상 차이나는 경우를 자주 접합니다. 특히 자녀를 데리고 귀국하신 분들은 헤이그 아동탈취협약 이슈를 간과하기 쉬운데, 이 부분을 초기에 점검하지 않으면 양육권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복잡한 국제이혼일수록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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