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노2136 판결]
피고인
쌍방
우재훈(기소), 원선아, 이기명(공판)
변호사 변형관
인천지방법원 2021. 6. 10. 선고 2021고단303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방해의 점은 무죄.
1. 항소이유의 요지(양형부당)
가. 피고인
원심의 형(징역 1년 2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직권심판의 범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및 제2항에는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사유에 관해서 심판하여야 하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형사소송법 364조 2항의 취지는 형사소송법이 항소이유를 제한하고 소정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의 제출을 하도록 하는 등 항소절차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미처 생각지 못하고 또는 적절하게 항소이유서에서 지적하지 못한 사유도 있을 것이 예상되므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형벌법규의 공정한 실현을 위하여 법원에게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가 상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을 하여 판결의 적정을 기하고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데 있고 동 조항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라는 것은 널리 항소이유가 될 수 있는 사유 중에서 직권조사사유를 제외한 것으로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다(대법원 1976. 3. 23. 선고 76도437 판결 등 참조).
직권으로, 원심판결 중 각 업무방해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사실의 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3.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방해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요지
별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4.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거시 증거들에 의하면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5. 당심의 판단
가. 각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이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위계로 피해 은행들의 계좌개설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1) 업무방해죄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하는 범죄로 위헌시비가 있어왔고[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7헌바23 결정(파업 등 쟁의행위 사건), 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10헌바54·407(병합) 결정(소비자불매운동사건) 등], 구성요건 또한 ‘위계’, ‘위력’, ‘업무’, ‘방해’ 등 개념 폭이 넓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상적 위험만 있으면 처벌하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도 공장을 양도한 후 계약을 위배하여 외상채무자로부터 외상대금을 수령한 경우(대법원 1984. 5. 9. 선고 83도2270 판결)와 어장의 대표자가 후임자에게 어장에 대한 허위의 채권을 주장하면서 예탁금 인출에 필요한 인장의 인도를 거절한 경우(대법원 1984. 7. 10. 선고 84도638 판결) 등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2) 검사는 이 부분 공소사실로, "피고인은 2020. 8. 20.경 부산시 동래구 (주소 생략)에 있는 부산은행 ◇◇동 지점에서, 사실 ‘유한회사 태정’ 명의 계좌를 개설하여 그 접근매체를 바로 양도할 의사였으나, 마치 ‘유한회사 태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 것처럼 가장하여 사업자등록증 등 계좌 개설에 필요한 서류를 담당직원에게 제출하면서 ‘유한회사 태정’ 명의 계좌 개설을 신청하였고, 그 과정에서 통장, 현금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등의 안내를 받고 이를 준수할 것처럼 행세하는 등 위 직원을 기망하였으며, 이에 속은 위 직원으로 하여금 ‘유한회사 태정’ 명의의 부산은행 계좌(1012071XXXXXX)를 개설하도록 하여 피해자 부산은행의 계좌 개설업무를 방해하였고, 피고인은 위 성명불상자와 공모하여 그 때부터 다음 날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4회에 걸쳐 각 금융기관인 피해자들의 계좌 개설업무를 방해하였다."고 적시하였다.
3) 먼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가)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피고인이 금융거래목적확인서 양식 중 금융거래목적 란에 "사업 거래 중" 또는 "법인사업용도"라고 기재하고, "타인으로부터 통장대여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하 ‘이 사건 질문’이라 한다)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허위의 답변을 기재하고, 은행 계좌개설 신청과정에서 통장, 현금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등의 안내를 받고도 계좌개설을 진행한 것이 피고인이 마치 각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 것처럼 가장하고 통장양도를 하지 않을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 은행의 직원을 기망한 것이라고 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는 개설을 신청하는 은행계좌를 이용하려는 목적을 확인하려는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질문은 범죄피해나 범죄연루를 방지하고자 통장대여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고객에게 단지 확인하는 것에 불과한 점, 통장 및 현금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등의 안내 또한 범죄연루를 방지하고자하는 단순한 안내행위에 불과한 점, 피고인의 경우처럼 신규법인 명의의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개설 당시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회사의 정상운영 여부는 은행계좌 개설을 위한 중요확인 사항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에서 은행계좌 개설 당시 고객이 통장양도를 하지 않을 것인지를 확인할 의무가 피해 은행에게 있다거나 은행 직원이 이를 확인하려 했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등에서, 피고인이 금융거래목적 란과 이 사건 질문에 위와 같이 허위의 답변을 기재하고 은행계좌 개설 신청과정에서 접근매체양도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도 계좌개설을 진행한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각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 것처럼 가장하였다거나 통장양도를 하지 않을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 은행의 직원을 기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결국 검사는 피고인이 금융거래목적 란과 이 사건 질문에 허위의 답변을 하고 이에 관한 서류를 첨부하여 제출한 행위 등이 피해 은행들의 계좌개설 업무를 위계로 방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보이므로, 아래에서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한편 학설과 판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관하여, 재판이나 수사과정 또는 관청의 인·허가처분과 관련하여 허위진술, 허위기재, 허위신고 또는 허위자료 제출 등의 행위가 있는 경우 반드시 본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고, 이는 재판에서의 실체적 진실발견은 법관의 고유임무이고 수사과정에서의 실체적 진실발견은 수사기관의 고유임무이며 재판이나 수사절차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인으로서는 법적으로 진실만을 말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따라서 당사자나 피고인이 법원에 대하여 허위진술을 하거나 또는 수사기관에 대하여 피의자가 허위자백을 하거나 참고인이 허위진술을 한 것만으로는 본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으며, 다만 피의자나 참고인이 피의자의 무고함을 증명할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하였고, 그 결과 수사기관이 그 진위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실한 수사를 하였음에도 제출된 증거가 허위로 조작된 것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위계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서 본죄가 성립한다고 한다(대법원 1971. 3. 9. 선고 71도186 판결, 대법원 1972. 10. 10. 선고 72도1974 판결,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1609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101 판결,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5986 판결,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도18646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판례는 "허위의 재직증명서를 첨부하여 가입청약을 하고 전화를 가설하였더라도 전화가입청약에 대하여는 전화관서가 그 승낙순위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이로써는 본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하거나(대법원 1977. 12. 27. 선고 77도3199 판결 참조), "세무공무원이 세무에 관한 범칙사건의 조사가 필요한 때는 범칙혐의자나 참고인을 심문, 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있다는 조세범처벌절차법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세무공무원이 범칙사건을 조사함에 있어서는 범칙혐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범칙혐의자를 확정하고 그 범칙사실을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 조사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범칙혐의자나 참고인에게 법적으로 진실만을 말하도록 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도 아니므로, 범칙혐의자나 참고인이 세무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진술을 하더라도 본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여(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2도402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게 진실만을 말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닌 경우 이를 위반하여 허위의 진술이나 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무분별한 확장을 제한하였는바, 업무방해죄에 관한 위 고찰의 점에 비추어 이러한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법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피고인이 은행에 대해 계좌개설을 요청하고 은행이 이에 응하는 행위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인 은행이 판매하는 예금성 금융상품을 소비하는 행위로서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의 사적 법률관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특별한 법률적 근거나 약정이 없는 이상 금융소비자가 위 법률관계에 기해 금융상품을 소비함에 있어 은행에 대하여, 사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계좌개설 이후의 타인과 자신의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피해예방을 위한 이 사건 질문에 반드시 사실대로 응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검사는 이 사건 지침의 정확한 내용과 법적 성격(법규명령인지 내부준칙인지) 및 이에 따른 효과(구속력이 있는지 권고적 효력에 그치는지)에 관한 정확한 내용이나 관련 약관상의 내용을 밝힌 바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은행에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과연 사실대로 답할 의무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이 위 사항에 관해 허위의 답변을 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업무방해죄에서 규정한 위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기록에 의하여 짐작되는 이 사건 지침의 취지와 내용은 은행에게 통장양도의 불법성을 고객에게 알리도록 함과 동시에 통장개설을 요청하는 고객에게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답하고 관련 서류를 첨부하도록 요구하게 함으로써 고객 스스로 살피는 기회를 가져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로 인한 피해를 당하거나 위와 같은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예방하게 함에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은행으로서는 이 사건 지침에 따라 고객에게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고 관련 서류를 받아 안내와 예방 조치를 취함으로써 지침을 따랐다고 할 것이므로, 설령 피고인이 위 각 사항에 관해 허위의 답변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답변 제출이 확인되는 이상 은행이나 피고인에게 금융감독기관의 행정적 제재 등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 법적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지침으로 피고인에게 위 각 사항에 관해 진실을 답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설령, 약관이나 이 사건 지침에서 금융소비자에 대해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사실대로 답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규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유효한 법적 효력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헌법 제12조는 제1항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을 선언하고,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진술거부권을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형사책임과 관련하여 비인간적인 자백의 강요와 고문을 근절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5441 판결 등 참조). 금융감독원이나 금융기관이 이 사건 지침이나 약관을 통해 고객에게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사실대로 답할 의무를 부과하고, 진실에 반하는 답변을 하는 경우 계좌개설을 거부하는 등 불이익을 고지하고, 나아가 검사가 이 사건의 경우처럼 형사처벌까지 구하는 것은 금융상품을 이용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사실상 그 이용행위에 관련하여 일어났거나 앞으로 일어날 범죄행위에 대해 미리 자백할 것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위와 같은 범죄행위의 발생 여부와는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어서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보인다.
(2) 금융감독원이나 은행이 이 사건 지침이나 약관을 통해 고객에게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사실대로 답할 의무를 부과하고, 진실에 반하는 답변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계좌개설을 거부하는 등 불이익을 고지하고, 나아가 검사가 이 사건의 경우처럼 형사처벌까지 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중 절대적 자유인 내심적 자유를 침해 내지 처벌하는 것이 되거나 내심의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이나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금융기관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는 것이 되어 소극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보인다.
4) 다음으로, 피고인의 위계행위로 인해 피해 은행의 계좌개설업무방해의 결과가 초래되었는지 본다.
가) 대법원은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상대방이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그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그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신청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지만, 신청인이 업무담당자에게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그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담당자가 관계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그 요건의 존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를 하였음에도 신청사유 및 소명자료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그 신청을 수리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가 아니라 신청인의 위계행위에 의하여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한 것이어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여, 허위의 신청사유나 소명자료가 수용된 경우에 관하여 위계에 의한 업무집행방해죄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적용함으로써 위 처벌조항의 합헌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비록 "금융거래목적확인서"에는 "필요 시 은행이 추가 자료를 요청하거나 서류의 정당여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긴 하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지침에 의하여 은행에게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관한 답변의 진실성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심사권을 부여하고 있는지 불분명하고, 기록에 나타난 대부분의 은행은 이에 관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 법인등기부등본, 신분증을 받는 데에 그쳤고, 피고인이 한 은행에 대해 복수의 계좌를 동시에 개설하는 경우에도 추가 서류를 요청하지 않고 모두 은행계좌를 개설해 주었다. 그렇다면 은행에게 과연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관한 답변의 진실성에 관하여 실질적 심사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이 들고, 나아가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은행에게 실질적 심사권을 부여하는 근거가 있더라도 피고인과 같이 신규 법인을 설립하려는 경우 과연 어떠한 서류를 받거나 수단을 동원하여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의 답변에 대한 진실성을 가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설령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은 피해 은행들에게 피고인의 답변에 대한 실질적 심사권이 없어 일정한 서류를 제출하면 형식적 심사를 거쳐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이어서 피고인의 허위 답변 및 서류제출 행위와 은행계좌 개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담당자가 실질적 심사권이 있음에도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답변이나 소명자료(앞서 각주 5)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제출한 위 각 소명서류가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만을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하여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하였을 뿐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5) 그 다음으로, 이 사건에서 각 피해 은행에게 계좌개설업무의 방해가 발생하였는지를 본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 은행이 계좌개설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여 일각의 비판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 방해의 정도와 상관없이 거의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로 각 피해 은행의 계좌개설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되었는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금융거래의 목적과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이 사건 질문에 허위로 응답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 은행들의 계좌개설업무가 과연 방해되었는지 의문이 드는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은행이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관한 답변을 확인하는 업무(이하 ‘이 사건 업무’라 한다)는 이 사건 지침에 따른 것으로서, 본연의 은행의 계좌개설업무와는 그 근거와 목적 및 내용이 달라 명백히 구별된다.
나) 이 사건 업무는 비교적 최근에 시행된 금융감독원의 이 사건 지침을 근거로 하는 반면, 은행의 계좌개설업무는 은행법과 은행업무 약관에 기한 은행 본연의 업무로서 그 근거를 분명히 달리한다.
다) 이 사건 업무는 통장양도의 불법성을 알림과 동시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대포통장을 이용한 범죄로 인한 피해를 당하거나 위와 같은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예방하게 함을 목적으로 국민에 대한 홍보와 교육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으로서 금융감독기관의 업무의 일환으로서의 공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기업이나 가계의 경제적 행위를 위한 은행의 계좌개설업무와 그 목적을 분명히 달리한다.
라) 이 사건 업무는 은행이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통장양도의 불법성을 알리고, 금융거래의 목적과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발생과 그 피해예방에 필요한 이 사건 질문에 관한 답변을 확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반면, 은행의 계좌개설업무는 당사자 사이에 예금성 금융상품에 관한 판매계약 체결을 내용으로 하여 그 내용을 분명히 달리한다.
마) 이 사건 업무가 은행의 계좌개설업무 시에 행하여지도록 한 이유는 최근 들어 대포통장을 이용한 범죄의 발생빈도가 늘어나 예금성 금융상품의 소비자에게 범죄발생이나 범죄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은행계좌 개설 시 이 사건 업무를 함으로써 그 홍보와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지, 은행의 계좌개설업무와 이 사건 업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필연적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바)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이 사건 업무의 공정성과 적정성이 위협받아 위 업무방해의 위험이 초래되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은행들의 계좌개설업무가 방해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금융거래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진실한 답변을 하였다면 피해 은행들이 계좌개설을 거부할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못했다고 보면,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 은행들의 계좌개설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포통장의 양도 등 범죄발생을 인지하거나 예견한 경우에는 은행으로서는 계좌개설을 거부할 수 있고 때론 거부할 의무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단지 고객이 금융거래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답변하지 않거나 임의로 답변한 사실만으로는 은행이 임의답변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계좌개설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보이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는 자신의 범죄행위를 밝힐 권한이 있는 주체에게 범죄행위를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금융거래목적 등에 대해 임의로 답변한 피고인의 행위로 과연 은행이 계좌개설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인의 행위로 은행의 계좌개설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6) 검사는 공소사실에 "은행에서 법인명의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당해 계좌가 금융범죄 등에 사용되면 은행으로서는 과실 여부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므로 당해 법인이 정상적인 법인인지 등은 은행의 계좌개설 업무에 있어 중요한 확인사항이고"라고 적시하였다. 그러나 은행의 이 사건 업무의 내용 및 그 공적 성격과 이 사건 업무와 피고인이 대포통장을 유통시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범죄와의 인과관계 등을 고려해 볼 때, 피해 은행에게 위 대포통장을 이용하여 발생한 별개의 범죄행위에 대해 과연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개연성이 있는지 의문이고, 전자금융거래법 등 특별법에 의한 책임근거조항도 이를 찾기 어렵다. 또한, 법인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가는 사후에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법인이 유효하게 성립된 이상 그 정상 운영 여부는 계좌개설 당시 은행의 확인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7) 형사정책적으로도, 피고인에 대해서는 대포통장의 양도행위 등이 실제 일어났을 때 금융거래법위반죄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고, 대포통장의 양도행위 등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사건과 같은 대포통장 개설행위를 알아내기도 어렵다. 나아가 전자금융거래법은 대포통장의 유통행위만을 처벌하고, 그 생성 및 이용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바, 이는 금융계좌 명의인이 자신의 금융계좌를 생성한 후 이를 이용하여 별개의 범죄를 행하고 취득한 수익을 계좌에 보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불가벌적 수반행위 내지 사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고, 대포통장인지 여부는 유통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확인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사건 지침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피해 은행에 대해서는 실제 업무의 방해가 있었는지에 관해 아무런 조사도 없이 대포통장의 생성행위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일률적으로 처벌한다면 ‘위계’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위험이 있고, 앞으로 각종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려는 정부기관의 지침만으로 다양한 업무방해죄의 유형이 생겨날 위험도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의율하는 것은 형사정책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
나. 각 범죄이용인지(認知)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1)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의 입법 취지(타인 명의의 통장을 절취 또는 대여·양수하여 사용하는 통장인 이른바 "대포통장"이 탈세와 불법자금 세탁 등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고, 특히 대출사기나 보이스피싱사기 사건 등에서 피해 자금을 입금 받는 통장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음으로 인하여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함)와 문언적 의미 등을 종합해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에서 말하는 ‘범죄에 이용’이란 접근매체가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는 경우는 물론, 그 범죄에 통상 수반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사용되는 등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20. 9. 24. 선고 2020도8594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위 조항에서 말하는 ‘범죄에 이용’이란 ‘범죄의 실행’을 당연 전제로 하므로,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위반죄는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실행 완료 또는 실행 중이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범죄의 실체가 있어야 하고,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위와 같은 범죄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하며, 따라서 공소사실에는 위 범죄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적어도 다른 범죄와 구별될 정도로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2) 이에 대해 검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의 입법 취지와 문언적 의미 등을 종합해 보면,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 또는 보관하는 범행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 또는 보관하면 그 성립요건을 충족하고, 당해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며, 해당 접근매체가 다른 범행에 실제 이용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다른 범죄에 해당 접근매체가 이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상태라면 본 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당심법원이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이용’에 있어서의 범죄의 내용 특정이 누락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특정할 것을 명하는 내용으로 석명권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였다.
3) 그러나 검사의 위와 같은 주장은 앞서 본 법리에 반한 독자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바, 그 추가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제1호에서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제2호에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제3호에서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제1호에서 단순 접근매체 양도·양수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대가수수 등이나 범죄 관련성이 없더라도 접근매체의 양도·양수행위는 반환가능성이 없으므로 대포통장의 유통행위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고, 제2호에서 대가수수 등의 경우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 행위에는 접근매체의 반환이 예정되어 있으나 대가수수 등이 있는 경우 범죄에 활용될 위험성이 높아 대포통장의 유통행위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고, 제3호에서 범죄이용관련 접근매체의 대여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 행위에는 대가수수 등이 없더라도 범죄이용관련성이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났으므로 대포통장의 유통행위로 평가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므로 달리 범죄의 실행이 없거나 그 발생이 예상되지 않아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될 수 없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없는 접근매체의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이 막연히 범죄에 이용하거나 이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서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대가수수 등이 결부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위반으로 보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같은 조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범죄이용 관련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나)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를 범죄의 실행이 없거나 그 발생이 예상되지 않음에도 피고인이 막연히 범죄가능성을 인식하고서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를 한 경우, 또는 착오로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서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를 한 경우까지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위 조항을 접근매체 자체는 아무런 범죄 관련성이 없음에도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만을 가지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는 것이 되어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게 되고, 수사기관 등에 의한 무고한 범죄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다) 위 조항을 위와 같이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만을 가지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거나 수사기관에 의해 내심의 의사가 외부에 표명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중 절대적 자유인 내심적 자유를 처벌하는 것이 되거나 내심적 자유를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소지가 있어 합헌적 해석으로 볼 수 없다.
라) 접근매체는 현대사회 금융경제활동에 있어 필수적인 수단으로서 자기 명의뿐 아니라 타인 명의 접근매체라 하더라도 발급 및 이용 과정에서 양도, 대여, 보관, 전달, 소지 등 행위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범죄의 실재성과 이와의 실질적 관련성 등이 없음에도 범죄가능성을 인식하는 내심의 의사만으로 유통행위를 금지시켜야 할 만큼 접근매체를 위험한 반사회적 물품으로 대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4) 각 범죄이용인지(認知)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는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 피고인의 각 행위에 대해 그 범죄의 내용을 특정하지 아니하였고, 범죄의 내용이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막연한 범죄의 이용가능성을 인식하기만 하였다면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의 성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보완을 명하는 당심법원의 석명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위 공소사실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전자금융거래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5)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의하면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거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는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보관한 피고인의 각 행위에 대해 그 범죄의 내용을 특정하지 아니하였고, 범죄의 내용이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막연한 범죄의 이용가능성을 인식하기만 하였다면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의 성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보완을 명하는 당심법원의 석명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위 공소사실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 또한, 설령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보관한 피고인의 각 행위에 대해 그 범죄의 내용을 특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범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인천광역시경찰청 경찰관들과 수사협조자 공소외 3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대포계좌 등을 관리하는 속칭 ‘장집’의 관리자라고 판단한 텔레그램 대화명 ‘☆☆’에게 접근하여 마치 조건협박(조건만남 또는 몸캠피싱 협박으로 돈을 편취 또는 갈취하는 범죄) 뒷장 2장(피해금이 처음 입금되는 계좌인 앞장의 연결계좌)이 준비되었고 인출금의 14%를 수수료로 줄 것처럼 속이는 방법으로 출자(대포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인출책)를 보내도록 유도하였고, ☆☆은 이에 응하여 피고인에게 "타인명의 체크카드를 전달받아, 계좌정보 및 비밀번호를 확인 후 퀵서비스를 이용하여 내가 지정한 장소에 전달해주면 수당으로 15만 원을 주겠다."라고 지시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경찰들과 수사협조자 공소외 3이 미리 준비한 체크카드 2장이 들어있는 박스를 서울역 물품보관함에서 수거하여 보관하게 되었다.
다) 그러므로 위 체크카드 2장은 경찰관들과 수사협조자 공소외 3이 피고인이나 출자 등을 검거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일 뿐, 실제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접근매체가 아님이 분명하다.
라)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이 비록 출자에게 전달한다는 생각에서 위 체크카드 2장을 조건협박 등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매체 보관 등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는 착오에 불과하여 피고인의 위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 보관 등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달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보관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소결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방해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로 판단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후 위 공소사실과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6.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각 대가수수 접근매체 전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및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에 한하여)】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각 대가수수 접근매체 전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및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에 한함)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2호(각 접근매체 전달의 점),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2호, 제3호(각 접근매체 대여 및 보관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
1. 형의 선택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부모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는 등 피고인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다.
그러나 대가를 수수하거나 약속하고 전달 등의 행위를 한 횟수가 적지 않은 점, 피고인이 전달한 접근매체가 범행에 이용되기도 한 점, 피고인이 2019년경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 처벌받고도 자숙하지 아니하고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이다.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방해의 점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 기재 제1항과 같은데, 이는 위 제5의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범죄이용 관련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 기재 제2, 3항과 같은데, 이는 위 제5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및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고승일(재판장) 김형철 해덕진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합니다.
[인천지방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노2136 판결]
피고인
쌍방
우재훈(기소), 원선아, 이기명(공판)
변호사 변형관
인천지방법원 2021. 6. 10. 선고 2021고단303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방해의 점은 무죄.
1. 항소이유의 요지(양형부당)
가. 피고인
원심의 형(징역 1년 2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직권심판의 범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및 제2항에는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사유에 관해서 심판하여야 하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형사소송법 364조 2항의 취지는 형사소송법이 항소이유를 제한하고 소정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의 제출을 하도록 하는 등 항소절차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미처 생각지 못하고 또는 적절하게 항소이유서에서 지적하지 못한 사유도 있을 것이 예상되므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형벌법규의 공정한 실현을 위하여 법원에게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가 상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을 하여 판결의 적정을 기하고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데 있고 동 조항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라는 것은 널리 항소이유가 될 수 있는 사유 중에서 직권조사사유를 제외한 것으로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다(대법원 1976. 3. 23. 선고 76도437 판결 등 참조).
직권으로, 원심판결 중 각 업무방해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사실의 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3.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방해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요지
별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4.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거시 증거들에 의하면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5. 당심의 판단
가. 각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이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위계로 피해 은행들의 계좌개설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1) 업무방해죄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하는 범죄로 위헌시비가 있어왔고[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7헌바23 결정(파업 등 쟁의행위 사건), 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10헌바54·407(병합) 결정(소비자불매운동사건) 등], 구성요건 또한 ‘위계’, ‘위력’, ‘업무’, ‘방해’ 등 개념 폭이 넓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상적 위험만 있으면 처벌하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도 공장을 양도한 후 계약을 위배하여 외상채무자로부터 외상대금을 수령한 경우(대법원 1984. 5. 9. 선고 83도2270 판결)와 어장의 대표자가 후임자에게 어장에 대한 허위의 채권을 주장하면서 예탁금 인출에 필요한 인장의 인도를 거절한 경우(대법원 1984. 7. 10. 선고 84도638 판결) 등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2) 검사는 이 부분 공소사실로, "피고인은 2020. 8. 20.경 부산시 동래구 (주소 생략)에 있는 부산은행 ◇◇동 지점에서, 사실 ‘유한회사 태정’ 명의 계좌를 개설하여 그 접근매체를 바로 양도할 의사였으나, 마치 ‘유한회사 태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 것처럼 가장하여 사업자등록증 등 계좌 개설에 필요한 서류를 담당직원에게 제출하면서 ‘유한회사 태정’ 명의 계좌 개설을 신청하였고, 그 과정에서 통장, 현금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등의 안내를 받고 이를 준수할 것처럼 행세하는 등 위 직원을 기망하였으며, 이에 속은 위 직원으로 하여금 ‘유한회사 태정’ 명의의 부산은행 계좌(1012071XXXXXX)를 개설하도록 하여 피해자 부산은행의 계좌 개설업무를 방해하였고, 피고인은 위 성명불상자와 공모하여 그 때부터 다음 날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4회에 걸쳐 각 금융기관인 피해자들의 계좌 개설업무를 방해하였다."고 적시하였다.
3) 먼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가)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피고인이 금융거래목적확인서 양식 중 금융거래목적 란에 "사업 거래 중" 또는 "법인사업용도"라고 기재하고, "타인으로부터 통장대여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하 ‘이 사건 질문’이라 한다)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허위의 답변을 기재하고, 은행 계좌개설 신청과정에서 통장, 현금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등의 안내를 받고도 계좌개설을 진행한 것이 피고인이 마치 각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 것처럼 가장하고 통장양도를 하지 않을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 은행의 직원을 기망한 것이라고 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는 개설을 신청하는 은행계좌를 이용하려는 목적을 확인하려는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질문은 범죄피해나 범죄연루를 방지하고자 통장대여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고객에게 단지 확인하는 것에 불과한 점, 통장 및 현금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등의 안내 또한 범죄연루를 방지하고자하는 단순한 안내행위에 불과한 점, 피고인의 경우처럼 신규법인 명의의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개설 당시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회사의 정상운영 여부는 은행계좌 개설을 위한 중요확인 사항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에서 은행계좌 개설 당시 고객이 통장양도를 하지 않을 것인지를 확인할 의무가 피해 은행에게 있다거나 은행 직원이 이를 확인하려 했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등에서, 피고인이 금융거래목적 란과 이 사건 질문에 위와 같이 허위의 답변을 기재하고 은행계좌 개설 신청과정에서 접근매체양도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도 계좌개설을 진행한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각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 것처럼 가장하였다거나 통장양도를 하지 않을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 은행의 직원을 기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결국 검사는 피고인이 금융거래목적 란과 이 사건 질문에 허위의 답변을 하고 이에 관한 서류를 첨부하여 제출한 행위 등이 피해 은행들의 계좌개설 업무를 위계로 방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보이므로, 아래에서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한편 학설과 판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관하여, 재판이나 수사과정 또는 관청의 인·허가처분과 관련하여 허위진술, 허위기재, 허위신고 또는 허위자료 제출 등의 행위가 있는 경우 반드시 본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고, 이는 재판에서의 실체적 진실발견은 법관의 고유임무이고 수사과정에서의 실체적 진실발견은 수사기관의 고유임무이며 재판이나 수사절차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인으로서는 법적으로 진실만을 말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따라서 당사자나 피고인이 법원에 대하여 허위진술을 하거나 또는 수사기관에 대하여 피의자가 허위자백을 하거나 참고인이 허위진술을 한 것만으로는 본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으며, 다만 피의자나 참고인이 피의자의 무고함을 증명할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하였고, 그 결과 수사기관이 그 진위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실한 수사를 하였음에도 제출된 증거가 허위로 조작된 것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위계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서 본죄가 성립한다고 한다(대법원 1971. 3. 9. 선고 71도186 판결, 대법원 1972. 10. 10. 선고 72도1974 판결,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1609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101 판결,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5986 판결,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도18646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판례는 "허위의 재직증명서를 첨부하여 가입청약을 하고 전화를 가설하였더라도 전화가입청약에 대하여는 전화관서가 그 승낙순위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이로써는 본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하거나(대법원 1977. 12. 27. 선고 77도3199 판결 참조), "세무공무원이 세무에 관한 범칙사건의 조사가 필요한 때는 범칙혐의자나 참고인을 심문, 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있다는 조세범처벌절차법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세무공무원이 범칙사건을 조사함에 있어서는 범칙혐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범칙혐의자를 확정하고 그 범칙사실을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 조사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범칙혐의자나 참고인에게 법적으로 진실만을 말하도록 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도 아니므로, 범칙혐의자나 참고인이 세무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진술을 하더라도 본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여(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2도402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게 진실만을 말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닌 경우 이를 위반하여 허위의 진술이나 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무분별한 확장을 제한하였는바, 업무방해죄에 관한 위 고찰의 점에 비추어 이러한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법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피고인이 은행에 대해 계좌개설을 요청하고 은행이 이에 응하는 행위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인 은행이 판매하는 예금성 금융상품을 소비하는 행위로서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의 사적 법률관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특별한 법률적 근거나 약정이 없는 이상 금융소비자가 위 법률관계에 기해 금융상품을 소비함에 있어 은행에 대하여, 사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계좌개설 이후의 타인과 자신의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피해예방을 위한 이 사건 질문에 반드시 사실대로 응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검사는 이 사건 지침의 정확한 내용과 법적 성격(법규명령인지 내부준칙인지) 및 이에 따른 효과(구속력이 있는지 권고적 효력에 그치는지)에 관한 정확한 내용이나 관련 약관상의 내용을 밝힌 바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은행에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과연 사실대로 답할 의무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이 위 사항에 관해 허위의 답변을 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업무방해죄에서 규정한 위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기록에 의하여 짐작되는 이 사건 지침의 취지와 내용은 은행에게 통장양도의 불법성을 고객에게 알리도록 함과 동시에 통장개설을 요청하는 고객에게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답하고 관련 서류를 첨부하도록 요구하게 함으로써 고객 스스로 살피는 기회를 가져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로 인한 피해를 당하거나 위와 같은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예방하게 함에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은행으로서는 이 사건 지침에 따라 고객에게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고 관련 서류를 받아 안내와 예방 조치를 취함으로써 지침을 따랐다고 할 것이므로, 설령 피고인이 위 각 사항에 관해 허위의 답변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답변 제출이 확인되는 이상 은행이나 피고인에게 금융감독기관의 행정적 제재 등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 법적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지침으로 피고인에게 위 각 사항에 관해 진실을 답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설령, 약관이나 이 사건 지침에서 금융소비자에 대해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사실대로 답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규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유효한 법적 효력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헌법 제12조는 제1항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을 선언하고,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진술거부권을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형사책임과 관련하여 비인간적인 자백의 강요와 고문을 근절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5441 판결 등 참조). 금융감독원이나 금융기관이 이 사건 지침이나 약관을 통해 고객에게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사실대로 답할 의무를 부과하고, 진실에 반하는 답변을 하는 경우 계좌개설을 거부하는 등 불이익을 고지하고, 나아가 검사가 이 사건의 경우처럼 형사처벌까지 구하는 것은 금융상품을 이용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사실상 그 이용행위에 관련하여 일어났거나 앞으로 일어날 범죄행위에 대해 미리 자백할 것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위와 같은 범죄행위의 발생 여부와는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어서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보인다.
(2) 금융감독원이나 은행이 이 사건 지침이나 약관을 통해 고객에게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사실대로 답할 의무를 부과하고, 진실에 반하는 답변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계좌개설을 거부하는 등 불이익을 고지하고, 나아가 검사가 이 사건의 경우처럼 형사처벌까지 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중 절대적 자유인 내심적 자유를 침해 내지 처벌하는 것이 되거나 내심의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이나 우월적 지위에 있는 금융기관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는 것이 되어 소극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보인다.
4) 다음으로, 피고인의 위계행위로 인해 피해 은행의 계좌개설업무방해의 결과가 초래되었는지 본다.
가) 대법원은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상대방이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그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그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신청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지만, 신청인이 업무담당자에게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그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담당자가 관계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그 요건의 존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를 하였음에도 신청사유 및 소명자료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그 신청을 수리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가 아니라 신청인의 위계행위에 의하여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한 것이어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여, 허위의 신청사유나 소명자료가 수용된 경우에 관하여 위계에 의한 업무집행방해죄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적용함으로써 위 처벌조항의 합헌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비록 "금융거래목적확인서"에는 "필요 시 은행이 추가 자료를 요청하거나 서류의 정당여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긴 하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지침에 의하여 은행에게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관한 답변의 진실성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심사권을 부여하고 있는지 불분명하고, 기록에 나타난 대부분의 은행은 이에 관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 법인등기부등본, 신분증을 받는 데에 그쳤고, 피고인이 한 은행에 대해 복수의 계좌를 동시에 개설하는 경우에도 추가 서류를 요청하지 않고 모두 은행계좌를 개설해 주었다. 그렇다면 은행에게 과연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관한 답변의 진실성에 관하여 실질적 심사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이 들고, 나아가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은행에게 실질적 심사권을 부여하는 근거가 있더라도 피고인과 같이 신규 법인을 설립하려는 경우 과연 어떠한 서류를 받거나 수단을 동원하여 금융거래의 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의 답변에 대한 진실성을 가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설령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은 피해 은행들에게 피고인의 답변에 대한 실질적 심사권이 없어 일정한 서류를 제출하면 형식적 심사를 거쳐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이어서 피고인의 허위 답변 및 서류제출 행위와 은행계좌 개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담당자가 실질적 심사권이 있음에도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답변이나 소명자료(앞서 각주 5)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제출한 위 각 소명서류가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만을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하여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하였을 뿐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5) 그 다음으로, 이 사건에서 각 피해 은행에게 계좌개설업무의 방해가 발생하였는지를 본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 은행이 계좌개설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여 일각의 비판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 방해의 정도와 상관없이 거의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로 각 피해 은행의 계좌개설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되었는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금융거래의 목적과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이 사건 질문에 허위로 응답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 은행들의 계좌개설업무가 과연 방해되었는지 의문이 드는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은행이 금융거래의 목적과 이 사건 질문에 관한 답변을 확인하는 업무(이하 ‘이 사건 업무’라 한다)는 이 사건 지침에 따른 것으로서, 본연의 은행의 계좌개설업무와는 그 근거와 목적 및 내용이 달라 명백히 구별된다.
나) 이 사건 업무는 비교적 최근에 시행된 금융감독원의 이 사건 지침을 근거로 하는 반면, 은행의 계좌개설업무는 은행법과 은행업무 약관에 기한 은행 본연의 업무로서 그 근거를 분명히 달리한다.
다) 이 사건 업무는 통장양도의 불법성을 알림과 동시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대포통장을 이용한 범죄로 인한 피해를 당하거나 위와 같은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예방하게 함을 목적으로 국민에 대한 홍보와 교육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으로서 금융감독기관의 업무의 일환으로서의 공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기업이나 가계의 경제적 행위를 위한 은행의 계좌개설업무와 그 목적을 분명히 달리한다.
라) 이 사건 업무는 은행이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통장양도의 불법성을 알리고, 금융거래의 목적과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발생과 그 피해예방에 필요한 이 사건 질문에 관한 답변을 확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반면, 은행의 계좌개설업무는 당사자 사이에 예금성 금융상품에 관한 판매계약 체결을 내용으로 하여 그 내용을 분명히 달리한다.
마) 이 사건 업무가 은행의 계좌개설업무 시에 행하여지도록 한 이유는 최근 들어 대포통장을 이용한 범죄의 발생빈도가 늘어나 예금성 금융상품의 소비자에게 범죄발생이나 범죄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은행계좌 개설 시 이 사건 업무를 함으로써 그 홍보와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지, 은행의 계좌개설업무와 이 사건 업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필연적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바)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이 사건 업무의 공정성과 적정성이 위협받아 위 업무방해의 위험이 초래되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은행들의 계좌개설업무가 방해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금융거래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진실한 답변을 하였다면 피해 은행들이 계좌개설을 거부할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못했다고 보면,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 은행들의 계좌개설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포통장의 양도 등 범죄발생을 인지하거나 예견한 경우에는 은행으로서는 계좌개설을 거부할 수 있고 때론 거부할 의무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단지 고객이 금융거래목적이나 이 사건 질문에 관해 답변하지 않거나 임의로 답변한 사실만으로는 은행이 임의답변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계좌개설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보이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는 자신의 범죄행위를 밝힐 권한이 있는 주체에게 범죄행위를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금융거래목적 등에 대해 임의로 답변한 피고인의 행위로 과연 은행이 계좌개설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인의 행위로 은행의 계좌개설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6) 검사는 공소사실에 "은행에서 법인명의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당해 계좌가 금융범죄 등에 사용되면 은행으로서는 과실 여부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므로 당해 법인이 정상적인 법인인지 등은 은행의 계좌개설 업무에 있어 중요한 확인사항이고"라고 적시하였다. 그러나 은행의 이 사건 업무의 내용 및 그 공적 성격과 이 사건 업무와 피고인이 대포통장을 유통시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범죄와의 인과관계 등을 고려해 볼 때, 피해 은행에게 위 대포통장을 이용하여 발생한 별개의 범죄행위에 대해 과연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개연성이 있는지 의문이고, 전자금융거래법 등 특별법에 의한 책임근거조항도 이를 찾기 어렵다. 또한, 법인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가는 사후에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법인이 유효하게 성립된 이상 그 정상 운영 여부는 계좌개설 당시 은행의 확인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7) 형사정책적으로도, 피고인에 대해서는 대포통장의 양도행위 등이 실제 일어났을 때 금융거래법위반죄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고, 대포통장의 양도행위 등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사건과 같은 대포통장 개설행위를 알아내기도 어렵다. 나아가 전자금융거래법은 대포통장의 유통행위만을 처벌하고, 그 생성 및 이용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바, 이는 금융계좌 명의인이 자신의 금융계좌를 생성한 후 이를 이용하여 별개의 범죄를 행하고 취득한 수익을 계좌에 보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불가벌적 수반행위 내지 사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고, 대포통장인지 여부는 유통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확인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사건 지침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피해 은행에 대해서는 실제 업무의 방해가 있었는지에 관해 아무런 조사도 없이 대포통장의 생성행위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일률적으로 처벌한다면 ‘위계’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위험이 있고, 앞으로 각종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려는 정부기관의 지침만으로 다양한 업무방해죄의 유형이 생겨날 위험도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의율하는 것은 형사정책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
나. 각 범죄이용인지(認知)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1)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의 입법 취지(타인 명의의 통장을 절취 또는 대여·양수하여 사용하는 통장인 이른바 "대포통장"이 탈세와 불법자금 세탁 등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고, 특히 대출사기나 보이스피싱사기 사건 등에서 피해 자금을 입금 받는 통장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음으로 인하여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함)와 문언적 의미 등을 종합해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에서 말하는 ‘범죄에 이용’이란 접근매체가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는 경우는 물론, 그 범죄에 통상 수반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사용되는 등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20. 9. 24. 선고 2020도8594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위 조항에서 말하는 ‘범죄에 이용’이란 ‘범죄의 실행’을 당연 전제로 하므로,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위반죄는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실행 완료 또는 실행 중이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범죄의 실체가 있어야 하고,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위와 같은 범죄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하며, 따라서 공소사실에는 위 범죄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적어도 다른 범죄와 구별될 정도로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2) 이에 대해 검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의 입법 취지와 문언적 의미 등을 종합해 보면,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 또는 보관하는 범행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 또는 보관하면 그 성립요건을 충족하고, 당해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며, 해당 접근매체가 다른 범행에 실제 이용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다른 범죄에 해당 접근매체가 이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상태라면 본 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당심법원이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이용’에 있어서의 범죄의 내용 특정이 누락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특정할 것을 명하는 내용으로 석명권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였다.
3) 그러나 검사의 위와 같은 주장은 앞서 본 법리에 반한 독자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바, 그 추가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제1호에서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제2호에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제3호에서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제1호에서 단순 접근매체 양도·양수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대가수수 등이나 범죄 관련성이 없더라도 접근매체의 양도·양수행위는 반환가능성이 없으므로 대포통장의 유통행위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고, 제2호에서 대가수수 등의 경우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 행위에는 접근매체의 반환이 예정되어 있으나 대가수수 등이 있는 경우 범죄에 활용될 위험성이 높아 대포통장의 유통행위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고, 제3호에서 범죄이용관련 접근매체의 대여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 행위에는 대가수수 등이 없더라도 범죄이용관련성이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났으므로 대포통장의 유통행위로 평가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므로 달리 범죄의 실행이 없거나 그 발생이 예상되지 않아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될 수 없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없는 접근매체의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이 막연히 범죄에 이용하거나 이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서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대가수수 등이 결부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위반으로 보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같은 조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범죄이용 관련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나)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를 범죄의 실행이 없거나 그 발생이 예상되지 않음에도 피고인이 막연히 범죄가능성을 인식하고서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를 한 경우, 또는 착오로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서 접근매체 대여 등의 행위를 한 경우까지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위 조항을 접근매체 자체는 아무런 범죄 관련성이 없음에도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만을 가지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는 것이 되어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게 되고, 수사기관 등에 의한 무고한 범죄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다) 위 조항을 위와 같이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만을 가지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거나 수사기관에 의해 내심의 의사가 외부에 표명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중 절대적 자유인 내심적 자유를 처벌하는 것이 되거나 내심적 자유를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소지가 있어 합헌적 해석으로 볼 수 없다.
라) 접근매체는 현대사회 금융경제활동에 있어 필수적인 수단으로서 자기 명의뿐 아니라 타인 명의 접근매체라 하더라도 발급 및 이용 과정에서 양도, 대여, 보관, 전달, 소지 등 행위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범죄의 실재성과 이와의 실질적 관련성 등이 없음에도 범죄가능성을 인식하는 내심의 의사만으로 유통행위를 금지시켜야 할 만큼 접근매체를 위험한 반사회적 물품으로 대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4) 각 범죄이용인지(認知)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는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 피고인의 각 행위에 대해 그 범죄의 내용을 특정하지 아니하였고, 범죄의 내용이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막연한 범죄의 이용가능성을 인식하기만 하였다면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의 성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보완을 명하는 당심법원의 석명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위 공소사실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전자금융거래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5)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의하면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거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는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보관한 피고인의 각 행위에 대해 그 범죄의 내용을 특정하지 아니하였고, 범죄의 내용이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막연한 범죄의 이용가능성을 인식하기만 하였다면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의 성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보완을 명하는 당심법원의 석명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위 공소사실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 또한, 설령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보관한 피고인의 각 행위에 대해 그 범죄의 내용을 특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범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인천광역시경찰청 경찰관들과 수사협조자 공소외 3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대포계좌 등을 관리하는 속칭 ‘장집’의 관리자라고 판단한 텔레그램 대화명 ‘☆☆’에게 접근하여 마치 조건협박(조건만남 또는 몸캠피싱 협박으로 돈을 편취 또는 갈취하는 범죄) 뒷장 2장(피해금이 처음 입금되는 계좌인 앞장의 연결계좌)이 준비되었고 인출금의 14%를 수수료로 줄 것처럼 속이는 방법으로 출자(대포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인출책)를 보내도록 유도하였고, ☆☆은 이에 응하여 피고인에게 "타인명의 체크카드를 전달받아, 계좌정보 및 비밀번호를 확인 후 퀵서비스를 이용하여 내가 지정한 장소에 전달해주면 수당으로 15만 원을 주겠다."라고 지시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경찰들과 수사협조자 공소외 3이 미리 준비한 체크카드 2장이 들어있는 박스를 서울역 물품보관함에서 수거하여 보관하게 되었다.
다) 그러므로 위 체크카드 2장은 경찰관들과 수사협조자 공소외 3이 피고인이나 출자 등을 검거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일 뿐, 실제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접근매체가 아님이 분명하다.
라)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이 비록 출자에게 전달한다는 생각에서 위 체크카드 2장을 조건협박 등 범죄의 실행에 직접 사용되거나 범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매체 보관 등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는 착오에 불과하여 피고인의 위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 보관 등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달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보관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소결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방해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 각 범죄이용인지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로 판단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후 위 공소사실과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6.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각 대가수수 접근매체 전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및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에 한하여)】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각 대가수수 접근매체 전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및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에 한함)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2호(각 접근매체 전달의 점),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2호, 제3호(각 접근매체 대여 및 보관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
1. 형의 선택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부모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는 등 피고인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다.
그러나 대가를 수수하거나 약속하고 전달 등의 행위를 한 횟수가 적지 않은 점, 피고인이 전달한 접근매체가 범행에 이용되기도 한 점, 피고인이 2019년경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 처벌받고도 자숙하지 아니하고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이다.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업무방해의 점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 기재 제1항과 같은데, 이는 위 제5의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범죄이용 관련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점의 요지는 별지 공소사실 기재 제2, 3항과 같은데, 이는 위 제5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및 각 대가약속 접근매체 보관으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고승일(재판장) 김형철 해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