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제주지법 2017. 12. 13. 선고 2017구합5304 판결 : 항소]
중화인민공화국 및 라오스 국적 甲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자신이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난민인정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甲이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난민불인정처분을 한 사안에서, 甲이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행위를 매개로 한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에 해당하므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중화인민공화국 및 라오스 국적 甲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자신이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난민인정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甲이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난민불인정처분을 한 사안에서, 甲이 수년간에 걸쳐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 등을 지원·조력하는 활동을 하였고 이를 이유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중국 형법에 따라 불법 월경을 적극적으로 조직한 혐의가 적용되었을 여지가 커서 중국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가중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점, 甲이 경제적인 동기 등에 의하여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를 도왔다고 하더라도 甲에 대한 형사처벌의 원인이 되었던 탈북자 지원 활동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중국이 취해 온 정책에 대한 정치적 의견 표명으로서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 甲이 취득한 라오스 국적은 법률상 효력이 문제 될 소지가 커 국적국이 라오스임을 전제로 한 처분사유는 유지되기 어렵고, 국적국인 중국으로부터의 보호를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甲이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행위를 매개로 한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에 해당하므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난민법 제2조 제1호, 제18조,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제1조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장
2017. 11. 15.
1. 피고가 2016. 6. 23.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불인정결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한다) 및 라오스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으로서 2016. 3. 12.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같은 해 4. 7. 난민인정신청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16. 6. 23. ‘라오스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은 사실이 없고 귀국 시 라오스 정부로부터 박해의 대상이 된다고 볼 근거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 한다) 제1조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이하 ‘난민의정서’라 한다) 제1조에서 규정하는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난민불인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2016. 7. 26.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은 2017. 2. 24.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원고는 중국 내에 있는 북한 이탈민들의 중국 탈출을 돕는 등 중국의 국내법 및 탈북자 정책에 반하여 이른바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한 자로서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원고는 중국을 떠나 라오스 국적을 취득한 후 오랜 기간에 걸쳐 평온한 생활을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박해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원고는 오로지 경제적인 이익만을 좇아 생계유지 차원에서 탈북자를 지원하였을 뿐이어서, 설령 원고가 위 활동을 이유로 중국의 실정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거나 향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욱이 원고는 라오스 국적자이기도 하여 국적국으로부터 박해를 받는 등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지위에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1) 대한민국에의 입국 경위
가) 원고는 중국에서 태어나 생활하던 중 ○○○○선교회 소속 목사로서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한 출국 지원 등의 활동을 하던 소외인을 알게 되었고, 2006년경부터 소외인 목사 등과 협력하여 중국 내 탈북자들이 라오스 등으로 출국하는 것을 돕는 일을 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인 목사 측으로부터 위 탈북자 지원 활동에 대한 대가로 소정의 돈을 받기도 하였다.
나) 원고는 2008. 8.경 타인의 불법 월경 행위에 관여하였다는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었고, 재판 결과 해당 혐의가 인정되어 2009. 3.경 중국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등을 선고받았다.
다) 원고는 위와 같이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직후 중국을 떠나 캄보디아, 라오스 및 태국 등지에서 생활하였고, 그 과정에서 라오스 국적의 배우자와 혼인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0. 10.경 태국에 체류하던 중 태국 정부에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라) 원고는 2012. 12.경 라오스로 돌아온 후 라오스 국적을 취득하였고 해당 국가의 여권도 발급받았다.
마) 원고는 2016. 3. 12. 라오스를 떠나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2) 난민신청 내지 면접과정에서 한 원고의 진술내용
가) 원고는 중국 강서성 풍성시에서 태어났으나 1991. 5.경 라오스로 가 생활하기도 하였고, 그 무렵부터 중국과 라오스를 오가며 약재나 토산품 등의 무역업을 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생계를 영위하던 중인 2004년경 조선족 친구의 부탁으로 돈을 받고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탈출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탈북자들의 라오스 등으로의 출국을 안내·지원하는 일을 하였는데, 2006년경 북한 주민을 통해 소외인 목사를 소개받은 이후부터는 소외인 목사가 대표로 있는 ○○○○선교회 측과 교류하며 그로부터 일부 대가를 받고 기존의 탈북자 지원 활동을 계속하였다.
나) 원고는 2007. 4.경 북한 이탈민의 불법 월경을 도왔다는 이유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1개월가량 감금되었고, 2008. 6.경에는 중국의 국가안전국에 강제 연행되어 탈북자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줄 것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원고가 위 협조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2008. 8.경 다시 기존과 같은 이유로 체포되었다가 2009년 초경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그 무렵 석방되었다.
다) 원고의 석방 직후인 2009. 3.경 평소 알고 지내던 공안 관계자가 수배령이 내려졌다며 외국으로 도피할 것을 권유하였고, 이에 원고는 중국을 떠나 라오스 등 제3국을 전전하며 생활하였는데, 그중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난민신청을 하기도 하였으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라) 이후 원고는 라오스에 정착하여 생활하다가, 2012. 12.경 담당 공무원에게 돈을 주고 출생지 등 인적사항을 허위로 신고한 후 라오스 국적과 여권을 취득하였다. 원고는 라오스 등에서의 체류기간 동안에도 수시로 소외인 목사 측을 도와 중국에서 라오스 국경까지 내려온 북한 이탈민을 태국 등으로 인도하는 활동을 하였다.
마) 원고는 2016. 3.경 주라오스 중국대사관 측으로부터 형을 감경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으로 돌아가 북한 이탈민들의 불법 월경에 대한 관여 행위 등을 자수하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중국으로 귀국할지 여부를 고민하였으나, 당시 관계인을 통해 ‘중국 공안이 직접 라오스로 와 원고를 체포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탈북자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아 우선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하게 되었다.
3) 탈북자 지원 활동에 대한 중국의 정책 및 법률
가) 통일연구원의 2005년 북한인권백서, 2012. 8.자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 및 북한인권정보센터의 2013. 12. 10.자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관련 보고서 등에 의하면, 중국은 탈북자에 대해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 원칙에 근거하여 처리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한편으로 ‘경제적 문제로 국경을 넘은 사람이어서 난민으로 처리할 수 없다’거나, ‘탈북은 심각한 식량난에 기인한 것으로, 탈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탈북자에 대한 보호정책보다는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위 각 보고서 및 미국 국무부의 2016년 중국 인권 보고서 등에 의하면, 중국은 198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였음에도 현재까지 정치적 박해 위험 등으로 탈출한 자국 내 북한 주민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과 체결한 범죄인상호인도 협정 등에 따라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탈북자들의 불법적인 월경을 돕는 자들을 구금·기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 중국 형법 제318조는 타인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도록 조직(준비, 구성)하는 자는 2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형을 병과하되, ① 여러 차례 타인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도록 조직하였거나 많은 수의 사람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도록 조직한 자, ② 폭력, 위협의 방법으로 수사에 항거한 자, ③ 위법하게 얻은 소득의 액수가 큰 자, ④ 기타 특별히 중대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벌금형 또는 재산을 몰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중국의 치안관리처벌법 제61조는 ‘타인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도록 조직하거나 운송을 한 자’에 대하여 협조한 자는 10일 이상 15일 이하의 구류와 1,000위안 이상 5,000위안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6, 8, 9, 20 내지 25, 2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난민 인정 요건
난민법 제2조 제1호, 제18조, 난민협약 제1조, 난민의정서 제1조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은 난민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난민 인정의 요건이 되는 ‘박해’는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하여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난민인정의 신청을 하는 외국인은 그러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두14378 판결 참조).
한편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음은 난민인정의 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증명하여야 할 것이나, 난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그 외국인에게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주장사실 전체를 증명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고, 그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으며, 입국 경로, 입국 후 난민신청까지의 기간, 난민신청 경위, 국적국의 상황,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포의 정도, 신청인이 거주하던 지역의 정치·사회·문화적 환경, 그 지역의 통상인이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의 정도 등에 비추어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에 의하여 그 주장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두3930 판결 참조).
2) 난민 해당 여부
앞서 본 사실과 갑 제7, 10 내지 19, 29 내지 76호증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 행위를 매개로 한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박해의 개연성
(1) 원고가 2004년경부터 수년간에 걸쳐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 등을 지원·조력하는 활동을 하였음은 피고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는바, 원고는 이와 같은 탈북자 지원 활동을 이유로 2008. 8.경 중국 공안에 의하여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중국의 치안관리처벌법은 불법 월경을 조직하거나 운송하는 데 단순히 협조한 자에 대해서는 구류 혹은 벌금형의 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음에 비추어, 당시 원고에 대해서는 중국 형법에 따라 불법 월경을 적극적으로 조직한 혐의가 적용되었을 여지가 크다. 따라서 원고가 과거 불법 월경을 조직한 횟수나 그 규모에 따라서는, 향후 원고가 여하한 사유로 중국에 돌아가게 될 경우 중국 형법 제318조 등에 의해 가중된 처벌(법정형이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을 받게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2) 원고가 적극적으로 탈북자 지원 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를 제공하였던 소외인 목사는 2001년경 동일한 활동을 이유로 중국 공안에 체포·구금되었다가 국외로 추방된 전력이 있는 자로서, 위 시점을 전후하여서도 상당기간 동안 그가 대표로 있던 ○○○○선교회 등을 통해 대한민국 내외에서 공개적으로 대규모의 탈북자 지원 활동을 벌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외인 목사는 물론이고, 그에 협조하여 탈북자 지원 활동에 관여한 원고 또한 중국 정부의 주목을 받게 되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바, 2009. 3.경 해당 활동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원고가 출소 직후 중국을 떠나 라오스 등 타국을 전전하며 생활하였던 것에는, 기존의 탈북자 지원 활동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위와 같은 주목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을 여지가 있다[중국 정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도주인등록표’(갑 제7호증)상에 기재된 원고의 도주 날짜 등 관련 정보의 내용 및 원고가 2009. 3.경 중국을 떠난 후 태국 등 제3국에 난민신청을 하였던 사정 또한 위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3) 한편 원고는 위와 같이 형사처벌을 받은 직후 중국을 떠나 라오스 등지에서 생활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인 2016. 3.경에야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외인 목사를 포함한 탈북자 지원 활동 관계자들의 진술과 관련 기사 내지 출판물의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는 2009. 3.경 중국을 떠난 이후에도 소외인 목사 등과의 협조하에 탈북자 지원 활동에 꾸준히 관여하는 한편, 같은 기간 동안 언론사 및 출판사 등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본인의 활동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2. 12.경 라오스 국적을 취득한 후 해당 국가에서 생활하던 원고가 2016. 3.경 갑자기 라오스를 떠나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하기에 이른 일련의 비정상적인 상황 또한 위와 같이 지속·공개된 원고의 탈북자 지원 활동 및 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주목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2016. 3.경 주라오스 중국대사관 측으로부터 중국으로의 귀국을 종용받는 전화를 받고서 얼마 후 탈북자 지원 단체 등의 권유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고 주장하며, 2016. 3.경 원고의 휴대전화 통화 수신 기록(갑 제16호증)상에 기재된 전화번호들 중 일부가 라오스 전화번호 안내 사이트(갑 제17호증)에 게시된 주라오스 중국대사관의 전화번호와 일치한다는 점을 당시의 정황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나) 박해의 원인
(1) 원고가 2004년경부터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를 도왔던 까닭에 경제적 동기가 포함되어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고, 나아가 원고는 소외인 목사 등을 도와 본격적으로 탈북자 지원 활동에 관여하는 동안에도 일부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대해 피고는, ‘순수한 경제적 이유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한 것이어서 원고와 보통의 탈북 브로커와의 차이를 찾기 어려우며, 소외인 목사 측과의 협조 관계 또한 돈을 매개로 한 단순한 사업적 관계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특정인이 어떠한 행위를 이유로 해당 국가의 실정법에 따라 처벌되거나 처벌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 이를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그런데 특정인이 경제적이거나 인도적인 동기 등에 기해 자국의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정 여하에 따라서는 문제 된 실정법 위반 행위에 자국의 법과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정치적 의견 또한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적지 않고, 오히려 일반적으로는 특정인의 실정법 위반 행위에 내재된 동기를 경제적·인도적 혹은 정치적인 성격의 것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중국 내 탈북자 지원 내지 북송 등을 둘러싼 문제는, 북한과 중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등과도 결부된 민감한 정책적 사안으로서 이를 특정 국가의 단순한 출입국관리의 문제로 단순화하여 보기 어렵다(대한민국 국회 또한 2003. 8.경 일부 의원들의 주도하에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 등 구호활동을 벌이다 중국의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구금되었던 한국인들의 석방 및 탈북인들의 강제송환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중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관하여 사실상 취하여 온 정책 및 제반 조치들에 대해서는 이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3) 원고가 탈북자 지원 활동에 관여한 기간과 규모, 소외인 목사 내지 ○○○○선교회 등 원고가 협력한 개인이나 단체가 해당 활동에 있어 갖는 위상 및 탈북자 문제에 관한 중국 내 정책의 기조 등에 위와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과거 원고에 대한 형사처벌의 원인이 되었던 탈북자 지원 활동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중국이 취하여 온 정책에 대한 정치적 의견 표명으로서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 국적국의 보호에 관한 기대가능성
(1) 위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원고로서는 향후 국적국인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탈북자 지원 활동 등을 이유로 형법 등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고는 탈북자 지원 활동을 이유로 구금되었다가 석방된 직후 중국을 떠나 생활하던 중 앞서와 같이 라오스 국적의 배우자와 혼인을 하였고, 그 자신 또한 라오스 국적을 취득한 바 있다. 그러나 라오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 경위에 관한 원고의 진술 내용에다가, 원고의 라오스 여권에는 실제 원고의 중국 출생지가 아닌 라오스 내 도시(PHONGSALY)가 출생지로 기재되어 있는 사정 등을 더하여 보면(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당시 라오스의 관련법이 정한 정당한 국적취득의 요건을 갖추었음을 확인하기 어렵다), 원고가 취득한 라오스 국적은 그 법률상 효력이 문제 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원고의 국적국이 라오스임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라오스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은 경험이나 향후 박해를 받을 위험성이 없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2) 피고 또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라오스 국적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 ‘원고가 라오스에서 특별한 문제 없이 생활하였고 해당 국가의 여권을 사용하여 자유로이 입·출국을 하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원고가 앞서와 같은 탈북자 지원 활동 등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개연성이 충분히 예상되는 이상, 설령 원고가 여권 발행국인 라오스 정부에 의하여 같은 활동을 이유로 형사처벌 등 구체적인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난민의 인정 여부와는 무관한 것으로서, 원고가 국적국인 중국으로부터의 보호를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마. 소결
따라서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김진영(재판장) 채희인 성준규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합니다.
[제주지법 2017. 12. 13. 선고 2017구합5304 판결 : 항소]
중화인민공화국 및 라오스 국적 甲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자신이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난민인정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甲이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난민불인정처분을 한 사안에서, 甲이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행위를 매개로 한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에 해당하므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중화인민공화국 및 라오스 국적 甲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자신이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난민인정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甲이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난민불인정처분을 한 사안에서, 甲이 수년간에 걸쳐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 등을 지원·조력하는 활동을 하였고 이를 이유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중국 형법에 따라 불법 월경을 적극적으로 조직한 혐의가 적용되었을 여지가 커서 중국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가중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점, 甲이 경제적인 동기 등에 의하여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를 도왔다고 하더라도 甲에 대한 형사처벌의 원인이 되었던 탈북자 지원 활동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중국이 취해 온 정책에 대한 정치적 의견 표명으로서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 甲이 취득한 라오스 국적은 법률상 효력이 문제 될 소지가 커 국적국이 라오스임을 전제로 한 처분사유는 유지되기 어렵고, 국적국인 중국으로부터의 보호를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甲이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행위를 매개로 한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에 해당하므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난민법 제2조 제1호, 제18조,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제1조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장
2017. 11. 15.
1. 피고가 2016. 6. 23.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불인정결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한다) 및 라오스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으로서 2016. 3. 12.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같은 해 4. 7. 난민인정신청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16. 6. 23. ‘라오스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은 사실이 없고 귀국 시 라오스 정부로부터 박해의 대상이 된다고 볼 근거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 한다) 제1조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이하 ‘난민의정서’라 한다) 제1조에서 규정하는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난민불인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2016. 7. 26.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은 2017. 2. 24.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원고는 중국 내에 있는 북한 이탈민들의 중국 탈출을 돕는 등 중국의 국내법 및 탈북자 정책에 반하여 이른바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한 자로서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원고는 중국을 떠나 라오스 국적을 취득한 후 오랜 기간에 걸쳐 평온한 생활을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박해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원고는 오로지 경제적인 이익만을 좇아 생계유지 차원에서 탈북자를 지원하였을 뿐이어서, 설령 원고가 위 활동을 이유로 중국의 실정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거나 향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욱이 원고는 라오스 국적자이기도 하여 국적국으로부터 박해를 받는 등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지위에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1) 대한민국에의 입국 경위
가) 원고는 중국에서 태어나 생활하던 중 ○○○○선교회 소속 목사로서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한 출국 지원 등의 활동을 하던 소외인을 알게 되었고, 2006년경부터 소외인 목사 등과 협력하여 중국 내 탈북자들이 라오스 등으로 출국하는 것을 돕는 일을 하였다. 당시 원고는 소외인 목사 측으로부터 위 탈북자 지원 활동에 대한 대가로 소정의 돈을 받기도 하였다.
나) 원고는 2008. 8.경 타인의 불법 월경 행위에 관여하였다는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었고, 재판 결과 해당 혐의가 인정되어 2009. 3.경 중국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등을 선고받았다.
다) 원고는 위와 같이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직후 중국을 떠나 캄보디아, 라오스 및 태국 등지에서 생활하였고, 그 과정에서 라오스 국적의 배우자와 혼인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0. 10.경 태국에 체류하던 중 태국 정부에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라) 원고는 2012. 12.경 라오스로 돌아온 후 라오스 국적을 취득하였고 해당 국가의 여권도 발급받았다.
마) 원고는 2016. 3. 12. 라오스를 떠나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2) 난민신청 내지 면접과정에서 한 원고의 진술내용
가) 원고는 중국 강서성 풍성시에서 태어났으나 1991. 5.경 라오스로 가 생활하기도 하였고, 그 무렵부터 중국과 라오스를 오가며 약재나 토산품 등의 무역업을 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생계를 영위하던 중인 2004년경 조선족 친구의 부탁으로 돈을 받고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탈출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탈북자들의 라오스 등으로의 출국을 안내·지원하는 일을 하였는데, 2006년경 북한 주민을 통해 소외인 목사를 소개받은 이후부터는 소외인 목사가 대표로 있는 ○○○○선교회 측과 교류하며 그로부터 일부 대가를 받고 기존의 탈북자 지원 활동을 계속하였다.
나) 원고는 2007. 4.경 북한 이탈민의 불법 월경을 도왔다는 이유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1개월가량 감금되었고, 2008. 6.경에는 중국의 국가안전국에 강제 연행되어 탈북자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줄 것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원고가 위 협조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2008. 8.경 다시 기존과 같은 이유로 체포되었다가 2009년 초경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그 무렵 석방되었다.
다) 원고의 석방 직후인 2009. 3.경 평소 알고 지내던 공안 관계자가 수배령이 내려졌다며 외국으로 도피할 것을 권유하였고, 이에 원고는 중국을 떠나 라오스 등 제3국을 전전하며 생활하였는데, 그중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난민신청을 하기도 하였으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라) 이후 원고는 라오스에 정착하여 생활하다가, 2012. 12.경 담당 공무원에게 돈을 주고 출생지 등 인적사항을 허위로 신고한 후 라오스 국적과 여권을 취득하였다. 원고는 라오스 등에서의 체류기간 동안에도 수시로 소외인 목사 측을 도와 중국에서 라오스 국경까지 내려온 북한 이탈민을 태국 등으로 인도하는 활동을 하였다.
마) 원고는 2016. 3.경 주라오스 중국대사관 측으로부터 형을 감경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으로 돌아가 북한 이탈민들의 불법 월경에 대한 관여 행위 등을 자수하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중국으로 귀국할지 여부를 고민하였으나, 당시 관계인을 통해 ‘중국 공안이 직접 라오스로 와 원고를 체포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탈북자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아 우선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하게 되었다.
3) 탈북자 지원 활동에 대한 중국의 정책 및 법률
가) 통일연구원의 2005년 북한인권백서, 2012. 8.자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 및 북한인권정보센터의 2013. 12. 10.자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관련 보고서 등에 의하면, 중국은 탈북자에 대해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 원칙에 근거하여 처리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한편으로 ‘경제적 문제로 국경을 넘은 사람이어서 난민으로 처리할 수 없다’거나, ‘탈북은 심각한 식량난에 기인한 것으로, 탈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탈북자에 대한 보호정책보다는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위 각 보고서 및 미국 국무부의 2016년 중국 인권 보고서 등에 의하면, 중국은 198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였음에도 현재까지 정치적 박해 위험 등으로 탈출한 자국 내 북한 주민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과 체결한 범죄인상호인도 협정 등에 따라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탈북자들의 불법적인 월경을 돕는 자들을 구금·기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 중국 형법 제318조는 타인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도록 조직(준비, 구성)하는 자는 2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형을 병과하되, ① 여러 차례 타인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도록 조직하였거나 많은 수의 사람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도록 조직한 자, ② 폭력, 위협의 방법으로 수사에 항거한 자, ③ 위법하게 얻은 소득의 액수가 큰 자, ④ 기타 특별히 중대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벌금형 또는 재산을 몰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중국의 치안관리처벌법 제61조는 ‘타인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도록 조직하거나 운송을 한 자’에 대하여 협조한 자는 10일 이상 15일 이하의 구류와 1,000위안 이상 5,000위안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6, 8, 9, 20 내지 25, 2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난민 인정 요건
난민법 제2조 제1호, 제18조, 난민협약 제1조, 난민의정서 제1조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은 난민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난민 인정의 요건이 되는 ‘박해’는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하여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난민인정의 신청을 하는 외국인은 그러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두14378 판결 참조).
한편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음은 난민인정의 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증명하여야 할 것이나, 난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그 외국인에게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주장사실 전체를 증명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고, 그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으며, 입국 경로, 입국 후 난민신청까지의 기간, 난민신청 경위, 국적국의 상황,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포의 정도, 신청인이 거주하던 지역의 정치·사회·문화적 환경, 그 지역의 통상인이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의 정도 등에 비추어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에 의하여 그 주장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두3930 판결 참조).
2) 난민 해당 여부
앞서 본 사실과 갑 제7, 10 내지 19, 29 내지 76호증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 행위를 매개로 한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박해의 개연성
(1) 원고가 2004년경부터 수년간에 걸쳐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 등을 지원·조력하는 활동을 하였음은 피고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는바, 원고는 이와 같은 탈북자 지원 활동을 이유로 2008. 8.경 중국 공안에 의하여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중국의 치안관리처벌법은 불법 월경을 조직하거나 운송하는 데 단순히 협조한 자에 대해서는 구류 혹은 벌금형의 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음에 비추어, 당시 원고에 대해서는 중국 형법에 따라 불법 월경을 적극적으로 조직한 혐의가 적용되었을 여지가 크다. 따라서 원고가 과거 불법 월경을 조직한 횟수나 그 규모에 따라서는, 향후 원고가 여하한 사유로 중국에 돌아가게 될 경우 중국 형법 제318조 등에 의해 가중된 처벌(법정형이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을 받게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2) 원고가 적극적으로 탈북자 지원 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를 제공하였던 소외인 목사는 2001년경 동일한 활동을 이유로 중국 공안에 체포·구금되었다가 국외로 추방된 전력이 있는 자로서, 위 시점을 전후하여서도 상당기간 동안 그가 대표로 있던 ○○○○선교회 등을 통해 대한민국 내외에서 공개적으로 대규모의 탈북자 지원 활동을 벌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외인 목사는 물론이고, 그에 협조하여 탈북자 지원 활동에 관여한 원고 또한 중국 정부의 주목을 받게 되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바, 2009. 3.경 해당 활동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원고가 출소 직후 중국을 떠나 라오스 등 타국을 전전하며 생활하였던 것에는, 기존의 탈북자 지원 활동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위와 같은 주목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을 여지가 있다[중국 정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도주인등록표’(갑 제7호증)상에 기재된 원고의 도주 날짜 등 관련 정보의 내용 및 원고가 2009. 3.경 중국을 떠난 후 태국 등 제3국에 난민신청을 하였던 사정 또한 위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3) 한편 원고는 위와 같이 형사처벌을 받은 직후 중국을 떠나 라오스 등지에서 생활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인 2016. 3.경에야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외인 목사를 포함한 탈북자 지원 활동 관계자들의 진술과 관련 기사 내지 출판물의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는 2009. 3.경 중국을 떠난 이후에도 소외인 목사 등과의 협조하에 탈북자 지원 활동에 꾸준히 관여하는 한편, 같은 기간 동안 언론사 및 출판사 등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본인의 활동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2. 12.경 라오스 국적을 취득한 후 해당 국가에서 생활하던 원고가 2016. 3.경 갑자기 라오스를 떠나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하기에 이른 일련의 비정상적인 상황 또한 위와 같이 지속·공개된 원고의 탈북자 지원 활동 및 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주목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2016. 3.경 주라오스 중국대사관 측으로부터 중국으로의 귀국을 종용받는 전화를 받고서 얼마 후 탈북자 지원 단체 등의 권유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고 주장하며, 2016. 3.경 원고의 휴대전화 통화 수신 기록(갑 제16호증)상에 기재된 전화번호들 중 일부가 라오스 전화번호 안내 사이트(갑 제17호증)에 게시된 주라오스 중국대사관의 전화번호와 일치한다는 점을 당시의 정황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나) 박해의 원인
(1) 원고가 2004년경부터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를 도왔던 까닭에 경제적 동기가 포함되어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고, 나아가 원고는 소외인 목사 등을 도와 본격적으로 탈북자 지원 활동에 관여하는 동안에도 일부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대해 피고는, ‘순수한 경제적 이유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한 것이어서 원고와 보통의 탈북 브로커와의 차이를 찾기 어려우며, 소외인 목사 측과의 협조 관계 또한 돈을 매개로 한 단순한 사업적 관계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특정인이 어떠한 행위를 이유로 해당 국가의 실정법에 따라 처벌되거나 처벌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 이를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그런데 특정인이 경제적이거나 인도적인 동기 등에 기해 자국의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정 여하에 따라서는 문제 된 실정법 위반 행위에 자국의 법과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정치적 의견 또한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적지 않고, 오히려 일반적으로는 특정인의 실정법 위반 행위에 내재된 동기를 경제적·인도적 혹은 정치적인 성격의 것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중국 내 탈북자 지원 내지 북송 등을 둘러싼 문제는, 북한과 중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등과도 결부된 민감한 정책적 사안으로서 이를 특정 국가의 단순한 출입국관리의 문제로 단순화하여 보기 어렵다(대한민국 국회 또한 2003. 8.경 일부 의원들의 주도하에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 등 구호활동을 벌이다 중국의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구금되었던 한국인들의 석방 및 탈북인들의 강제송환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중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관하여 사실상 취하여 온 정책 및 제반 조치들에 대해서는 이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3) 원고가 탈북자 지원 활동에 관여한 기간과 규모, 소외인 목사 내지 ○○○○선교회 등 원고가 협력한 개인이나 단체가 해당 활동에 있어 갖는 위상 및 탈북자 문제에 관한 중국 내 정책의 기조 등에 위와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과거 원고에 대한 형사처벌의 원인이 되었던 탈북자 지원 활동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중국이 취하여 온 정책에 대한 정치적 의견 표명으로서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 국적국의 보호에 관한 기대가능성
(1) 위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원고로서는 향후 국적국인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탈북자 지원 활동 등을 이유로 형법 등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고는 탈북자 지원 활동을 이유로 구금되었다가 석방된 직후 중국을 떠나 생활하던 중 앞서와 같이 라오스 국적의 배우자와 혼인을 하였고, 그 자신 또한 라오스 국적을 취득한 바 있다. 그러나 라오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 경위에 관한 원고의 진술 내용에다가, 원고의 라오스 여권에는 실제 원고의 중국 출생지가 아닌 라오스 내 도시(PHONGSALY)가 출생지로 기재되어 있는 사정 등을 더하여 보면(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당시 라오스의 관련법이 정한 정당한 국적취득의 요건을 갖추었음을 확인하기 어렵다), 원고가 취득한 라오스 국적은 그 법률상 효력이 문제 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원고의 국적국이 라오스임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라오스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은 경험이나 향후 박해를 받을 위험성이 없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2) 피고 또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라오스 국적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 ‘원고가 라오스에서 특별한 문제 없이 생활하였고 해당 국가의 여권을 사용하여 자유로이 입·출국을 하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원고가 앞서와 같은 탈북자 지원 활동 등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개연성이 충분히 예상되는 이상, 설령 원고가 여권 발행국인 라오스 정부에 의하여 같은 활동을 이유로 형사처벌 등 구체적인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난민의 인정 여부와는 무관한 것으로서, 원고가 국적국인 중국으로부터의 보호를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마. 소결
따라서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김진영(재판장) 채희인 성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