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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명예회복 신청 시 기각처분의 위법 판단기준

2012누16291
판결 요약
민주화운동 관련 명예회복 신청에서 과거 권위주의 통치 하 통일운동 참여가 민주화운동인지 판단 시 행위의 목적·방법·정부 탄압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하며, 행정기관의 판단에도 평등원칙 등 객관적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동일 상황의 타인과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은 위법이며, 법원 심사 대상이 됩니다.
#민주화운동 #명예회복신청 #통일운동 #평등원칙 #민주화운동법
질의 응답
1. 통일운동·시위 참여자가 민주화운동관련자인지 결정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답변
과거 권위주의 정부하 시민의 통일운동이 민주화운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운동의 내용, 방법, 지향 이념, 국가 기본질서 위협 정도, 정부 억압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근거
서울고등법원 2012누16291 판결은 통일운동의 모든 경우가 민주화운동에 포함되는 건 아니며, 내용·방법·정부 억압 등 정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함을 판시하였습니다.
2. 행정위원회가 민주화운동관련자 여부를 판단할 때 법원의 심사가 배제되나요?
답변
행정위원회 판단에 불확정개념의 해석 등 재량이 있지만, 전제 사실 오인, 객관 기준 위반, 평등원칙 위반 시 법원의 심사대상입니다.
근거
서울고법 2012누16291 판결은 전제사실의 잘못, 법적 평가 기준 위반, 평등원칙 위반의 경우 법원의 심사대상임을 명시하였습니다.
3. 비슷한 행위로 이미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된 타인과 달리 기각된 경우 문제는 없나요?
답변
동일한 시위, 동일 행위로 처벌받은 타인의 신청은 인정하면서 본인만 기각한 경우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평등원칙 위반에 해당하여 위법합니다.
근거
2012누16291 판결은 같은 시위에서 동일 구호를 외치고 더 중한 처벌을 받은 타인은 인정해주고 본인만 배제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평등원칙 위반임을 판시하였습니다.
4. 과거 통일운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으려면 무엇이 중요한가요?
답변
통일운동이 국민 자유·권리 회복을 지향하는지, 헌법 기본가치(자유민주주의) 부정 여부 등을 따집니다.
근거
2012누16291 판결은 모든 통일운동이 민주화운동에 포함되지 않으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 회복 또는 신장시키는 활동이어야 인정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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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전문

기각결정 취소

 ⁠[서울고법 2013. 6. 20. 선고 2012누16291 판결 : 확정]

【판시사항】

 ⁠[1]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하에서 행하여진 시민들의 통일운동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정한 민주화운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행정기관에 법률요건상 불확정개념에 대하여 판단의 여지가 인정되는 경우, 법원의 심사가 배제되는지 여부(소극) 및 그 심사 대상이 되는 경우
 ⁠[3] 대학교 재학 중에 시위에 참가하였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던 甲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명예회복신청을 하였으나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가 신청을 기각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처분이 평등원칙 등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하에서 행하여진 시민들의 통일운동은 그 내용과 방법, 지향하는 이념,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 정도, 정부의 통일운동 억압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민주화운동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에 법률요건상 불확정개념에 대하여 판단의 여지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원의 심사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① 전제되는 사실의 인정을 잘못하였다거나, ② 인정 사실을 포섭하는 법적 평가에서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위반하였다거나, ③ 평등원칙 등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위법한 처분이고, 따라서 법원의 심사대상이 된다.
 ⁠[3] 대학교 재학 중에 학생 200여 명과 ⁠‘전대협 상임의장 석방하라. 범민족대회 가로막고 범민련·전대협 차단하는 노정권 타도하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참가하였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던 甲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운동법’이라 한다)이 제정된 후 명예회복신청을 하였으나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가 甲의 행위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기각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당시 정부가 민주화와 평화적 통일을 요구하는 각종 시위나 운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였고, 甲은 이에 대항하여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거나 행사하였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민주화운동법 제2조 제1호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 활동’으로서 민주화운동에 해당하여 민주화운동법 제2조 제2호 ⁠(라)목의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 해당하고, 甲과 같은 시위 현장에서 같은 구호를 외쳤고 甲보다 무겁게 처벌받은 사람들에 대하여는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면서 甲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동일한 행위들에 대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한 것으로, 위 처분은 전제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인정 사실을 포섭하는 법적 평가단계에서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위반하였고, 평등원칙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2] 행정소송법 제27조
[3]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2호 ⁠(라)목


【전문】

【원고, 피항소인】

【피고, 항소인】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

【제1심판결】

서울행법 2012. 5. 3. 선고 2011구합39127 판결

【변론종결】

2013. 5. 23.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0. 6. 7. 원고에 대하여 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2년 당시 제주대학교 무역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서, 1992. 8. 13.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로 구속되었다가 제주지방법원 92고합194호 화염병 사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어 1992. 12. 24. 징역 10월을 선고받았고(공동피고인으로 함께 기소된 소외 1은 징역 1년 6월을, 소외 2는 징역 10월을 각 선고받았다), 광주고등법원 93노70호로 항소하여 1993. 3. 19.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의 판결을 선고받아(위 항소심에서 소외 1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날 출소하였다.
 ⁠〈범죄사실〉
원고를 비롯한 소외 1, 3, 2는 성명불상의 학생 200여 명과 공동하여 1992. 8. 12. 15:00경 제주시 아라동 소재 제주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제주지역 총학생회 협의회 주관으로 소위 ⁠“전대협 사수 및 소외 4 의장 구출과 범청학련 건설 다짐을 위한 1만 2천 청년학도 진군대회”를 마치고, 같은 날 18:00경 제주시 소재 동문로터리에 집결하여 소외 5 등의 선창에 따라 ⁠“전대협 상임의장 석방하라. 범민족대회 가로막고 범민련·전대협 차단하는 노정권 타도하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차도를 따라 중앙로로 이동하면서 중앙로 현대약국 앞 차도를 점거한 채 차량통행을 곤란하게 함으로써 교통을 방해하고, 중앙성당 앞, 중앙파출소 앞, 서문다리 등으로 이동하면서 위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진압경찰을 향하여 화염병 100여 개를 던질 때 소외 3은 화염병 3개를, 소외 2는 화염병 2개를 각 던져 진압경찰관의 생명, 신체에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등 같은 날 22:30경까지 집단적인 폭행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시위에 참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위’라 한다).
나. 그 후 2000. 1. 12. 법률 제6123호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운동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었고, 원고는 2000. 10. 16. 피고에게 자신이 민주화운동법 제2조 제2호 ⁠(라)목에서 정한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이하 ⁠‘민주화운동관련자’라 한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명예회복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10. 6. 7. ⁠“원고의 행위는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 정부의 통일정책에 반대하고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동조하는 것으로서 그 실질에 있어서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없어 이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에 원고는 2010. 7. 27.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재심의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11. 8. 29. 같은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였다.
다. 한편 원고와 함께 이 사건 시위에 참여하였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소외 1은 2000. 10. 18.경, 소외 2는 2001. 12. 21.경 피고에게 자신들이 민주화운동관련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명예회복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처분과는 달리 2005. 5. 30. 소외 2에 대하여, 2007. 2. 5. 소외 1에 대하여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2, 갑 제2호증의 1·2, 갑 제3 내지 6호증, 갑 제7호증의 1 내지 5, 갑 제8·9호증, 갑 제14호증의 1 내지 6, 을 제3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변론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참여한 이 사건 시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이므로 이를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원고는 민주화운동관련자에 해당한다. 더욱이 원고와 함께 이 사건 시위에 참여하였다가 같은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은 소외 1과 소외 2에 대하여는 이미 피고가 민주화운동관련자로 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명예회복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처분은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주장에 동조하여 전대협 소속 제주지역 총학생연합회가 주관하는 이 사건 시위에 참가하였는데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통일운동을 지향하는 것이어서 민주화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유사한 사안에서 선행결정이 있더라도 피고는 이에 구속될 필요 없이 위원들 각자 사회적·역사적·정치적 소신에 따라 심의·결정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아니하였다.
3. 민주화운동관련자의 의미 및 이에 대한 피고의 판단 기준
가. 민주화운동법의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나. 민주화운동법의 입법 목적과 적용기간
 ⁠(1) 입법 목적
과거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상당기간 헌법규범(민주주의)과 헌법현실(권위주의적 통치)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데, 2000년에 제정된 민주화운동법은 헌법이념을 실현하고자 했던 활동들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하면서 이에 대하여 가해졌던 부당한 불이익들을 뒤늦게나마 시정하기 위한 것이고, 과거의 헌정질서를 통째로 부정하거나 과거 정부들의 정통성을 모두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화운동법은 비록 일시적으로 헌법규범이 헌법현실 앞에서 무력해지는 상황이 존재하더라도 언젠가는 헌법의 규범력은 회복되고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앞으로도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헌법이념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을 밝힌 것이다.
따라서 과거 권위주의적 통치기간에 정치·사회·문화적 시위나 운동을 하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이 민주화운동관련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헌정사상 비민주적인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민주주의의 틀을 확고히 하기 위하여 제정된 이 법의 목적과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2) 적용기간
최초 제정된 민주화운동법은 민주화운동의 시기를 1969. 8. 7. 이후로 규정하였는데, 그 후 2007. 1. 26. 법률 제8273호로 개정되면서 시기를 1964. 3. 24. 이후로 규정하고 있다. 입법자료 등에 의하면, 1969. 8. 7.은 이른바 삼선개헌 발의일인데 민주화운동이 주로 삼선개헌 반대투쟁 이후에 이루어졌다는 데에 근거를 두고 있고, 1964. 3. 24.은 학생들이 당시 정부가 추진한 한일회담에 대하여 반대시위를 시작한 날인데 이러한 시위행위도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자 법이 개정되었다.
민주화운동법은 시기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종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민주화운동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민주화운동은 권위주의 체제에 대하여 항거한 행위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적 통치행위에 항거한 행위도 포함한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수립된 정부라고 하더라도 헌법규범과 헌법현실 사이의 괴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통치행태를 보이는 때에는 ⁠‘권위주의적 통치’라고 할 것인데,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최초로 수립된 정부는 1989년경부터 1992년경까지 민주화와 평화적 통일을 요구하는 학생들이나 시민들의 각종 운동이나 시위에 대하여 공권력을 동원하여 진압함으로써 권위주의적 통치행태를 보였다. 피고는 과거 10여 년 동안 위원들이 여러 번 변경되었음에도 이 부분에 관하여는 일관된 견해를 보이고 있고, 이 사건에서도 피고는 이 사건 시위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고 주장할 뿐, 1992년 당시 정부가 권위주의적 통치행태를 보였다는 점은 다투지 아니한다.
다. 민주화운동관련자의 의미
 ⁠(1) 개념
민주화운동법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주화운동, 즉 권위주의적 통치에 직접 항거하거나 국가권력이 학교·언론·노동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나 기타의 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폭력 등에 항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권력의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과 그로 인하여 사망 또는 행방불명되거나 상이를 입거나 유죄판결·해직 등의 피해를 당한 사실이 있어야 하고, 국가권력과 관계없는 사용자 등의 폭력 등에 항거한 경우는 제외된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두20228 판결). 한편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바 민주화운동법 제2조 제2호 ⁠(라)목에서 규정하는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같은 호의 다른 목과 달리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 ⁠(라)목을 본문과 종합하여 보면,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라 함은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킬 동기나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정치·사회·문화적 시위나 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실정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가리킨다.
 ⁠(2) 민주화운동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민주헌정질서’의 의미
민주화운동법 제2조 제1호는 권위주의적 통치의 구성요소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을 열거하고 있고, 항거자의 행위에 대한 판단요소로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을 열거하고 있으므로, 민주화운동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민주헌정질서’의 의미는 어떠하며 두 개념은 다른 것인지, 나아가 특정한 정치이념이나 경제체제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 부분에 관하여는 입법자료에도 명확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피고나 학계에서도 뚜렷한 견해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이 법원 역시 해석과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할 수는 없고 나름대로 결론만을 밝힌다면, ⁠(가) 민주화운동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이 담고 있는 가치를 총체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민주헌정질서’는 현행 헌법의 수립을 말하며, ⁠(나) 그렇다면 두 개념은 특정한 정치이념이나 경제체제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고, 현행 헌법의 최고이념인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이 실현되는 통치’를 의미하는 것이며, ⁠(다) 현행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가가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것과 국민에 의하여 국정이 이루어질 것을 요청하는바, 결국 헌법이 지향하는 최고가치는 자유와 평등을 통하여 확보되는 인간의 존엄이라고 할 수 있다..
 ⁠(3)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 활동’의 의미
앞의 ⁠(1)에서 본 바와 같이 민주화운동법 제2조 제2호 ⁠(라)목에서 규정하는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라 함은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킬 동기나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정치·사회·문화적 시위나 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실정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가리키는바,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 활동’이라고 보인다. 왜냐하면, 위 ⁠(라)목상 민주화행위는 항거의 목적과 항거행위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 활동’이라는 개념이 항거의 목적을 추단하는 데 기본적인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그 항거행위가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나 질서 확립에 기여하였는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앞의 ⁠(2)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헌법의 핵심은 국가가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것과 국민에 의하여 국정이 이루어질 것을 요청하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권위주의적 통치행태에 항거하는 민주화운동이라 함은 시민들이 정부에 대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것과 국민에 의하여 국정이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요구는 대부분 정부가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국민들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이른바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거나 형사처벌하는 것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이러한 자유를 주장하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하려고 하는 행태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 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 항거행위 자체의 동기나 목적만을 고려요소로 삼을 것이 아니라, 당시 정부가 어떠한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였으며 이에 대항하는 항거자의 항거행위는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산이 높으면 높을수록 골짜기도 깊어지는 법이고, 몰아치는 비바람과 흐르는 물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골짜기의 모습도 달라지는 법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이 사건에서 피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권위주의적 통치행태하에서 시민들의 항거행위가 이른바 통일운동을 지향하는 경우 이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 활동’으로 볼 수 있느냐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 관하여는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논의가 있었으나 법에서는 명확히 규정하지 아니한 채 피고나 법원의 판단에 맡긴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는 이에 대하여 일관된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법원은 통일문제가 대통령이나 국회 등 국가기관에 의하여 독점적으로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서 시민들의 통일운동을 민주화운동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견해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상 통일은 최종적으로 국민들의 총체적인 의사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자기들의 의사를 국가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여 제시하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상 정당할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법이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인 한일회담 및 관련협약 체결 여부에 대하여 시민들이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시위하는 것을 민주화운동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통일운동이 민주화운동에 포함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므로, 헌법의 기본가치를 부정하는 통일운동은 민주화운동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결국,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하에서 행하여진 시민들의 통일운동은 그 내용과 방법, 지향하는 이념,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 정도, 정부의 통일운동 억압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민주화운동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라. 민주화운동관련자 결정의 성격과 판단 기준
민주화운동법상 위원의 임명은 대통령이 하되 9인의 위원 중 3인은 국회의장이 추천한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자를 임명하도록 하여, 위원의 선출방식이 헌법에서 규정하는 헌법재판관의 선출방식과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민주화운동법 시행령상 위원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경험이나 학식이 풍부한 자 중에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민주적 정당성과 전문성이 보장되고 준사법적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는 피고의 민주화운동관련자 결정은 원칙적으로 정당성이 수긍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피고 위원들 각자 정치적·사회적·역사적 소신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아니하며 일정한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그 의견이 쉽게 모여지거나 정립할 수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고 하여 피고가 주장하는 바대로, 재량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민주화운동관련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피고는 앞에서 본 민주화운동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충분히 반영하고, 침해되었던 항거자의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하며, 위원들도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사사로운 선입견을 배제하고 준사법적기관으로서 본질과 기능에 부합하는 객관적 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또한 피고는 민주화운동관련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그 이유와 논거를 충분히 제시함으로써, 결정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사후에 결정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데 충분한 자료를 제시하여야 한다. 4.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민주화운동관련자 결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 방법
 ⁠(1) 행정기관이 법률요건으로 규정된 개념 자체로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불확정개념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둘 이상의 다른 판단이 행하여질 수 있는 사안에서, 전문성과 대체불가능성 때문에 법률요건에서의 전제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인정 사실을 포섭하는 법적 평가에 관하여 판단여지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판단에 대하여 법원은 행정기관이 판단의 여지 내에서 내린 결정이라면 수용하여야 한다(판단여지설)..
 ⁠(2)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라는 개념의 의미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서로 다른 판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준사법적기관으로서 피고는 전문성과 대체불가능성을 갖고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법원 역시 피고가 판단의 여지 내에서 결정을 하였다면 이를 수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피고에게 법률요건상 불확정개념에 대하여 판단의 여지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원의 심사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예를 들면 ① 전제되는 사실의 인정을 잘못하였다거나, ② 인정 사실을 포섭하는 법적 평가에서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위반하였다거나, ③ 평등원칙 등 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위법한 처분이고, 따라서 법원의 심사대상이 된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고는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처분은 피고에게 부여된 ⁠‘판단의 여지’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1) 원고가 이 사건 시위를 할 당시 범민련이나 전대협은 아직 이적단체로 규정되지 아니하였고, 원고가 위 단체의 활동에 어느 정도 가담하였는지에 대하여 피고가 구체적으로 조사하여 사실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원고는 북한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동조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처벌받은 것이 아니다), 그 당시 학생들의 시위현장에서 흔하게 행하였다고 보이는 범민련에 대한 지지구호 등을 외쳤다는 사실을 들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통일운동을 지향한 것으로서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지 아니하였고 그러한 목적도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전제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인정 사실을 포섭하는 법적 평가단계에서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위반하였다고 보인다. 피고는 원고가 화염병을 던져 진압경찰관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과격 시위에 가담하였다는 점을 들어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는데, 범죄사실에서 기재된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시위를 할 때 화염병을 던졌다는 점은 기소되거나 입증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법의 관련 규정과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항거행위의 행태만으로 그 행위의 지향성과 민주화에의 기여도가 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1992년 당시 정부는 민주화와 평화적 통일을 요구하는 각종 시위나 운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였고, 이에 대항하여 원고는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거나 행사하였고 이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민주화운동법 제2조 제2호 ⁠(라)목상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 활동’으로서 항거의 목적과 항거행위의 요건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수사와 형사재판에서 피의자의 기본권 실현(제12조), 집회와 결사의 자유(제21조 제1항) 등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의 실현에 부합하므로, 결국 원고는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
 ⁠(2) 행정기관이 지켜야 할 법의 일반원칙의 하나로 인정되는 평등원칙은 주로 ⁠‘법 적용의 평등’을 가리키는데, ⁠‘법 적용의 평등’이라 함은 대상자의 신분이나 지위 등에 관계없이 법규범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기관에게 ⁠‘판단의 여지’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판단하였다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원고와 동일한 시위 현장에서 같은 구호를 외쳤고 원고보다 무겁게 처벌받은 소외 2와 소외 1에 대하여는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면서(소외 2와 소외 1에 대한 피고의 결정은 정당하다고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 피고는 사회적·역사적·정치적 소신에 따른 재량이라고만 설명할 뿐 특별히 위법하다고 주장하지는 아니한다) 원고를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피고가 동일한 행위들에 대하여 차별대우를 한 것으로서, 그러한 처분의 정당성에 대하여 위원들의 사회적·역사적·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은 평등원칙에서 요구하는 합리적인 이유라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평등원칙을 위반한 점에서 위법하다.
 ⁠(3) 피고는 원고가 2000년에 명예회복신청을 하였는데, 근 10년이 지난 2010년에 비로소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는 민주화운동법이 규정한 결정기한 90일을 훨씬 경과한 것일 뿐만 아니라, 동일한 행위로 비슷한 시기에 신청한 소외 2나 소외 1과 비교하더라도 현저히 늦은 것이다. 또한 그 결정문에도 민주화운동법상 불확정적인 개념 등을 들어서 기각하였을 뿐, 그에 대한 해석과 판단 기준, 원고의 이 사건 시위에 대한 구체적 판단, 동일한 사안과 다르게 판단한 이유 등을 설명하거나 논증하지 아니하였다(기록에 의하면 원고를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는 데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등을 검토한 내부 심사자료가 편철되어 있으나, 이러한 심사자료가 당시 원고에게는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논증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은 종전에 피고가 소외 2와 소외 1에 대한 결정에서도 같은데, 이와 같이 외부적으로 논증과정을 생략한 채 민주화운동관련자 결정을 한 피고의 종전 관행이 위원들이 달라지면서 선행 결정과 모순되게 판단한 요인이 되었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은 피고의 민주화운동관련자 결정의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것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독자적인 위법사유라고는 할 수 없으나, 앞에서 본 평등원칙과 함께 본다면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을 더욱 무겁게 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별 지] 관련 규정: 생략]

판사 박형남(재판장) 하상혁 권순민

출처 : 서울고등법원 2013. 06. 20. 선고 2012누16291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