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7다238486, 238493 판결]
[1]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중대한 과실’의 의미 /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한 경우, 착오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도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융투자업자인 甲 주식회사가 자신의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乙 주식회사로부터 사용권을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乙 회사 소속 직원에게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도록 하여 입력된 조건에 따라 위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으로 호가가 생성·제출되는 방식으로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파생상품거래를 하던 중 乙 회사 소속 직원이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 값을 잘못 입력하여 丙 외국회사와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인 가격으로 다수의 파생상품거래가 체결되자, 한국거래소에 결제대금의 일부만을 지급한 채 丙 회사를 상대로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는데, 한국거래소가 甲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일부 결제대금과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을 합하여 결제계좌로 결제대금을 전부 납부한 다음 甲 회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자, 甲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가 취소되었다고 항변하면서 반소로 한국거래소의 불법행위로 구상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매매거래에 관한 甲 회사의 착오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고, 丙 회사가 甲 회사의 착오를 이용하여 위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甲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를 취소할 수 없고, 한국거래소의 불법행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109조 제1항
[2] 민법 제109조 제1항
[3] 민법 제109조 제1항, 제750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4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7조 제1항 제1호 (나)목
[1] 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26657 판결(공1997하, 2786),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공2003상, 1169),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공2015상, 9)
주식회사 한국거래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조정래 외 1인)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파산채무자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신영철 외 2인)
서울고법 2017. 5. 19. 선고 2015나2067503, 2067510 판결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에 따라 파생상품시장의 개설·운영에 관한 업무와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청산·결제 업무 등을 수행하는 주식회사이다(제373조의2 제2항 제1호, 제377조 제1항, 제378조).
2)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한맥투자증권’이라 한다)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투자업자로서, 원고의 회원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 파산선고를 받았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가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하였다.
나. 주가지수옵션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의 경위
1) 한맥투자증권은 2013. 12. 12. 원고가 개설한 파생상품시장에서 호가를 제출하였고, 이로 인하여 만기가 2013. 12.인 코스피200 콜옵션 또는 코스피200 풋옵션에 관하여 매매거래(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한다)가 체결되었다.
2) 이 사건 거래 중 한맥투자증권의 계좌와 캐시아캐피탈 피티이 엘티디(Cassia Capital Pte. Ltd., 이하 ‘캐시아캐피탈’이라 한다)의 파생상품계좌들 사이의 거래(이하 ‘이 사건 쟁점거래’라 한다)가 체결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가) 한맥투자증권은 자신의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주식회사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이하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이라 한다)으로부터 사용권을 구매한 소프트웨어(이하 ‘이 사건 소프트웨어’라 한다)를 설치하고,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도록 하여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자동으로 호가가 생성·제출되는 방식으로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다.
나) 그런데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 소속 직원 소외인은 2013. 12. 12. 파생상품시장이 열리기 전에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 값에 ‘잔존일수/365’를 ‘잔존일수/0’으로 잘못 입력하였다(이하 ‘이 사건 오입력’이라 한다).
다) 캐시아캐피탈의 호가 제시와 그 호가를 좇은 한맥투자증권의 호가 제출로 이 사건 쟁점거래가 체결되었다.
라) 이 사건 소프트웨어의 구조에 관한 피고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①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입력된 금리 등 각종 외부 지표들과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현물주가지수 등을 기반으로 매수가격의 상한과 매도가격의 하한을 정하는 이른바 ‘박스’를 설정하고, ② 설정된 박스의 한도 안에서, 바로 직전에 다른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된 체결호가들과 다른 당사자가 제시한 호가 중 가장 유리한 최우선호가들을 검토해서 거래가 이익으로 판단되면 호가를 자동으로 제시하여 거래가 체결되는데, ③ 이 사건 오입력으로 인하여 박스의 한도가 설정되지 못했고, 그 결과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체결호가와 최우선호가만을 좇아서 호가 제출을 하게 되었다.
다. 원고의 결제대금 지급과 취소 등
1) 한맥투자증권은 이 사건 거래로 부담하게 된 결제대금 중 일부만을 원고에게 지급하였으나, 원고는 위 돈에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을 합하여 결제계좌로 결제대금 전액을 납부하였다. 이후 한맥투자증권은 캐시아캐피탈 및 캐시아캐피탈의 투자중개업자들에게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쟁점거래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2) 원고는 한맥투자증권에 대한 파산절차에서 위와 같이 지급한 결제대금 중 변제나 상계 후 남은 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액수를 합한 금액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이의를 제기하였다.
2. 제1 내지 제3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26657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등 참조). 다만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 상황이나 거래량, 거래형태, 구체적인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쟁점거래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한맥투자증권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로서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호가를 입력하기 전에 호가의 적합성 등을 점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제65조 제2항),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를 위한 호가제시 업무는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업자에게만 위탁할 수 있음에도[자본시장법 제42조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47조 제1항 제1호 (나)목] 이를 위반하여 투자매매업자가 아닌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의 직원으로 하여금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자신이 제출할 호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를 입력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쟁점거래에 관한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다.
2) 이 사건 쟁점거래는 가격우선 및 시간우선 원칙이 적용되는 접속거래에 따라 체결되었고, 체결가격은 각 매매마다 호가에 따라 결정되었다. 캐시아캐피탈은 이 사건 쟁점거래 중 상당부분에 대하여 파생상품시장이 개장되기 전에 호가를 제출하였고, 개장된 후에 호가를 제출한 부분도 거래 관행 및 거래 수량, 간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소프트웨어와 같이 알고리즘거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호가를 제출하였다고 보인다. 또한 개인투자자 중에는 코스피200 지수가 급등락할 것을 예상하여 외가격 콜·풋옵션을 매수하고자 하는 투기적 성향의 투자자가 존재하고, 기관투자자들은 이러한 투기적 수요에 부응하여 외가격 콜·풋옵션을 매도하고 권리행사일에 코스피200 지수의 급등락이 없다면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외가격 옵션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캐시아캐피탈은 이 사건 쟁점거래일 전후 일정기간 계속하여 이 사건 쟁점거래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호가를 제시하여 왔는데, 위와 같은 캐시아캐피탈의 호가가 우연히 발생할지도 모르는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를 이용할 목적으로 사전에 마련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이 사건 쟁점거래 중에는 옵션의 예상 가치에 근접한 가격의 거래 등 한맥투자증권의 착오에 의하여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거래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캐시아캐피탈이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를 이용하여 이 사건 쟁점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착오에 있어 중대한 과실, 알고리즘 거래, 순위험증거금액 제도, 착오 취소의 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판단누락, 이유불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제4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가 이 사건 거래과정 및 그 직후에 시장관리자로서의 감시 및 관리·감독의무를 소홀히 하고 관련 의무를 위반하는 등으로 임무를 위배하여 한맥투자증권에게 구상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1) 원고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파생상품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상거래 및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감시할 책임이 있으나, 원고가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감시·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단순히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2) 캐시아캐피탈의 주문 중 시장거래가격을 현저히 벗어나는 호가 부분은 손실의 최소화를 위한 투자전략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캐시아캐피탈의 주문 행태로 인하여 사전에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시세가 크게 변동하는 등 원고의 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이상 징후가 발생하였다고 볼 근거도 없는 점에 비추어 원고가 캐시아캐피탈의 주문 행태를 사전에 제지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한맥투자증권과 거래상대방 사이에 이미 거래가 체결된 이상, 그 주문 및 거래에 법적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원고가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원고가 착오 주문사실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도 이를 취소하거나 매매거래를 정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부작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본시장법상 원고의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7다238486, 238493 판결]
[1]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중대한 과실’의 의미 /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한 경우, 착오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도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융투자업자인 甲 주식회사가 자신의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乙 주식회사로부터 사용권을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乙 회사 소속 직원에게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도록 하여 입력된 조건에 따라 위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으로 호가가 생성·제출되는 방식으로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파생상품거래를 하던 중 乙 회사 소속 직원이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 값을 잘못 입력하여 丙 외국회사와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인 가격으로 다수의 파생상품거래가 체결되자, 한국거래소에 결제대금의 일부만을 지급한 채 丙 회사를 상대로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는데, 한국거래소가 甲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일부 결제대금과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을 합하여 결제계좌로 결제대금을 전부 납부한 다음 甲 회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자, 甲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가 취소되었다고 항변하면서 반소로 한국거래소의 불법행위로 구상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매매거래에 관한 甲 회사의 착오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고, 丙 회사가 甲 회사의 착오를 이용하여 위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甲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를 취소할 수 없고, 한국거래소의 불법행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109조 제1항
[2] 민법 제109조 제1항
[3] 민법 제109조 제1항, 제750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4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7조 제1항 제1호 (나)목
[1] 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26657 판결(공1997하, 2786),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공2003상, 1169),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공2015상, 9)
주식회사 한국거래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조정래 외 1인)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파산채무자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신영철 외 2인)
서울고법 2017. 5. 19. 선고 2015나2067503, 2067510 판결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에 따라 파생상품시장의 개설·운영에 관한 업무와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청산·결제 업무 등을 수행하는 주식회사이다(제373조의2 제2항 제1호, 제377조 제1항, 제378조).
2)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한맥투자증권’이라 한다)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투자업자로서, 원고의 회원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 파산선고를 받았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가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하였다.
나. 주가지수옵션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의 경위
1) 한맥투자증권은 2013. 12. 12. 원고가 개설한 파생상품시장에서 호가를 제출하였고, 이로 인하여 만기가 2013. 12.인 코스피200 콜옵션 또는 코스피200 풋옵션에 관하여 매매거래(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한다)가 체결되었다.
2) 이 사건 거래 중 한맥투자증권의 계좌와 캐시아캐피탈 피티이 엘티디(Cassia Capital Pte. Ltd., 이하 ‘캐시아캐피탈’이라 한다)의 파생상품계좌들 사이의 거래(이하 ‘이 사건 쟁점거래’라 한다)가 체결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가) 한맥투자증권은 자신의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주식회사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이하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이라 한다)으로부터 사용권을 구매한 소프트웨어(이하 ‘이 사건 소프트웨어’라 한다)를 설치하고,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도록 하여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자동으로 호가가 생성·제출되는 방식으로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다.
나) 그런데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 소속 직원 소외인은 2013. 12. 12. 파생상품시장이 열리기 전에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 값에 ‘잔존일수/365’를 ‘잔존일수/0’으로 잘못 입력하였다(이하 ‘이 사건 오입력’이라 한다).
다) 캐시아캐피탈의 호가 제시와 그 호가를 좇은 한맥투자증권의 호가 제출로 이 사건 쟁점거래가 체결되었다.
라) 이 사건 소프트웨어의 구조에 관한 피고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①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입력된 금리 등 각종 외부 지표들과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현물주가지수 등을 기반으로 매수가격의 상한과 매도가격의 하한을 정하는 이른바 ‘박스’를 설정하고, ② 설정된 박스의 한도 안에서, 바로 직전에 다른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된 체결호가들과 다른 당사자가 제시한 호가 중 가장 유리한 최우선호가들을 검토해서 거래가 이익으로 판단되면 호가를 자동으로 제시하여 거래가 체결되는데, ③ 이 사건 오입력으로 인하여 박스의 한도가 설정되지 못했고, 그 결과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체결호가와 최우선호가만을 좇아서 호가 제출을 하게 되었다.
다. 원고의 결제대금 지급과 취소 등
1) 한맥투자증권은 이 사건 거래로 부담하게 된 결제대금 중 일부만을 원고에게 지급하였으나, 원고는 위 돈에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을 합하여 결제계좌로 결제대금 전액을 납부하였다. 이후 한맥투자증권은 캐시아캐피탈 및 캐시아캐피탈의 투자중개업자들에게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쟁점거래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2) 원고는 한맥투자증권에 대한 파산절차에서 위와 같이 지급한 결제대금 중 변제나 상계 후 남은 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액수를 합한 금액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이의를 제기하였다.
2. 제1 내지 제3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26657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등 참조). 다만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 상황이나 거래량, 거래형태, 구체적인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쟁점거래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한맥투자증권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로서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호가를 입력하기 전에 호가의 적합성 등을 점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제65조 제2항),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를 위한 호가제시 업무는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업자에게만 위탁할 수 있음에도[자본시장법 제42조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47조 제1항 제1호 (나)목] 이를 위반하여 투자매매업자가 아닌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의 직원으로 하여금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자신이 제출할 호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를 입력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쟁점거래에 관한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다.
2) 이 사건 쟁점거래는 가격우선 및 시간우선 원칙이 적용되는 접속거래에 따라 체결되었고, 체결가격은 각 매매마다 호가에 따라 결정되었다. 캐시아캐피탈은 이 사건 쟁점거래 중 상당부분에 대하여 파생상품시장이 개장되기 전에 호가를 제출하였고, 개장된 후에 호가를 제출한 부분도 거래 관행 및 거래 수량, 간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소프트웨어와 같이 알고리즘거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호가를 제출하였다고 보인다. 또한 개인투자자 중에는 코스피200 지수가 급등락할 것을 예상하여 외가격 콜·풋옵션을 매수하고자 하는 투기적 성향의 투자자가 존재하고, 기관투자자들은 이러한 투기적 수요에 부응하여 외가격 콜·풋옵션을 매도하고 권리행사일에 코스피200 지수의 급등락이 없다면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외가격 옵션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캐시아캐피탈은 이 사건 쟁점거래일 전후 일정기간 계속하여 이 사건 쟁점거래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호가를 제시하여 왔는데, 위와 같은 캐시아캐피탈의 호가가 우연히 발생할지도 모르는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를 이용할 목적으로 사전에 마련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이 사건 쟁점거래 중에는 옵션의 예상 가치에 근접한 가격의 거래 등 한맥투자증권의 착오에 의하여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거래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캐시아캐피탈이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를 이용하여 이 사건 쟁점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착오에 있어 중대한 과실, 알고리즘 거래, 순위험증거금액 제도, 착오 취소의 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판단누락, 이유불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제4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가 이 사건 거래과정 및 그 직후에 시장관리자로서의 감시 및 관리·감독의무를 소홀히 하고 관련 의무를 위반하는 등으로 임무를 위배하여 한맥투자증권에게 구상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1) 원고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파생상품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상거래 및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감시할 책임이 있으나, 원고가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감시·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단순히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2) 캐시아캐피탈의 주문 중 시장거래가격을 현저히 벗어나는 호가 부분은 손실의 최소화를 위한 투자전략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캐시아캐피탈의 주문 행태로 인하여 사전에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시세가 크게 변동하는 등 원고의 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이상 징후가 발생하였다고 볼 근거도 없는 점에 비추어 원고가 캐시아캐피탈의 주문 행태를 사전에 제지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한맥투자증권과 거래상대방 사이에 이미 거래가 체결된 이상, 그 주문 및 거래에 법적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원고가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원고가 착오 주문사실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도 이를 취소하거나 매매거래를 정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부작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본시장법상 원고의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