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형사전문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결혼 22년 차인 K씨(51세)는 이혼 소송을 준비하면서 배우자의 퇴직연금을 재산분할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가입한 퇴직연금이 DB형이라는 말을 듣고 당황했습니다. 예전 직장에서는 DC형이라 쉽게 잔액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DB형은 도대체 얼마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K씨처럼 이혼 시 퇴직연금의 재산분할 문제로 혼란을 겪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DB형과 DC형은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퇴직연금"이라 해도 분할 방법과 금액 산정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2012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 이후 퇴직연금의 재산분할이 법적으로 명확해졌지만, 실무에서는 여전히 복잡한 쟁점이 많습니다.
퇴직연금의 재산분할을 이해하려면, 먼저 두 유형의 근본적 차이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 차이가 곧 분할 금액과 방식의 차이로 직결됩니다.
한마디로, DB형은 "퇴직할 때 비로소 확정되는 연금"이고, DC형은 "지금 당장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연금"입니다. 이 구조적 차이가 이혼 재산분할 실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DB형의 가장 큰 난점은 "지금 이 시점에서 얼마로 평가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DB형은 실제 퇴직 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급여가 산정되므로, 이혼 시점에서는 미래의 변수가 개입합니다.
DB형 분할의 핵심 쟁점
실무에서는 주로 "이혼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 시점으로 삼아, 그 시점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한다고 가정한 "가정적 퇴직금"을 산출합니다. 즉, 현재 시점의 평균임금에 혼인 기간 동안의 근속연수를 곱하여 분할 대상 금액을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혼인 전부터 해당 회사에 근무했다면, 전체 근속연수가 아닌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만 재산분할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총 근속 25년 중 혼인 기간이 20년이라면, 가정적 퇴직금의 20/25에 해당하는 금액이 분할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DB형의 경우 회사가 중간정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혼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지급은 해당 배우자가 퇴직하는 시점에서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차 문제가 실무에서 빈번한 분쟁 원인이 됩니다.
DC형은 개인 계좌에 적립금이 쌓이는 구조이므로, 특정 기준일의 잔액을 확인하기가 수월합니다. 법원도 기준 시점의 적립금(원리금 합계)을 기초로 분할 대상 금액을 산정합니다.
그러나 DC형이라고 마냥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퇴직연금의 재산분할 비율은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법원은 혼인 기간, 쌍방의 기여도,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공헌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분할 비율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소
- 혼인 기간 대비 근속연수의 비율
- 맞벌이 여부 및 가사노동 기여도
- 일방의 특수한 전문 자격이나 능력에 의한 소득 증가분
- 이혼에 이르게 된 책임 소재(유책 정도)
실무상 맞벌이 부부의 경우 대체로 각 50%에 가까운 비율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고, 전업주부의 경우에도 혼인 기간이 길면 40~50% 범위에서 인정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다만 이는 전체 재산분할의 맥락 안에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퇴직연금만 따로 떼어 비율을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2012년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이혼 시 재산분할 청구권자는 상대방의 퇴직연금을 직접 분할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 절차는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DB형의 경우: 상대 배우자가 실제로 퇴직급여를 수령할 때 비로소 분할이 집행됩니다. 법원의 재산분할 결정이 있더라도, 상대방이 계속 근무 중이라면 당장 현금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다른 재산(부동산, 예금 등)으로 정산하는 방식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DC형의 경우: 법원 결정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에 직접 분할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DB형에 비해 집행이 비교적 신속하지만, 금융기관별로 요구하는 서류와 절차가 다를 수 있어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최근 이혼 소송 실무를 보면, 퇴직연금이 재산분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약 382조 원에 달하며, 가입자 수도 7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부부 중 한쪽 또는 양쪽 모두가 퇴직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아직 퇴직하지 않았으니 분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통하기도 했으나, 현재 법원의 확고한 입장은 혼인 기간 중 형성된 퇴직연금 수급권은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퇴직 전이라도, 장래의 퇴직급여 수급권 자체가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재산으로 인정됩니다.
앞으로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통한 이전, 퇴직연금 수령 방식의 다양화(일시금 vs 연금 수령) 등으로 분할 방식도 더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혼 재산분할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상대방 퇴직연금의 유형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가입 시점과 혼인 기간의 관계를 정리해두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